내 피부, 불타오르네
연일 날씨가 뜨겁다 싶더니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가 뜨겁다 못해 따갑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바르던 로션도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자꾸만 긁적이고 있다. 생각보다 피부는 이미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범인은 예상했던 대로 자외선이다. "햇빛 속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돼 발생하는 염증 반응을 '일광 화상'이라고 합니다. 열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 손상, 즉 화상의 하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화상은 손상된 조직 깊이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는데, 물집의 생성 여부에 따라 1도와 2도를 구분할 수 있고, 통증 유무로 2도 화상을 좀 더 세분화합니다."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임이석 원장의 말이다.
휴가철 우리가 겪는 일광 화상은 대부분 1도 화상 수준이다. 물론 일광 화상을 일찍 인지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 쿨링이나 진정 관리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 같은 처치가 없을 경우 부종과 홍반, 심하면 물집이 발생하고, 열감과 통증이 동반되는 2도 화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게다가 반복적인 일광 화상은 광노화를 비롯한 피부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일광 화상, 한여름에도 건강한 피부를 사수하기 위한 묘책이 절실하다.
혹시 나도 일광 화상?
✔ 피부가 따갑고 화끈거린다.
✔ 피부 속부터 뜨거운 열감이 느껴진다.
✔ 의심 부위가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다 물집이 생긴다.
✔ 발열이나 오한,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 피부 껍질이 벗겨진다.
빠르고 효과적인 응급처치 1단계
중요한 건 언제나 기본. 언제, 어디서나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일광 화상 1단계 응급처치 노하우를 소개한다.
1 녹차 솜 스킨법
피부 진정을 위한 화장품만큼 효과적인 것이 녹차 우린 물을 활용하는 것. 녹차 티백을 우려 식힌 뒤 화장솜에 충분히 적셔 일광 화상 부위에 올리면 녹차 속 풍부한 비타민 C 성분이 피부 착색 예방에 도움을 준다.
2 수분 미스트 활용
일광 화상으로 무너진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와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수분 충전이 필수다.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은 수분 미스트. 집중 케어가 필요하다면 화장솜에 미스트를 듬뿍 뿌린 뒤 진정 팩으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3 시원한 냉찜질
무엇으로 인해 화상을 입었든 가장 기본적인 처치는 열기를 빼는 작업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냉찜질. 얼음이나 차가운 물로 열감이 있는 부위를 식혀주는데, 물에 적신 수건을 일광 화상 부위에 놓아두거나 찬물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얼음을 사용할 경우 직접 피부에 닿지 않게 반드시 천으로 감싸 마사지할 것.
4 셔벗 쿨링
셔벗 제형의 화장품은 피부에 가볍게 스며들고, 닿자마자 시원한 쿨링감을 더해주기 때문에 응급처치용으로 제격이다.
5 수분 세럼 레이어링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자극을 심하게 받은 부위에는 가벼운 제형의 수분 세럼을 얇게 레이어링해 바르자. 피부 속 땅김과 건조함을 막아주고 무너진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데 히알루론산이 함유된 수분 세럼이 효과적이다.
FACT CHECK! 일광 화상에 대한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충분한 물 섭취만으로도 일광 화상이 가라앉을까? 감자나 된장, 오이 팩이 정말 도움이 될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광 화상에 관련된 다양한 소문으로부터 진실을 가려냈다.
△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일광 화상의 위험이 높다? 인종에 관계없이 피부가 하얀 사람일수록 일광 화상이나 자외선에 의한 광노화, 피부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 충분한 물 섭취만으로도 일광 화상 회복에 도움이 된다? 화상은 체액을 피부 표면으로 끌어내기 때문에 탈수 상태가 올 수 있다. 피부가 치유되는 동안 물과 이온 음료를 마셔 즉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X 오이, 된장, 감자, 치약, 우유를 바르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오이를 비롯한 음식물이나 치약을 직접 바를 경우 약해진 피부 장벽을 통해 흡수되기 쉬워 2차 감염이나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 자극 접촉 피부염을 유발할 수있다.
○ 집에 있는 화상 연고가 도움이 된다? 화상 초기에 화상 연고를 바르면 상처 입은 부위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어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단,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일반 상처 연고는 추가적인 감염이나 피부 재생을 방해할 수도 있다.
X 화상엔 소주가 답이다? 소주는 알코올 성분이다. 알코올은 피부에 닿는 순간 피부 온도를 과하게 낮추는데, 이 경우 민감해진 피부를 더 손상시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손 소독제나 소독약도 마찬가지다.
○ 일광 화상에 생알로에를 먹고 바른다? 알로에는 가벼운 화상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다. 알로에잎 속의 젤 부분을 긁어내 냉장실에서 차갑게 식힌 뒤, 피부에 마사지하듯 바르면 화상 부위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화상 치료,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 것!
응급처치를 했다고 해서 안심은 금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일광 화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임이석 원장과 MH클리닉 김지선 원장에게 직접 들었다.
Q 일반적인 일광 화상의 증상이 궁금합니다. 임_햇빛에 노출되고 3~6시간 경과 후 증상이 나타납니다. 노출 부위 피부가 따갑고 화끈거리며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다 물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오한, 발열, 오심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12~24시간 경과 후 증상이 더 심해지다가 보통 72시간 이후 서서히 완화됩니다.
Q 사람에 따라 일광 화상 정도가 달라질 수 있나요? 김_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색소가 멜라닌입니다. 상대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적은 사람이 장시간 태양에 노출될 경우 피부 세포가 손상을 입어 일광 화상 증상이 더 쉽고 강하게 나타납니다.
Q 가벼운 홈 케어만으로 열감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_일광 화상 치료를 위해서는 열감을 떨어뜨리는 게 우선입니다. 열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치료를 진행할 수 없어요. 차선책으로 화상 연고를 사서 바르거나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상담 후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Q 어느 정도 증상에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김_넓은 부위에 물집이 생기거나 극심한 통증, 메스꺼움, 오한, 두통 또는 열이 있는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증상이 일주일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해요. 다른 감염 징후로는 부기, 붉은 줄무늬, 물집에서 나오는 노란색 고름 등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일광 화상을 입었을 때도 치료가 꼭 필요해요. 손상된 세포가 암으로 진행되는 흑색종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Q 피부과에서는 일광 화상 치료에 어떤 처방을 하나요? 임_열감이 떨어졌는지 확인 후, 병변에 염증을 줄이기 위해 대중적으로 칼라민 로션이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합니다. 또한 세라마이드, 자유지방산 등 건조하고 약해진 피부 장벽에 도움을 주는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도록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