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은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요?
현재보다 미래를, 감정보다 이성을, 나보다 타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은 5~10년 뒤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정한 5년 뒤에는 또 다른 미래를 바라보며 살죠. 결국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목표를 좇기만 하면서 우울감에 빠지는 겁니다. 또 많은 이들이 감정보다 사고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감정을 억압하면 분출하지 못한 감정이 내면에 쌓여 심리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려는 중요합니다. 다만 자신을 뒤로 제쳐두면서까지 타인을 위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닙니다.
가장 많이 앓는 심리 질환은 무엇인가요?
병원을 찾는 이들 가운데 '적응장애' 환자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적응장애는 스트레스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우울감,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심할 경우 불면 증세까지 나타납니다. 적응장애 진단 비율이 높은 이유는 자기 비난 때문입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죠. 적응장애는 주로 목표의 기준치가 높은 사람이 앓는 질병입니다. 목표를 이뤄내 성취를 얻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실패가 거듭되면서 우울감은 물론 무기력감에 휩싸입니다. 실패가 반복되면 뇌 기능이 떨어져 평소보다 판단력과 집중력이 흐려질 위험이 있습니다.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 목표의 기준치를 낮춰 작은 성취를 얻어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게 우선입니다.
SNS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타인을 바라보며 자신을 무의미한 존재라 여기는 것이죠. 상대적 박탈감은 주로 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 시절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는지 유무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혼내는 상황에서도 '네가 잘못을 했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이 같은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지 않는데 충분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거죠.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미는 순간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호흡 이완이 효과적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 중에 교감신경계 수치가 올라가는데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자극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가 급격하게 오르는 거죠. 의식적으로 수치를 낮춰야 하는데 4가지 가운데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건 호흡수입니다. 4초 동안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4초 동안 참은 뒤 8초 동안 숨을 길게 내쉬는 게 도움이 됩니다. 호흡으로 흥분과 고조된 감정을 낮추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는 자신을 부정하게 되고 증세가 악화되면 주변 세계, 나의 미래로 부정적인 시선이 확장됩니다. 세상을 비뚤어지게 바라보게 되는 거죠. 마음의 병도 신체에 자극을 주는 질병과 같이 악화되기 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감정 변이를 방치하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보고 스트레스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그럼에도 정신과 등 심리 치료 기관 방문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약물 복용에 대한 기피와 진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을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항불안제, 수면제 등 의약품은 타과에서도 많이 쓰이는 약입니다. 약물에 의존하게 될까 봐 두렵다는 이들도 있는데 병원의 목적은 치료입니다. 환자의 불편함을 없애는 정도의 약만 처방합니다. 감기 증세 중 두통, 발열을 없애기 위해 약을 먹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진료 기록은 타과와 마찬가지로 현행법상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일상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일기 쓰기'를 권합니다. 자신의 하루가 어땠는지 정리하고, 느꼈던 감정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겁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내 감정을 돌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길게 쓰는 게 부담된다면 하루 중 기억나는 일 한 가지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습관적으로 일기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 원장을 지내고 있다. 정신 건강 전문지 <정신의학신문>의 전 편집장으로도 활동하며 일반인이 앓는 정신 질환을 조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