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개그 유튜브 채널 <동네놈들>은 지난 2018년 SBS 공채 개그맨 출신 안진호(32세), 최부기(34세), 정재형(36세)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재미를 찾는 일상 코미디의 대가다. 대표 콘텐츠는 '콩트형 몰래카메라'. '엘리베이터에 붙은 몽타주 속 주인공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게 됐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다소 엉뚱하고 참신한 발상으로 출발한 실험형 콘텐츠는 보는 이들에게 '이렇게 웃긴 영상을 나만 보기 아깝다'는 반응을 자아낸다. 리얼함과 코믹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동네놈들'을 서울 용산의 한 골목으로 불렀다.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요?
최부기(이하 '부기') SBS <웃찾사>가 2017년에 폐지되면서 개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을 때 (안)진호의 제안으로 모이게 됐어요.
정재형(이하 '재형') 혹하는 제안이었어요.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동안 하고 싶었던 개그에 대한 갈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그를 마음껏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죠. 유튜브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희에게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어요.
안진호(이하 '진호') 개그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 기획을 할 때는 PD님과 작가님들을 먼저 웃겨야 해서 관객에게 보여주기 전에 사라졌던 아이템이 많았어요. 유튜브라면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개그를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 캐릭터가 다른 세 사람이 모이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거 같았고, 잘되면 유튜브로 일정 수익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수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억대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웃음)
진호 온라인상에 저희의 예상 수입을 지표로 나타낸 게시물이 떠도는데, 그만큼 돈을 벌어들일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어요.(웃음)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이어서 매번 수입이 달라요.
채널명 '동네놈들'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진호 첫 영상을 찍고 나서 자동차 안에서 채널 이름을 정하고 있는데 마침 래퍼 '창모'의 '동네놈들'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그때 부기 형이 "저 제목 괜찮다"고 말하더라고요. 우리와 딱 맞는다는 촉이 왔죠.
부기 동네 형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저희 셋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콘텐츠 방향은 어떻게 잡았나요?
진호 코미디언은 웃기는 걸 제일 잘하니까 지금까지 못해 본 개그를 해보자는 게 콘셉트 방향이었어요.
재형 우리 모두 "세상에 없던 개그를 해보자"는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었어요. 아이템 회의를 2주 동안 하면서 새로운 개그 소재를 찾았죠. 각자 아이디어를 내놓고 유튜브에서 검색해본 뒤 비슷한 게 있으면 (아이템을) 거르는 방식으로 회의를 이어갔어요.
<동네놈들> 하면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먼저 떠오릅니다. 가장 큰 반응을 일으켰던 영상을 꼽으면요?
부기 '헬스장' 몰래카메라 편이요. 보통 오후 7시 30분에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진호가 밤새 편집하느라 피곤했는지 오전에 영상을 올렸어요. 영상이 게재된 걸 보고 바로 삭제했는데 공개됐던 2시간 남짓 동안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었어요. 영상을 미리 본 분들이 "나는 영상 봤다. 이번 편 너무 재미있다"고 말해주셨고 못 본 분들이 빨리 영상이 업로드됐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해주셨던 게 생각나요.
진호 헬스장 몰래카메라는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서 1위를 차지했던 콘텐츠예요. 큰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해 많이 놀랐어요. <동네놈들>이 가져가야 할 개그의 방향성을 잡게 해준 계기가 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재형 저는 '엘리베이터 몽타주' 영상이요. 엘리베이터에 몽타주가 붙어 있고, 몽타주 속 범죄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단순한 발상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죠. 해외 구독자가 늘어나게 된 영상이기도 해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전체적인 과정이 궁금해요.
재형 보통 일주일에 두 편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일요일에 쉬어요. 월요일에 하루 종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화요일에 촬영한 뒤 바로 편집을 하는데, 편집은 진호가 담당하고 있어요. (진호가) 편집을 하는 동안 부기와 제가 목요일에 촬영할 아이디어를 구상해요. 목요일 촬영에 필요한 장소 섭외는 제가 하고 부기는 정해진 아이디어에 세밀한 부분을 완성하죠. 화요일 밤이나 수요일 새벽쯤 편집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영상을 봐요. 그리고 업로드한 뒤에 촬영을 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해요.
진호 영상을 클릭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여부가 달린 섬네일(영상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이미지) 한 장을 정하는 데도 2시간 정도 회의를 해요. 띄어쓰기, 글씨체와 크기, 위치까지 각자의 의견이 달라서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초기에 만든 섬네일을 업로드했다가 중간에 바꾸는 경우도 있고요.
개그 콘텐츠, 선정성을 버려야 사랑받을 수 있다
<동네놈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선정적이라는 편견을 지워냈다는 데 있다. 세 사람은 시청자뿐 아니라 몰래카메라의 대상이 되는 이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기에 기획 단계부터 영상을 업로드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몰래카메라의 수위 조절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재형 몰래카메라 콘텐츠는 자칫하면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때리고 놀리는 방식의 개그는 우리끼리만 하고 저희가 노는 모습을 본 시민들의 리얼한 반응을 담는 데 주안점을 둬요.
부기 콘텐츠를 기획할 때마다 저희가 몰래카메라를 하는 이유를 상기해요. 속이는 대상을 화나게 하거나 놀라게 만드는 게 아닌 웃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하죠.
진호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요. '내가 당했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를 고민해보는 거죠.
영상에 표현된 단어, 제스처 등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데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형 완성된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편집이 끝나면 모여서 같은 영상을 2~3시간씩 봐요. 재미를 위해 가미한 표현, 제스처까지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보면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말 한마디, 행동, 손짓 하나 등 모든 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니까요.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할 거 같아요.
진호 맞아요. 코미디언으로 살면서 큰 관심을 받은 게 처음이고, 보는 분들의 기대감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거든요. 저는 실제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병원에 다녀와서 멤버들을 만나 얘기하니 두 사람도 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처음에 우리가 하고 싶었던 개그로 사랑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우리만의 재미를 찾아가자"는 대안책을 찾았어요. 개그를 하는 우리와 보는 분들이 모두 재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유튜브를)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네놈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선정적이라는 편견을 지워냈다는 데 있다.
개그 유튜버가 나아가야 할 방향
개그 유튜버 1세대로 활약하는 <동네놈들>은 코미디언 동료들의 유튜버 진출이 반갑기만 하다. 지상파 3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면서 설 무대를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코미디언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어요.
부기 굉장히 절망적이었죠. 공채 시험에서 7번 탈락한 뒤 8번째에 합격했거든요.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유튜브를 하기 전까지 한 달 수입이 30만원이었어요. 개그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 관련된 일을 찾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고요.
진호 업계를 떠나야겠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19살 때 공채 코미디언으로 합격한 뒤 10년 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게 없었으니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재형 먹고살기 바빠서 기분이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아요.(웃음) <웃찾사>가 폐지되고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거든요. 저희 콘텐츠 속 유행어인 "좋아! 좋아! 좋아!"는 알고 보면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구호예요.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재를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코미디언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죠.
진호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코미디언들이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빛을 봤으면 좋겠어요. 방송에서 두각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사석에서 만나보면 재미있는 코미디언이 많거든요.
부기 저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희가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는 유튜브 시장에 코미디언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코미디언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죠.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서도 주목받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다 보면 기회가 올 테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네놈들>에게 자극을 주는 경쟁자가 있나요?
재형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채널 <피식대학>이 좋은 자극제가 돼요. 저희가 콩트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주목받았다면 <피식대학>은 '유튜브판 캐릭터 쇼'로 성공한 케이스죠.
부기 성공하는 채널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웃음을 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종종 혐오스러움을 개그로 포장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자극적인 콘텐츠를 시작하게 되면 점점 더 큰 자극이 필요해지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유머가 혐오로 소비되면 개그 자체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돼요. 그런 측면에서 여럿이 함께 채널을 운영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함께 논의할 사람이 있어 좋아요.
끝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부기 수입이나 구독자 수에 얽매이지 않고 1년만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둬도 괜찮으니 정해진 기간에 열심히 해보는 거죠.
진호 "그냥 시작하고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사람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을 하게 되고, 실망이 거듭되면 의욕이 사라지니까요. 처음부터 잘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걸 기억하고 일단 시작해봤으면 좋겠어요.
재형 하고 싶은 걸 해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유행은 지나가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한 뒤에 콘텐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튜브 채널 <동네놈들>
SBS 공채 개그맨 출신 안진호, 최부기, 정재형이 운영하는 개그 콘텐츠 채널로 13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일상을 배경으로 한 '콩트형 몰래카메라'로 사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