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프랑스 사람들은 나체주의란 말 대신 '자연주의'라는 표현을 쓴다. 게다가 자연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나체주의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다고 주장한다. 나체주의자들이 순전히 나체를 남들의 눈에 드러내는 것이라면, 자연주의자들은 자연과 사람 그 본연의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고,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처럼 자연과 소통하는 삶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총 150개의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캠핑장과 150여 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대부분 일반 관광객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고, 길목에서 누디스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경고문도 부착돼 있다. 그만큼 자연주의자들은 자기들만의 바캉스를 보내기 원한다. 자연주의자들끼리는 처음 보는 사이에도 말을 편하게 하고, 친구처럼 대한다.
나체주의 바캉스는 흔히 생각하듯 성인 남녀들만이 비밀스럽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한 온 가족이 즐기는 진짜 휴가의 개념이다. 취재 중에 만난 아이들도 "자연주의는 자연스럽다"며 웃었고, 옷을 입고 있는 필자를 '텍스틸(천 쪼가리)'이라고 불렀다. 옷을 벗고 있는 것 외에 그들의 바캉스 모습은 일반적인 바캉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사실 이런 자연주의 바캉스 문화는 20세기가 지나 시작됐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안 르코크. 1930년대 프랑스 북부의 한 도시에서 당시 21세였던 크리스티안은 친구와 함께 댄싱바에 갔다가 우연히 부르주아 커플과 동석하게 된다. 그 커플은 크리스타인과 그 친구에게 다음 주에 자신들과 '운동'을 하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크리스티안은 동의했다.
커플이 알려준 장소는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성벽이었는데, 그곳은 당시 프랑스의 부유한 소수의 사람만이 나체로 스포츠를 즐기는 클럽이었다. 서민층이었던 크리스티안은 자연주의의 매력에 푹 빠져 비싼 회비까지 내며 그 클럽에 정기적으로 참가하게 됐고, 거기서 남편도 만난다.
크리스티안은 당시까지 극소수 엘리트층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됐던 나체주의를 자신 같은 서민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의 꿈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경제가 회복되고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바캉스가 보편화되는 1950년대에 이뤄지게 된다.
크리스티안은 글을 읽거나 쓰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사고방식만큼은 시대를 앞서나갔다. 그녀의 남편이 프랑스 자연주의 연맹(FFN)을 창립하고 나서, 단체를 대표하는 소식지를 발행했을 때 크리스티안은 프랑스 각지를 다니며 자연주의에 관한 소식을 취재하고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자유로운 자연주의를 위한 연합(APNEL)'의 회장까지 맡았고, 여성으로서 그런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2014년에 103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그녀는 자연주의를 실천했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하는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