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집 밖 풍경
아파트 특유의 답답함이 싫어 주택 생활을 선호했던 이영철·김해숙 부부는 올해 초 한강과 푸른 산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주상복합아파트로 이사했다. 자녀 모두가 해외에 거주하는 터라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지내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집에 대해 더욱 신경을 많이 썼는데, 부부가 함께 노후를 보낼 공간으로 이 집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달리 로비가 있어 조금 더 여유로운 풍경, 대형 쇼핑몰이 근처에 있어 생활이 편리하다는 점과 더불어 특히 앞뒤로 펼쳐지는 전경에 반했다고.
특히 남편 이영철 씨는 소설 <토지>를 감명 깊게 읽고 드라마도 챙겨봤을 정도로 좋아한다. 언젠가 드라마 속 하동의 최참판댁에 가본 적이 있는데 섬진강과 지리산, 악양 평사리 들녘이 보이는 집 주변의 아름다운 전경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특히 섬진강이 저 멀리서 굽이쳐 들어오는 전경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는데, 이 집을 처음 보러 왔을 때 한강이 멀리서 흘러 들어와 집 앞을 지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단다. 강과 함께 흘러오는 행복과 좋은 기운이 집 앞으로 흐르고 날이 좋으면 도봉산과 북한산, 아차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영철 씨의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신 도봉산과 그 너머의 풍경이 보여 더욱 마음에 든 집이다.
선택과 집중의 인테리어
이영철·김해숙 부부는 ‘정리와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이 집의 인테리어를 정의했다. 지금은 모두 해외에서 자리 잡은 아이들의 물건, 출판사를 운영했던 남편의 많은 책,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한 물건으로 2명이 살기엔 많은 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결혼 4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모인 물건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심했다.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은 없었지만 미스앤루이스의 이주형 소장과 의견을 나눠가며 만들었다.
“집에 들어섰을 때 일반적인 아파트의 모습이 아니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이 집에 이사 오기 전에 주로 주택 형태의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파트 특유의 답답한 느낌이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수납공간이 많았던 현관은 심플한 벤치와 간단한 수납공간으로 대체했고 거실과 주방이 있는 메인 공간을 잇는 이국적인 디자인의 아치가 완성됐다. 여러 개의 아치가 겹쳐 있는 디자인은 방문을 가리는 약간의 기능이 더해졌는데, 이영철·김해숙 부부의 마음에 쏙 든 결과물이 나왔다.
거실은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김해숙 씨를 위해 마루와 대리석을 함께 썼고, 서재였던 방을 터 넓은 주방을 완성했다. 김해숙 씨가 좋아하는 그릇을 장식하기 위한 작은 상부 장을 만들고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책상도 제작했다. 넓은 아일랜드와 싱크대를 설치해 넉넉한 하부장 수납만으로도 시원하면서 깔끔한 주방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요리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가스레인지가 있는 보조 주방은 안쪽으로 배치했다. 특히 주방 쪽 창에는 선반 겸 앉을 수도 있는 원목 벤치를 설치했는데, 아침이면 창밖의 강과 산을 바라보며 부부가 함께 티타임을 즐긴다.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침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앤티크풍의 고가구와 어우러지는 모던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꾸몄다. 다른 공간과는 달리 이 방은 가구에 인테리어를 맞췄는데 웨인스코팅, 현관과 통일감을 준 아치 형태의 가벽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부부와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한 손때 묻은 가구의 깊이감과 인테리어가 멋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음악을 좋아해 집 안 곳곳에 스피커를 두었고, 남편 이영철 씨가 사용하는 서재는 그동안 출판했던 책과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액자 인테리어로 삶의 기억을 담아낸 공간으로 만들었다.
끝날 듯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 자발적 ‘집콕’을 유발하는 집. 창문 너머의 풍경을 액자 삼아 식물을 가꾸고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조화롭게 인테리어를 풀어낸 이영철·김해숙 부부의 집은 오래 머물고 싶은 집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