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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섹스

즐겁고 건강하게,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섹스 라이프를 만들어주는 것들에 대하여.

On July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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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성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킨제이 연구소 연구팀(Kinsey Institute)이 18~81세 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의 사람들의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섹스 횟수는 코로나19 초기에 증가했으나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감소했으며, 응답자 중 44%가 성생활의 질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우먼센스> 독자 역시 '코로나19 이후 섹스 라이프에 변화가 있나?'라는 물음에 39%의 응답자가 '변화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중 69%의 응답자는 '성관계의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답했다(6월 4일부터 10일까지 144명이 응답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킨제이 연구소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횟수는 줄었으나 방법은 다양해졌다는 것. 새로운 체위를 실험해보거나 섹스토이 등 도구를 사용한다거나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공유하고 시도하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의 경우 디지털을 매개로 이성을 만나고, 영상통화를 통한 비디오 섹스를 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디지털 시대의 섹스

이런 흐름 때문일까? 섹스 산업에도 언택트 트렌드가 스며들었다. 섹스 대신 넷플릭스를 보거나 포르노로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늘어났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로 가상섹스를 즐기겠다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앱 '하이브리'는 이른바 증강현실 섹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실 세계에 추가 정보를 가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게 AR인데, 이는 곧 내 생활 공간에 아바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이브리'는 이용자가 아바타 모델을 선택하고 원하는 이상형의 모습에 따라 헤어스타일, 체형, 목소리, 성격을 설정한 후 집으로 데려와 데이트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집 소파에 함께 앉아 수다도 떨 수 있고 섹스도 할 수 있다는 것. 아바타는 52가지 성적 포즈와 동작을 보여줄 수 있다고.

VR포르노도 개발되고 있다. VR은 모든 공간이 컴퓨터로 만들어놓은 가상 세계라는 점에서 AR과 차이 나는데, VR포르노는 향후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점쳐진다. 이전까지 포로노를 보는 시청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형태였지만 VR과 포르노가 결합하면 시청자가 곧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가상공간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포르노 스타들이 등장하고, 시청자는 섹스토이를 이용해 그들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

실제로 성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너티아메리카는 <섹시한 가정부>라는 VR포르노를 제작·판매해 큰 수익을 얻었다. 포르노를 보기 위해 하드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불법 다운로드 등의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일각에서는 섹스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일명 듣는 포르노로 통하는 보이스 포르노도 있다. '딥시'는 '내가 정말 원하는 섹스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여성 둘이 합심해 만든 음성 포르노 콘텐츠 앱. 성우들이 섹스 콘텐츠를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폭력적이거나 가학적인 설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영상에 비해 성별, 성정체성, 장애 여부의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자신을 투영한 아바타를 이용해 성적 쾌락을 느끼는 섹스 아바타도 있다. 게임 속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3D 아바타를 만든 후 다른 사용자들과 교류하는데, 아바타끼리 섹스도 할 수 있다고. 그야말로 가상 세계의 섹스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 '리얼돌 체험방'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수입과 판매가 합법화된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로 관심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리얼돌의 상용화를 두고 '성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과 '성적 대상화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리얼돌 판매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성인용품 멀티숍 레드런테이너 구중회 실장은 리얼돌 유통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얼돌은 대부분 이용자가 지정한 대로 외형이 만들어지는데, 국내엔 리얼돌의 외형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가령 아동성애자가 아동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구매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리얼돌을 폐기 처분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대다수 성인용품은 프라이빗한 도구라고 생각해 밀봉해 버리는데, 사람만 한 부피의 인형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아 토막 내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 구중회 실장은 "최근엔 리얼돌 폐기를 요청하면 회수해가는 업체도 생겼는데, 일부 업체는 수거한 리얼돌을 녹여 다시 리얼돌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한다. 리얼돌은 실리콘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비위생적이고 질병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쁨을 찾는 도구 '섹스토이'

모든 섹스토이가 리얼돌처럼 사람의 몸을 본떠 만들었을까? 아니다. 최근 섹스토이 산업이 발전하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심지어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섹스토이들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는 자신이 설립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굽(GOOP)'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선보이곤, 지난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핑크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자신의 사진에 해당 바이브레이터를 합성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바 있다. 또 립스틱 모양의 우머나이저나 목걸이 형태의 바이브레이터가 출시되는 등 위화감 없는 디자인의 섹스토이가 성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싶은 이들의 눈길을 끄는 중이다.

섹스토이숍 플레져랩 곽유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문의하는 고객이 확연히 늘었다. 20대 커플부터 4050대 부부까지 문의하는 연령대가 다양하다. 4050대 부부의 경우 자녀가 성장한 후 또 다른 기쁨을 찾고 싶다고 방문한다. 일부 고객은 40년 만에 처음 느끼는 감정을 경험했다고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즉, 섹스토이는 '내 기쁨을 찾는 도구'다. 섹스토이가 내 몸을 통해 얻는 기쁨을 더 크게 만들어준다는 것인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내 몸에 맞는 섹스토이를 찾는 게 먼저다. 마치 내 체형에 맞는 옷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플레져랩 곽유라 대표는 섹스토이를 구매하기에 앞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탐색할 것을 권한다. 내 몸의 어느 곳을 만질 때 어떤 자극이 오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아야 알맞은 섹스토이를 고를 수 있고, 나아가 파트너와의 성생활에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에게 성생활에서 고민되는 부분을 상담하는 것도 좋다. 최근 섹스토이숍에선 직접 상담을 하고 섹스토이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다. 곽유라 대표는 "섹스토이 입문자라면 공기압을 이용해 흡입하는 기능이 있는 우머나이저를 추천한다. 직접적인 자극을 선호하면 진동 기능이 있는 딜도를 권한다. 또 최근엔 커플이 함께 자극을 느낄 수 있는 링 바이브레이터의 인기도 좋다"고 밝혔다.

양지로 나온 '섹스토이숍'

  • 플레져랩

    여성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섹스토이숍이다. 간호사 출신의 여성 대표가 여성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섹스토이숍을 만들고 싶어 오픈한 공간이다. 친절하고 배려 깊은 상담으로 섹스토이를 추천해주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의 섹스토이를 소개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10 문의 02-323-0610 인스타그램 @pleasure_lab

  • 레드스타일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섹스토이숍으로 운영되는 그야말로 섹스토이 백화점이다. 유럽에서 수입한 섹시한 디자인의 남녀 속옷을 직접 보고 만져본 후에 구매할 수 있고, 분위기를 한층 로맨틱하게 만드는 퍼퓸이나 입욕제 등의 화장품도 볼 수 있다. 주소 서울 중구 명동7길 18 문의 02-318-3348

  • 별꼴상회

    홍대역을 지나 '연트럴파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보라색 건물이 별꼴상회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데 알고 보면 섹스토이숍. "모두의 취향을 맞추겠습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곳으로 각양각색의 제품이 구비돼 있다. 모든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실패 없는 구매를 할 수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 177-7 문의 010-4329-5850 인스타그램 @hong_monster

  • 피우다

    마치 자연주의 화장품 매장을 연상케 하는 숍이다. '피우다'라는 이름은 '꽃을 피우다'라는 표현에서 따온 말인데, 꽃을 피우듯 성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효과와 안정성을 우선으로 섹스토이를 선별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13-1 문의 02-796-0698 인스타그램 @piooda.life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규남,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7월호
2021년 07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규남,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