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라면을 먹었다.
며칠 전 온 가족이 외출하는데 주안이가 새로 산 트레이닝 바지의 허리가 컸던 모양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주안이는 고개를 숙여 허리 부분을 한참 보고 있었다.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고 한참 꼬물대는 모습이 귀여워서 "아빠가 해줄게. 뭐 때문에 그래?"라고 했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내가 할게. 내가 할게!"라고 답했다.
그러고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타기 전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고, 결국 주안이는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주안이를 대신해 허리춤에 있는 끈의 리본을 매줬다. 얼마 전 주안이에게 리본 매듭 짓기를 가르쳤는데, 그 후 연습에 돌입한 주안이는 몇 차례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래서 리본 매듭 짓기를 스스로 한다고 답했던 것이다.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 주안이의 모습.
요즘 우리 부부는 새로운 작품 연습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래서 주안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역시나 "내가 할게"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샤워를 시켜줬는데, 얼마 전부터 스스로 할 것이라며 누구도 욕실에 얼씬 못 하게 한다고.
이제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까지 완벽하진 않았다. 주안이는 샤워를 마치고 갈아입을 옷을 달라면서 거실에 "짜잔~" 하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 주안이는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다.
주안이가 "내가 할게"라고 말하는 일이 늘어나자 아내는 주안이에게 고등학생이 푸는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며칠 동안 수학 문제를 풀며 재미있게 놀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주안이가 우리에게 지난밤 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주안이는 "어제 꿈에서도 엄마가 고등학교 2학년이 푸는 수학 문제를 풀라고 했어.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서 난처해했다. 나와 아내는 눈을 맞추며 웃은 뒤, 비몽사몽으로 눈을 비비고 있는 주안이에게 "지금 고등학교 2학년 수학 문제를 풀어"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면서 "이거 꿈이지?"라는 주안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한바탕 웃었다.
주안이에게 "왜 '내가 할게'라고 안 해? 요즘 주안이가 다 한다고 하잖아. 이 닦기, 샤워하기, 옷 갈아입기, 신발 신기 모두 자기가 한다면서. 그런데 이거는 왜 안 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안이는 "아잇, 이거는 다른 거야"라며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주안이의 이런 모습이 귀엽다. 아직까진 품 안의 자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아빠로서 주안이가 오랫동안 품 안의 자식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는 주안이.
엄마와 함께 디저트 타임을 가졌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