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홍정환 부부는 지난해 초,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고 약혼을 거쳐 지난해 10월 결혼에 골인했다. 최근 들어 드문 재벌가 간의 결혼이었기에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5월, 결혼 8개월 만에 합의이혼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만남부터 약혼까지, 또 결혼과 이혼까지 초스피드로 이뤄진 이들의 결혼 스토리를 정리해봤다.
8개월 만에 파경
1991년생으로 세는나이 31살인 서민정 씨와 1985년생으로 37살인 홍정환 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지난해 초, 연인 관계인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고 교제 3개월 만인 2020년 6월 27일 약혼식을 올렸다.
약혼식은 ‘세기의 커플’답게 화려했다. 홍정환 씨의 고모인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장남인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 홍석조 BGF그룹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등 80여 명이 약혼식을 찾았다. 당시 서민정 씨가 입은 550만원대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지방시 드레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4개월 뒤인 2020년 10월 19일에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코로나19를 고려해 더 조촐하게 치렀다. 하객은 40여 명, 약혼식을 찾았던 재계 인사들은 결혼식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007 작전을 방불케 한 시크릿 결혼식은 하객 선물 하나하나까지 뉴스거리가 될 만큼 화제였다.
재계를 대표하는 선남선녀의 결혼이기도 했다. 서민정 씨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약 2년 만에 복귀했다. 그 후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에 입사했다. 보유한 주식 평가액만 2,000억원이 넘어 2019년에 30대 이하 주식 부자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서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보유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53.78%)에 이어 2대 주주다. 경영 승계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 이니스프리(18.18%) 등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고. 외가인 농심그룹 지주사 농심홀딩스 지분(0.30%)도 있다.
홍정환 씨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 심사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한화(인베스트먼트·드림플러스), 스파크랩스 컨소시엄 등과 함께 스타트업 ‘웨이웨어러블’의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서민정·홍정환 씨의 결혼에 주목한 이유는 ‘파급력’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으로 연결된 재벌가의 혼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랜 시간 그룹 간 혼사로 혼맥을 만들어온 대표적인 재벌가 중 하나다. 조선일보·농심·롯데그룹과 연결됐다. 서경배 회장의 부인 신윤경 씨는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로, 서민정 씨는 신춘호 회장의 외손녀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사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공공연했지만 한집안에서 비롯된 두 그룹은 2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관계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한 상황이었다. 또 서경배 회장의 형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고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장녀인 방혜성 씨와 결혼했다.
홍정환 씨는 범삼성가다. 그는 고 홍진기 보광그룹 창업주의 3남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이다. 홍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홍정환 씨는 삼성가의 이재용·부진·서현 3남매와 고종사촌 관계다.
이 때문에 재계는 아모레그룹과 보광뿐만 아니라 삼성과 롯데, 농심까지 하나로 묶는 결혼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보광이 사업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이혼 결정으로 범삼성가와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이 인연은 8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다만 짧았던 결혼 기간만큼 딱히 두 기업 간 피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추정한다.
공시로 알려진 이혼 소식
사실 서민정·홍정환 씨의 이혼 소식은 언론 보도 직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간 ‘사이가 좋다’고 볼 모습만 비쳤기 때문이다.
지난 2월 8일에는 서경배 회장이 맏사위 홍정환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10만 주를 증여하며 사위 사랑을 입증했다. 당시 주가 기준 63억원에 상당했다. 또 두 사람은 지난 3월 서민정 씨의 외할아버지인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례식장에 첫날 동석해 조의를 표한 데 이어 입관식과 발인에도 함께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혼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에서 ‘몰랐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둘의 이혼은 주식 반환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1일, 서경배 회장이 홍정환 씨에게 증여한 주식 10만 주를 회수한다는 사실을 전자 공시한 것. 그러면서 둘의 관계가 ‘이혼’이라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위에게 증여한 10만 주를 회수한다는 내용이 전자 공시로 언론에 공개된 직후, 둘의 이혼 소식은 언론에 기사화됐다.
3개월 반 만에 이뤄진 증여와 증여 회수였는데 재계 관계자는 “증여 회수를 결정하고 실제 공시를 할 때까지 못해도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다”며 “정확한 사유는 모르지만 증여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부부관계가 5월 초에는 크게 흔들렸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한때 SNS 등에는 두 사람의 이혼 사유를 추정한 내용의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이혼 사유는) 사생활이라 구체적인 사유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다만 ‘과거와 달리 본능에 충실한 MZ(1980~2000년대생)세대의 특징’이 재계에서도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삼성그룹 이재용·대상그룹 임세령 부부의 경우 이혼에 도달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 틀어진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와 달리 8개월 만에 이혼을 공식화한 것은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는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보는 눈을 많이 의식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두 사람은 자기 의사 표현이 분명한 MZ세대 아니냐”며 “서민정 씨는 똑 부러지게 일 처리를 하고 할 말은 하기로 알려졌는데 ‘아니다’라는 판단이 들자 곧바로 행동(이혼)에 옮긴 게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홍보업계 관계자 역시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이혼은 급작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오너 일가에 ‘이혼 경력’이 흠이 아닌 시대가 됐다는 점, 남성만 경영에 참여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보여주는 세기의 이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