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행복감을 키워주기 위해 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는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참여하는 자율학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자의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진로를 모색한다는 취지는 매우 좋으나 한두 학기를 시험 없이 보내다가 막상 치르는 첫 시험 앞에서 중학생들은 우왕좌왕할 수 있다. 게다가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 점수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도 부담스럽다. 특히 담임선생님에게 모든 과목을 배우던 초등 때와 달리 과목별로 달리 만나는 선생님들 속에서 시험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난감하다.
첫 시험을 마주하면 아이들로서는 그 많은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지가 관건이다. 수학이나 영어는 초등학생 이전부터 수학 학습지를 한다거나 TV용 영어 프로그램을 접했으니 다소 익숙할 수 있겠지만 평소 소홀히 여겼다가 나중에 발목 잡힐 수 있는 과목이 바로 국어다.
국어는 여학생이 다소 앞서기도 하는 게 사실이지만 수학이나 영어만큼 평소 공들이지 않다 보니 성별 상관없이 갑자기 당황스러워지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국어는 어차피 우리말이니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다른 과목보다 뒷전으로 밀린다. 나 역시 그랬다. 결국 고등학생이 돼 국어가 좀 힘들다는 아이의 말에 짧은 여름방학 동안 딱 여섯 번, 재수생을 지도하는 개인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수업을 참 좋아했다.
“물을 먹여주지 않고, 물가로 데려가서 물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에요.”
시험에 나올 만한 핵심 문제를 콕 찍어준 것도 아니고, 시험에 나올 지문을 귀띔해준 것도 아니며 저 스스로 공부하도록 했다는 말인데 그런 수업이 좋다고? 처음에는 의아했던 그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문제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맥락 파악을 도와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준 수업이었다. 떠먹이듯 뽑아준 문제만 달달 외워 풀다 보면 당장은 몰라도 결국 공부는 한계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물 마시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 스스로 읽게 하고, 스스로 풀게 하고, 스스로 보게 하는 힘. 암기와는 다른 이해였다.
중등 국어의 내신 점수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학교마다 사용하는 교과서가 다르니 자신이 사용하는 국어 교과서의 출판사에 맞춰 자습서와 평가 문제집을 준비한다. 교과서를 두 번쯤 제대로 읽어보고 자습서에 나와 있는 상세한 풀이 설명을 빠짐없이 체크하면서 내용을 이해한다. 수업 시간에 특별히 국어 선생님이 강조했던 부분을 자습서에서 찾아 열심히 암기하고 마무리로 평가 문제집을 두 번쯤 풀어본다. 시험의 지문도 교과서나 자습서의 범위를 넘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점수 받기는 충분하다. 문제는 고등 국어와 수능에서 발생한다.
고등 국어는 지문을 읽은 후 생각하고 분석해야 한다. 비록 교과서의 지문 안에서 문제가 나온다고는 해도 비문학과 문학의 차이를 이해하고 사고와 추론이 필요하며 어휘와 문법을 세세히 알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능력도 갖춰야 한다. 수능은 어떤가. 교과서 밖의 외부 지문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의 풍부한 상식도 필요하니 단기간의 암기로는 결코 해결이 안 된다.
혹자는 책만 많이 읽어도 국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권수 채우듯 읽어낸 다독이 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잘 이해한 제대로 된 독서여야 도움이 된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아직도 시간은 많다. 매일 10분만 투자해 아이의 국어 실력을 키워주자. 초등학생이라면 아이가 읽은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며 주제를 찾도록 도와주고 자신이 쓴 일기의 주제를 뽑아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중학생이라면 함께 본 뉴스나 드라마, 영화를 활용해 한 줄 주제로 정리해내도록 아이에게 말을 걸자.
국어 공부의 기본은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 말 그대로 ‘주제 파악’을 잘하는 것이 국어 공부의 기본 실력을 키워줄 것이다.
글쓴이 유정임
MBC FM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