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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건네는 질문, 공유의 대답

배우 공유가 돌아왔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물음을 들고.

On May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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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의 남편 ‘대현’을 담담하게 소화해낸 배우 공유가 이용주 감독의 신작 영화 <서복>으로 돌아왔다.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을 비롯해 영화 <밀정>, 드라마 <도깨비> 등 자신의 색채로 캐릭터를 풀어내는 그의 복귀가 반갑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과 음모에 휘말린 그를 지키려는 전직 정보 요원 ‘기헌’(공유 분)의 이야기를 담은 SF물이다. 영화는 근미래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기존 SF물과 다른 길을 간다. 영생을 누리는 복제인간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간의 상반된 생에 관해 물음을 던지는 인간적인 스토리가 핵심이다. 극 중 공유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고통스럽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기헌을 연기한다. 한 번의 거절과 고심을 거듭해 선택한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당하기에 너무 큰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배우인 저부터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복>은 ‘왜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데 답이 선뜻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거절했어요. 이후 다시 출연 제안이 왔고, 이용주 감독님을 만나서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기획 의도를 듣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제가 이해한 <서복>과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이 같다고 느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피할 수 없는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고통 속에 사는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혹독한 체중 감량을 했다. 점점 수척해지는 공유를 지켜보던 이용주 감독이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만류했을 정도로 외형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기헌을 떠올렸을 때 눈이 푹 꺼진 이미지가 연상됐어요. 그래서 수척해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식단 관리를 했죠. 외형까지 묘사해야 캐릭터에 이입이 잘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 ‘왜 이렇게 얼굴이 상했지? 너무 늙었다’고 할 정도로 살을 빼려고 했는데, 점점 퀭해지니까 주변 사람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더라고요. 다이어트가 힘들긴 했지만 극 중 인물이 돼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어요. 배우로서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기도 해요.”
 

“삶의 의미, 평생 풀어야 할 숙제”

공유는 이번 캐릭터를 두고 감독과 수도 없이 대화를 나눴다. 배역에 대한 완전한 이해, 캐릭터에 깊게 이입해야 한다는 그의 연기 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간 이전에 기헌이 살아온 삶, 뇌종양이라는 병명을 알게 된 시점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기까지 어떻게 지내왔을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저는 기헌이 훨씬 어두운 인물일 거라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아웃사이더일 거라 이해하고 접근했죠. 또 타인을 대할 땐 무례한 사람일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시한부 캐릭터라고 해서 어둡기만 한 인물로 그려지길 바라지 않으셨어요. 고통 속에 살지만 장난도 잘 치고 동료들과 잘 지내는 인간적인 모습이 있을 거라 생각한 거 같아요. 또 저는 병명을 알게 된 기헌이 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시도했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좋다는 약을 전부 복용해봤을 테고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감독님과 기헌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캐릭터에 스며든 거 같아요.”

공유가 이번 영화에 임하면서 주안점을 뒀던 건 ‘기헌의 시선’이다. 관객이 기헌의 고통에 공감하고, 기헌의 시점에서 서복을 바라봐야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관객에게 기헌이 느끼는 삶, 고통, 죽음 등이 잘 전달되는 것이에요. 기헌의 입장에서 서복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관객이 ‘내가 기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게 영화의 핵심이라고 봐요.”

복제인간 서복으로 분한 배우 박보검의 소식도 전했다. 당초 공유와 박보검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박보검은 지난해 8월 해군 군악의장대대에 입대해 <서복> 홍보 활동에 함께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인터뷰 전날(4월 12일) 보검 씨한테 연락이 왔어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떨린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부대 안에서 영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옆에서 본 보검 씨는 어떻냐고요? 촬영 내내 저를 잘 따라와줬고, 반대로 이끌어줄 때도 있었어요. 알려진 대로 인성이 바른 친구였죠. 또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먼저 생각하는데, 제 입장에서 어떤 마음인지 정말 잘 알겠더라고요. 제가 지나왔던 길과 비슷했거든요. 그래서 보검 씨에게 ‘너무 속으로 혼자 생각하지 말고, 답답한 게 있거나 투정 부리고 싶은 게 있으면 표현하고 분출하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도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OTT 티빙(TVING)으로 동시 개봉하게 된 데 대해서도 속내를 밝혔다. <서복>은 지난 2019년 10월 촬영을 마쳤으나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개봉 일정을 연기해왔다.

“솔직히 개봉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내려놓은 때도 있어요. 이 영화에 대해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제때 개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있었고요. 점점 기대치만 높아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관객이 기대하는 바와 영화가 가는 길의 간극이 너무 크면 어쩌나 싶어요. 영화가 개봉한 건 다행이지만 부담스러운 점은 여전히 있어요. 혹여나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점에 우리 영화가 너무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로 흘러갔다. 공유가 영화 출연을 고사한 이유와 고심 끝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같다는 점에서 배우 공유, 인간 공지철의 삶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사실 아직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어요.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삶의 의미’에 대한 답을 하고 싶어서였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짧은 기간 안에 답을 찾아낼 수 있는 가벼운 질문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누구에게나 그렇듯 저에게도 평생 지고 가야 할 고민인 거죠. 이제는 죽기 전에만 깨달아도 복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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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벌어진 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사로잡혀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는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려고 해요. 오늘 하루동안 내가 다른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말, 할 수 있는 좋은 일에 대해 생각해요. 후회 없이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오늘의 소중함을 깨닫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공유. 그의 필모그래피는 조금 특이하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영화 <김종욱 찾기>로 로맨스 코미디의 정석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매 순간 다른 길을 찾아 개척해왔다. 영화 <도가니> <밀정> <82년생 김지영>,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까지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고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그다. 그런 그가 어떤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저에게 고민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요. 그래서 고민에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하죠. 배우의 작품 선택 기준이나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한눈에 보이는 게 필모그래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갈수록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에 더 신중해져요. 영화가 배우만을 위한 예술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작품을 통해 ‘공유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공유는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나중에 쌓인 필모그래피를 통해 저라는 사람이 그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공유는 작품마다 남다른 책임감을 느낀다. 작품 한 편이 제작되기까지 자신이 지고 가야 할 무게를 잊지 않는다는 것. ‘연기에 누구보다 진지하고 세심한 배우’라는 그를 가리키는 평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언제나 제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제가 잘하지 못했을 때 영화가 무너질 거라는 압박, 책임감이 커요. 배우로서 나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앞으로도 연기할 때 늘 유념하고, 헤쳐나가야 할 요소이기도 하고요. 제가 가진 기량 이상의 것, 주어진 상황 속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늘 생각하고 더 잘해내려고 하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공유는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하는 법이 없다. 어떤 질문에도 고민 하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영화에 나타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두려움의 서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랜 시간 뜸을 들였다. 그리고 이어진 “인간 공유의 욕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술 한잔하면서 할 이야기 같은데요?(웃음) 저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왜 이렇게 서로 해코지하고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떤 상황이든 상대방의 입장이 돼서 고민하는 편인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종종 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제 논거에 입각해 잘못 내린 판단일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그런 상황과 부닥칠 때마다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어 두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언급한 욕망과 같은 맥락에서 두려움을 느낀다는 그다.

“상처받는 게 두려워요. 관계 속에 얽혀 살면서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알지만,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나봐요.”

공유는 올해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4월 개봉한 <서복> 외에도 영화 <원더랜드>,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처럼 쉬지 않고 20년을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다. 연기적인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누구보다 욕심 있는 배우라는 게 느껴진다.

“어떤 분들은 제가 다작을 하지 않는 배우라고 하던데요?(웃음) 아직은 괜찮지만, 세월을 피해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을 때 실컷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제약이 생기기 전까지 제 마음에 들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많이 나타나길 바라고요. 그렇다면 모두가 다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공유는 지금, ‘오늘의 소중함’에 집중하고 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보다 당장 앞에 놓인 하루에 충실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원래는 걱정이 많은 편이었어요. 이미 벌어진 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사로잡혀 많은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이제는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자’고 생각해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다른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말, 할 수 있는 좋은 일에 대해 생각해요. 후회 없이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진지하고 솔직한, 그리고 누구보다 대담한 배우 공유. <서복>이 남긴 의미를 풀어놓던 그가 말미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인터뷰 내내 솔직함을 보여준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인터뷰에 응한 거라 반가워서 그랬는지 두서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네요. 옆에서 스태프가 눈치를 줍니다.(웃음) 제가 거짓말을 못 해서 말하고 난 뒤에 스스로 ‘아차’ 싶은 것도 있어요. 제 이야기를 너무 적나라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주시길 부탁드려요.”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낸 생각을 솔직하게 내뱉을 수 있는 용기가 돋보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모든 문장에서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공유는 그런 배우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2021년 05월호
2021년 05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