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열광하는 ‘부회장님’
59만 4,000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소통하는 오너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는 현재 ‘빅뱅’ 멤버 지드래곤의 팔로어(51만 명)보다 많은 숫자다.
오너의 SNS 마케팅은 작은 실수로도 이미지 타격을 받기 쉬워 오너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찬반 논란이 있으나, 현재까지 그의 오너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격식 없는 모습과 적극적인 소통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의 의지를 실천해나가는 쿨 리더십을 갖고 있는 MZ세대의 구미를 자극한 것.
실제로 그는 한 누리꾼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사진 속에서 입은 청바지의 브랜드를 묻자 “paige jeans(페이지 진)입니다”라며 구입할 수 있는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에도 진출했다. 이마트 유튜브의 배추밭 에피소드에 출연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관련 에피소드 2개는 순식간에 조회 수 100만을 돌파했고 반응도 긍정적이다. 영상은 정용진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는 현장에서 계획에 없던 배추말이쌈을 만드는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고.
누리꾼들은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떤 연예인이 출연하는 것보다 마케팅 효과가 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엔 가장 핫한 소통 창구인 클럽하우스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인수한 야구단의 새로운 구단명 후보군과 팀 컬러, 홈구장의 스타벅스 입점 계획 등을 밝히며, 야구 팬들이 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러웠다며 자신을 “용진이 형”으로 불러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생활 공개를 꺼리는 재벌들의 행동 패턴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재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의 인스타그램을 지켜보는 이들이 상당수고, 동시에 그를 향한 친근감이 상승했다.
또 팔로어들에게 ‘재벌도 사용한다는데 나도 한번 사볼까?’라는 소비 심리를 발동시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59만 명의 팔로어는 잠재적 소비자이기도 한 셈이다. 이에 구매를 자극한 정용진 부회장의 아이템을 살펴봤다.
백종원과 함께 ‘못난이 감자&고구마’ ‘바닷장어’
‘외식계의 큰손’ 백종원과 힘을 합쳐 농가와 어가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9년 SBS 예능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의 전화 한 통에 못난이 감자 30톤을 매입했던 정용진 부회장. 이마트에 ‘맛남의 광장’ 판매 코너를 마련해 해당 감자를 판매했고, 같은 방식으로 못난이 왕고구마 300톤을 사들여 완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SNS에 못난이 왕고구마 사진과 함께 고구마 요리 사진을 올리며 홍보에 열을 가했다.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혀 재고가 쌓인 어가에도 그의 선한 영향력이 뻗쳤다. 백종원과 함께 ‘바다장어무조림’을 개발했고, 해당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애주가 ‘지역 술’ ‘소주 슬러시 기계’
지난 3월 14일 정용진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소주의 신세계. 모든 자료가 국내산. 생화 20가지. 상하농원 방문했을 때 구입했던 청정고창소주. 낮술 하기에 충분한 이유”라는 글과 함께 청정 고창 소주 사진을 게시했다. 그 후 청정 고창 소주가 온라인 몰에서 모두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이마트 입점을 제안했고, 현재 15개 지점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그의 게시글은 청정 고창 소주의 이마트 입점이 이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성된 것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의 입점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4월 14일엔 “소주 슬러시 기계 렌트함. 구입할까 심하게 고민 중. 잘 들어감”이라는 글과 함께 소주 슬러시 기계와 소주 슬러시 사진을 게시했다. 누리꾼들은 “술이 술술 들어갈 것 같다” “알고 보니 애주가시네요”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요리왕 ‘조선호텔 밀키트’ ‘피코크 진진칠리새우’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엔 요리하는 모습이 자주 업로드된다. 그는 자사 브랜드인 피코크나 SSG닷컴의 밀키트를 직접 요리하는 모습으로 브랜드를 알리기도 한다.
특히 SSG닷컴의 ‘조선호텔 삼선짬뽕’과 ‘유니짜장’은 입고와 동시에 주문이 마감된다. 출시 한 달 만에 2만 개 넘게 팔렸던 ‘조선호텔 밀키트’는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후 판매량이 급증했고, 출시한 지 100일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고.
실제로 두 상품의 리뷰엔 “매번 품절이라 못 사다가 이번에 성공했어요” 같은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피코크의 신제품 ‘진진칠리새우’ 역시 비슷한 사례다. 그가 “먹을 만함”이라는 리뷰를 올린 당일 네이버 검색량이 전날보다 11배 늘었다고 알려졌다.
주전부리 ‘꼬북칩’ ‘감자칩’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무려 두 차례나 등장한 아이템이 꼬북칩이다. “아 진짜 어쩌라고”라는 글과 함께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제품 사진을 올린 것. 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대체로 감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얼마 뒤 그는 재차 “에아리아루 vs 꼬북칩”이라는 글과 함께 두 과자가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누리꾼들은 “사진을 보니 나도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먹고 싶다” “구할 수가 없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정용진 감자칩’이란 별명을 얻은 과자도 있다. 그는 “결국 나의 비장의 무기 꺼냄. 블랙써머트러플포테이토칩. 마켓컬리에서 구입”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이 과자 역시 정용진 후광효과를 얻었다. 그의 언급 후 마켓컬리 내에서 판매량이 5배가량 수직 상승했으며, 현대백화점 온라인 몰에서 MD픽 상품 추천 코너에 이름을 올렸다.
부회장님의 ‘골프 장갑’ ‘드라이버’ ‘간식’
정용진 부회장은 골프계에서 알아주는 얼리어답터다. 스윙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자주 게시하는 그는 “어떤 드라이버를 쓰냐?”는 한 골퍼의 질문에 “타이틀리스트 TSi2”라고 직접 댓글을 단 바 있다. 또 핑(PING)의 신제품 G425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 세트를 출시 직전 구입해 시험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최근에는 이마트의 PB 상품 노브랜드의 골프 장갑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됐다. 천연 양가죽으로 만든 골프 장갑은 22호 한 사이즈로 1입당 2매가 들어 있으며 왼손용인데 현재 SSG닷컴에서 일시 품절된 상태다.
용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 치며 배고프거나 당 떨어질 땐 안전빵”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간식 안전빵의 사진을 게재했다. 국산 단팥, 슈크림, 호두 등을 만들어 넣은 빵인데 댓글엔 “어디서 주문할 수 있나요?” “신랑 골프 갈 때 쥐어주고 싶은데 어디서 살 수 있죠?” 등 관심이 이어졌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경기 여주시 자유CC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안전빵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50여 개로 일 방문팀 80여 팀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구입한다고.
옷 잘 입는 중년 ‘청바지’ ‘스니커즈’ ‘앞치마’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는 그는 청바지와 스니커즈 마니아다. 앞서 말한 페이지 진은 이미 ‘정용진 청바지’로 불리는 중. 지난 4월 4일 SSG 랜더스 개막전을 찾았을 때 그는 노타이 슈트에 운동화를 매치했는데, 그중에서도 신발이 화제가 됐다. 정용진 부회장이 착용한 신발은 나이키와 언더커버가 협업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제품. 국내에서는 추첨 방식으로 판매해 소수만 구매할 수 있었고, 현재는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매 가능하다.
또 그가 3호, 4호라고 부르는 쌍둥이 남매와 휴가를 떠날 땐 실리콘밸리 CEO들이 즐겨 신는다고 알려진 올버즈의 운동화를 착용했다. 앞치마까지 화제에 올랐다.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이는 브이로그 <YJ로그>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해당 영상에서 착용한 앞치마가 화제에 오른 것. 윌리엄스 소노마에서 출시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베이더 앞치마는 ‘정용진 앞치마’로 불리며 구매 행렬이 이어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