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수박언니’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원 씨의 집은 빛이 잘 드는 빌라다. 편리한 아파트보다 정겨운 동네 풍경 속의 빌라를 선호해 두 번째 집인 이곳 역시 오래된 빌라를 선택했다. 한 번도 수리하지 않은 집은 전체 공사를 거쳐 부부의 취향을 반영한 화이트&우드 톤의 요즘 감성 하우스로 재탄생했다.
“처음 신혼집을 꾸밀 때에는 인테리어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예뻐 보이는 가구와 소품으로 집을 채우다 보니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 많아지고 약간 총체적 난국이 돼버렸죠. 그래서 저 스스로 ‘다음 집에서는 인테리어의 끝을 보여주리라’ 다짐했죠.(웃음) 국내외 할 것 없이 예쁜 인테리어 이미지를 매일매일 수집하다 보니 원하는 집의 모양이 잡히더라고요. 또 회사를 다니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쓰기도 했어요.”
이정원 씨에게 집은 쉼의 공간이자 오피스이고 스튜디오다. 집을 고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채광이다.
“이 집은 거실 창으로 빛이 풍부하게 들어오면서 앞이 탁 트여 마음에 들었어요. 건너편에 보이는 주택의 외관이 멋있어 유럽처럼 느껴지는 뷰도 좋았죠. 전부 철거하는 대공사를 거쳐 지금의 집을 완성했어요. 주로 사용하는 거실과 부엌은 노출 천장으로 층고를 높여 탁 트인 느낌을 줘요. 중문을 통해 거실로 들어섰을 때 거실의 왼쪽은 남편이 원한 우드 톤, 오른쪽은 제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예요.
모던하면서도 빈티지한 화이트 벽에 선반을 달아 카페처럼 연출했어요. 예쁜 카페 찾아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 집도 카페 같은 느낌이 들길 원했거든요. 컬러감이 느껴지는 아트 포스터나 소품을 놓았는데,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바꾸기도 해요. 카페 같은 거실의 핵심은 빈티지 잉스 체어로 완성했어요. 햇살이 쏟아지는 한낮에 여기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이렇게 타일과 벽지는 전부 화이트, 가구는 우드 톤의 제작 가구로 채웠어요.”
주방 역시 전부 우드 톤의 테이블과 그릇장, 하부 장, 선반으로 통일했다. 벽타일과 도기 소재의 싱크, 수전, 후드는 화이트 컬러다. 우드 소재 특유의 따뜻함과 깨끗한 화이트 컬러의 디테일은 거실과 통일감을 준다. 우드 가구는 그녀가 좋아하는 이누식당의 무드가 마음에 들어 같은 나무 공방에서 제작했다. 거실이 카페라면 주방은 작고 아담한 식당처럼 느껴진다. 집과 상업 공간 특유의 멋스러움이 공존하는 포토제닉한 공간이다. 집에서 가장 넓고 오픈된 거실, 주방과 더불어 손님들이 사용할 게스트용 화장실에도 공을 들였다. 파우더 룸처럼 꾸미고 포인트 조명도 달았다. ㄱ자로 만든 선반에는 인센스와 예쁜 욕실 소품, CD플레이어, 식물 등을 놓았는데 사용할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공간이라고.
침실은 작은 방에 침대만 놓아 기능에 충실한 공간으로, 보통 안방으로 사용하는 가장 큰 방은 패션 유튜버답게 드레스 룸으로 만들었다. 방 가운데 가벽처럼 수납장을 세워 최대한 많이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빼곡히 걸린 옷과 액세서리가 그녀의 분주한 일터를 연상케 한다. 창고처럼 쓰던 나머지 방은 회사를 그만둔 후 간단한 장비를 놓아 그녀의 홈 오피스로 변신했다.
“따로 촬영 공간을 두지 않아 집 안 곳곳이 제 영상의 배경이 돼요. 집을 홈 스튜디오처럼 쓰고 싶다면 집에도 여백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부분 가구나 TV를 벽에 붙여 배치하잖아요. 그러면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때 복잡해 보이고 시선이 분산돼요. 그래서 이번 집을 공사할 때에는 곳곳에 여백을 두었어요. 거실 왼편의 나무 장은 평소에는 닫아둬요. 오른쪽의 선반이 달린 벽 한편, 다이닝 테이블 옆 벽도요. 평소에는 액자를 걸어놓고 필요할 때는 뗄 수 있으니 집이 너무 휑해 보이지도 않아 좋아요.”
이정원 씨는 최근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 ‘이피’를 론칭했다. ‘언젠가는 나만의 브랜드를 갖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그녀도 알지 못했다고. 영상을 위한 공간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관심이 점점 커져 집을 꾸미기 위한 브랜드를 꿈꿨다.
예전 회사 동료였던 박서영 작가와 손잡고 만든 이피는 동심을 깨우는 기분 좋은 일러스트를 선보인다. 생동감 있는 컬러로 키치함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는 A부터 Z까지 알파벳 시리즈로 순차적으로 기획 중이며, 포스터를 시작으로 와인 데코 라벨 같은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녀의 발랄한 에너지를 담은 브랜드 이피의 기획부터 브랜딩, 영업, 배송까지 도맡은 데다 영상까지 만들다 보니 몸은 너무 피곤하지만 반대로 마음은 날아갈 듯하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영상을 만드는 일 외에는 루틴한 일상이었는데 그 일상이 조금 더 바빠지면서 삶에도 활력이 생겼다.
외향적인 성격의 이정원 씨를 ‘집순이’로 만든 것은 코로나19 상황과 아름다운 집 인테리어라고 한다. 여전히 예쁜 카페와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영감을 받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서도 그녀만의 스타일로 늘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고 콘텐츠를 만들며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집은 그녀에게 가장 편안하고 신나는 놀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