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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K엔터테인먼트 김민수 대표, 신뢰의 힘

인생의 절반을 매니저로 살아온 김민수 대표의 이야기.

On March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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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제게 인생을 맡긴 거나 다름없어요. 그렇기에 무거운 책임감 없이 할 수 없는 일인 거죠." 원빈, 한채영, 양동근, 장진영 등 굵직한 배우들의 전성기를 함께한 김민수 ynk엔터테인먼트 대표(44세).

그는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철인왕후>까지 연이은 히트로 흥행보증수표가 된 배우 신혜선의 성장과 성공을 함께해온 엔터테인먼트 수장이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 톱스타 매니저들의 쉬지 않는 삐삐 알람에 꽂혀 매니저를 꿈꿨다는 그는 22살 엔터테인먼트계에 첫발을 디뎠다.

YNK엔터테인먼트는 You never know의 줄임말로 "좋은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긍정의 뜻이 담겨있다. 서글서글한 미소가 인상적인 그만의 운영 철학이 느껴진다.


엔터테인먼트계에 발을 들인 지 20년이다. 바쁜 삶에 대한 로망으로 시작했다. 성인이 되기까지 부산에서 자라면서 서울로 상경하고 싶다는 단순한 꿈이 있었는데, 기왕이면 바쁘게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시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아이돌 그룹 매니저들이 연예인 못지않게 분주한 일상을 지내는 걸 보고 '아, 저거다' 싶었던 거다. 평소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가요에도 관심이 많아서 매니저라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있었다.

로망으로 시작한 매니저 업무, 기대와 같았나? 예상처럼 바빴다.(웃음) 2000년에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매니저는 운전만 잘하면 되는 직업이었다. 운전면허는 있었으나 내비게이션이 없던 때라 지도를 펴놓고 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다 보니 스케줄이 잡히면 촬영 전날 사전 답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맞다. 지금은 대학교에 매니저 관련 학과가 생길 만큼 직업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2000년대만 해도 진입 장벽이 낮은 직종에 속했다. 그래서 당시 매니저라는 꿈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또 독립심이 강해서 하고자 하는 일을 잘해왔고, 설령 잘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치러왔다. 부모님께도 서울에서 살 수 있도록 보증금 정도만 마련해달라 했고, 그 외에는 일절 지원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에 상경했다.

함께한 첫 배우는 누구인가? 원빈 씨다. 같이 일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다. 회사 소속으로 같이 일하다가 둘이 독립을 했는데 당시 25살이었다. 주어진 스케줄에 맞춰 현장만 보던 매니저가 톱스타 원빈의 일정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다. 2~3년 차일 때라 경험도 부족했고 대본을 보는 눈, 업무 프로세스도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변호사 미팅이 매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원빈 씨에게 나쁜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급기야 법정에 나갈 일도 잦았다. 처음엔 긴장감에 손발이 떨렸는데 법정에 설 일이 늘면서 변호사와 고성을 주고받는 사람으로 변하게 됐다. 이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했고 배운 것 또한 많다. 덕분에 현재 소속사 없는 배우들의 계약서 검토를 간혹 도와주고 있다. 업무적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배운 시기를 물어보면 언제나 원빈 배우랑 일한 때라고 답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해서 관계가 남다를 거 같다. 4년을 함께했다. 원빈 씨는 한 살 차이가 나는 형이지만 열 살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수도 적고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조심스럽게 대하게 됐고 선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당시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실수가 잦았는데 이해해줘서 고맙고, 매니저로서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하다. 받기만 했던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서 형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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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란 언어로 그림을 잘 그려주는 사람이다. 배우에게 필요한 부분을 말로 잘 표현해주는 게 매니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BH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인데, 홀로서기를 다짐한 계기가 있나? 신인을 발굴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BH엔터테인먼트는 대형 소속사라 내가 발 벗고 나서 신인을 찾는 환경이 아니었다. 매니저라면 누구나 새로운 배우를 찾아내는 데 대한 욕심이 있을 거다.

독립해보니 어땠나? BH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뒤 CJ ENM TAR(Talent Artist Relationship) 캐스팅팀에 있었다. 대기업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를 얻게 된 거다. 재직할 당시 많이 들었던 얘기가 "밖에 나가면 춥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일해온 사람이었기에 크게 공감되지 않았다. 금전적으로 풍요로웠던 건 아니지만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에너지가 좋았다. 결론적으로 내가 직접 회사를 만들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YNK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소속 배우가 10명이 채 안 된다. 관리 차원에서 보면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웃음) 배우들은 나에게 인생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배우의 작품 활동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최종적인 선택은 배우에게 맡기는 편이다. 대본을 먼저 읽는 건 매니저이지만, 작품에 참여하는 건 결국 배우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인들에게도 연기 지적을 하지 않는다. 어쨌든 나보다 전문가이지 않나.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내가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를 영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배우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영입 욕심이 나는 배우를 발견하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내 말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20여 년의 매니저 생활, 인연을 쌓은 배우도 많을 거 같다. 원빈, 한채영, 장진영, 양동근, 김현주, 김인권, 신혜선 등 많은 배우와 작업했다. 특히 고 장진영 배우와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촬영 때 부산에서 함께 지냈다. 옆에서 지켜본 장진영 씨는 매사에 진지하고 신중한 사람이다. 당시 밤에 찍는 장면이 많았는데, 촬영이 끝나면 해운대 포장마차촌에 장진영 배우와 우리 스태프들끼리 모여 술잔을 기울이면서 피로를 풀었다. 낮에는 조용하던 장진영 씨도 소주 한잔할 때는 잘 웃고 이야기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장진영 씨는 '저런 게 배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다. 보통 배우의 연기를 볼 때 어느 정도 편집이 돼 있고 음악이 깔려야 감동이 느껴지는데 장진영 씨는 촬영 현장에 있는 모니터를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신혜선 배우는 YNK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다. 그렇다. CJ ENM 재직할 때 혜선이가 혼자 짐을 챙겨 다니며 오디션을 보러 왔던 게 인상적이었다. 당시 혜선이는 매니저 없이 개인 차에 의상을 싣고 직접 운전해서 오디션장에 나타났던 친구다. 보통 신인들은 소속사나 조력자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혜선이는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친구였다. 그런 혜선이를 지켜보다가 "언젠가 내가 엔터테인먼트를 하게 되면 꼭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일종의 고백을 했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친구다.

곁에서 본 신혜선 배우는 어떤 사람인가? 한결같은 친구. 소문난 집순이라 매니저로서 걱정할 부분도 없다.(웃음)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명예를 따라야 할지, 행복을 좇아야 할지 고민했던 때 혜선이가 큰 도움을 줬다. 명예를 좇으면 어느정도 포기해야 할 게 생기는데 그 중 하나가 행복이다. 그런데 혜선이를 비롯해 소속사 식구들이 명예가 아닌 행복을 좇는 모습을 보여줘서 운영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소속 배우 김현주와도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멋있는 사람이다. 현주 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매니저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다. 져야할 때는 확실하게 져주고 주장을 밀고 나가야 할 때는 시원하게 밀고 나간다. 현주 씨가 워낙 시원한 성격이다 보니 제가 의지하는 부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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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도 있었을 거 같다. 사람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보니 상처받을 때가 있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를 운영하면서 마음이 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사람으로 치유를 받았다. 특히 신혜선, 김현주 배우가 큰 힘이 돼줬다. 김현주 배우는 회사의 대장 같은 든든한 존재이고, 신혜선 배우는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 후배 배우들도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동료애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매니저로서 보람을 느꼈을 때를 꼽자면? 신혜선 씨가 상 받았을 때다. 매니저라면 누구나 내 배우가 상 받는 순간에 대한 로망이 있을 거다. 특히 시상식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웃음) 당시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고,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기도 했다. 매니저를 하면서 이루고 싶은 꿈 네 가지가 있는데 해외 영화제 수상, 천만 영화, 시청률 30%, 배우의 수상이다. 이 가운데 시청률 30%와 배우의 수상을 혜선 씨가 이뤄줬다.

소속 배우의 스캔들, 논란 등 위기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연애는 반대하지 않지만, 사전에 알려줬으면 한다. 간혹 스캔들 관련 기사를 보면 "소속사 측, 사실 확인 중"이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그게 내 상황이라면 속상할 것 같다. 사전에 알고 있으면 대응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주길 바란다. (웃음)

사업 운영을 떠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영화 <기생충>의 이정은 씨와 드라마 <철인왕후>의 '최상궁' 역으로 주목 받은 차청화 씨. 두 배우는 등장만으로 기대를 갖게 하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감초 느낌의 씬스틸러 배우들에게 끌린다.

요즘 고민하는 게 있다면? 늘 그렇지만 작품 선택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현재 소속 배우 대부분이 작품을 검토하는 시기다. 우리 배우들이 연기 인생에 있어 좋은 선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기에 매니저로서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매니저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나? 언어로 그림을 잘 그려주는 사람. 배우에게 선택지를 주면서 잃을 수 있는 것, 얻을 수 있는 것을 말로 잘 표현해주는 게 매니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나아가 배우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매니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좋은 매니저라고 생각하나?(웃음) 늘 부족하다. 그래서 배우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쓴다. 소속 배우가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파악하려면 대화가 우선이다.

어떤 엔터 보스가 되고 싶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욕심부리는 순간 신뢰를 잃는다. 회사가 돈을 잘 벌어서 대표는 자동차를 바꾸고 집을 넓히는데 직원들한테는 베풀지 않는 게 그 예다. 노력으로 얻은 것들을 나누는 대표가 되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이대원, YNK엔터테인먼트 제공
헤어&메이크업
서울베이스
2021년 03월호
2021년 03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이대원, YNK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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