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는 약 1만 개의 빵집이 있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위치한 편의점과 맞먹는 숫자이다. 대만에선 빵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네 빵집부터 프랜차이즈 빵집, 대만식 빵부터 유럽식 빵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대만인에게 빵은 아침 식사, 간식이자 야식으로 통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소풍을 갈 때도 밥 대신 빵을 싸 갈 정도로 대만인의 식문화 중심에는 빵이 있다. 코트라(KOTR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만인의 쌀 소비량은 점점 감소하는 반면 연간 빵 생산량은 20만 톤으로 1인당 평균 9kg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2016년 한국인의 1인당 빵 소비량이 7.6kg이라 하니 대만인이 한국인보다 빵을 더 많이 먹는 셈이다.
처음 대만 빵을 먹어보고 놀란 것은 맛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였다. 한국에서 이것저것 집으면 1만원이 훌쩍 넘게 나오는 것과 달리 빵 하나에 20~40NTD(약 800~1600원) 정도로 5개를 사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친구들은 대만을 방문했을 때 빵의 가성비에 놀라 잔뜩 사 가기도 했다. 대만에 와서 빵 때문에 살이 7kg 쪘다는 한국인도 봤다.
대만 빵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후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대만 제빵사들이 일본식 빵에 서양의 베이킹 기술을 도입하면서 지금의 대만 스타일이 형성됐다.
대만 빵은 일단 부드럽고 촉촉하다. 단 빵과 짠 빵으로 나뉘는데 단 빵에는 보통 베리류, 잼, 우유 버터크림, 타로 페이스트, 또는 코코넛버터가 들어가 있고 짠 빵에는 파를 잘게 잘라 넣거나 ‘러우쑹’이라 부르는 돼지고기 보푸라기를 올린다.
한국에서 팥빵과 소보로빵이 예전부터 사랑받아왔다면 대만의 국민 빵은 파가 들어간 ‘총바오’, 파인애플빵이라고 부르는 ‘보뤄바오’가 있다. 빵에 웬 파가 들어가나 싶겠지만, 대만의 파는 우리나라 대파와 다르게 달콤하면서 부추처럼 아삭아삭한 식감이 난다. 그래서 빵에 파가 들어 있어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대만 빵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빵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바꾼다는 데 있다. 프랑스가 원산지인 마카롱은 대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생긴 건 비슷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마카롱이 달걀흰자와 아몬드 가루를 넣은 디저트라면, 대만식 마카롱은 스펀지케이크에 가깝다. 흔한 식빵과 크루아상에도 타피오카를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요즘 대만에서는 한국식 깨찰빵과 쭉쭉 찢어지는 일본식 생토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역시 대만식으로 레시피가 점차 바뀌고 있는 추세다. 바삭바삭한 소보로빵 사이에 큼직한 버터를 넣어주는 ‘호호미’ 역시 홍콩에서 건너온 것이다. 일본식, 한국식이 아닌 진짜 대만 빵을 먹어보고 싶다면 동네 빵집으로 향하자. 그곳에 진정한 대만의 빵 문화가 있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