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TAR

STAR

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손준호의 미션! 주안이 이발 시키기

오늘은 주안이와 단둘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날. 우리 부자에게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다.

On March 18, 2021

/upload/woman/article/202103/thumb/47578-446937-sample.jpg
/upload/woman/article/202103/thumb/47578-446938-sample.jpg

온라인으로 설 명절을 맞았다.


엄마가 광고 촬영 스케줄로 하루 종일 집을 비워 내가 주안이의 온라인 수업을 돕는 날이었다. 오전 9시부터 수업을 듣던 주안이는 “오늘은 사촌 동생과 같이 놀고 싶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래서 1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사촌 동생에게 연락했더니, 수업을 마치고 가면 함께 놀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주안이 또래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킬(?)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주안아, 예준이네 놀러 가려면 일단 바른 자세로 수업 잘 듣고 점심시간엔 밥 빨리 먹어야 돼. 그리고 아빠랑 머리카락 깎고, 깔끔하게 샤워하고 마지막 수업 끝나자마자 예준이 집으로 출발하자. 어때?”

1년 전부터 직접 주안이의 이발을 도맡았는데 그동안 주안이가 싫다고 해서 미뤘던 이발과 바른 자세로 수업 듣고, 점심 식사를 하라는 잔소리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기회가 온 것이다.

주안이는 “아빠가 걱정하지 않게 끝낼 수 있어”라고 말한 뒤 수업을 들었다. 엄마가 없지만 왠지 오늘 하루가 아주 완벽하게 마무리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었다. 예상대로 주안이는 선생님의 질문에 크게 대답하며 수업에 집중했고 엄마가 준비해놓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upload/woman/article/202103/thumb/47578-446941-sample.jpg

독서 후 좋아하는 수박을 그렸다.

/upload/woman/article/202103/thumb/47578-446940-sample.jpg

어느덧 엄마만큼 크게 자란 주안이의 손.

/upload/woman/article/202103/thumb/47578-446936-sample.jpg

주안이의 아침밥.


이제 이발 미션만이 남았다. 오후 온라인 수업에 늦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발 완료 시간과 샤워를 마쳐야 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췄다. 내가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1년 넘게 해왔음에도 이발 시간이 단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업에 늦을까 봐 걱정됐고, 또 이발은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긴장이 됐다. 나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주안이의 어깨가 한껏 솟았고 목은 뻣뻣하게 굳었다.

나는 “긴장 풀어. 우리 이발이랑 샤워를 빨리 마치고 수업에 늦지 않아야 예준이네 놀러 갈 수 있어. 음… 우리는 특공대야. 알았지?”라고 말했다. 이에 주안이는 “아이, 우리가 무슨 특공대야. 그래도 우리 빨리하자. 나도 조금 따가워도 참고 있어”라고 답했다. 우리 부자는 어느 때보다도 손발이 착착 맞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이발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마음이 급했던 나는 “주안아, 우리 늦었으니까 너는 빨리 샤워하고 수업 준비해. 아빠도 최대한 빨리 머리카락 정리하고 샤워하고 준비할게. 알았지?”라며 영화 속 특공대처럼 다급하게 샤워 부스 속 주안이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주안이도 조급한 목소리로 “알았어”라고 답하더니 “그런데 아빠는 서두를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이내 샤워를 마친 주안이는 옷을 갈아 입은 뒤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수업을 위해 방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주안이는 처음부터 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단지 나에게 지금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해준 걸까? 나는 아들의 머리카락을 치우며 한바탕 웃었다. 사촌 동생의 집으로 가는 길 주안이에게 아까 샤워하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물었다. 주안이는 “아빠는 수업을 받지 않으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아들 말처럼 당연한 건데 나는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도 아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upload/woman/article/202103/thumb/47578-446942-sample.jpg

셀프 이발의 시작은 2017년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1년 03월호
2021년 03월호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