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바쁜 직업이라 집에 더 정성을 쏟고 싶었어요.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편안하고 아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처음' '시작'이라는 설레는 단어를 안고 출발점에 선 두 남녀가 있다. SBS 조정식 아나운서와 그를 동반자로 선택한 한다영 씨의 신혼집은 '처음'이라는 단어를 모두 함축한 집이다.
첫 신혼집에 생애 첫 인테리어를 시도한 부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집을 완성했다. 그 선택과 집중에 큰 조언을 더한 이는 바이조희선의 조희선 대표다.
조정식 아나운서와 SBS <좋은 아침> 속 '하우스' 코너를 함께 진행한 인연으로 신혼집 시공과 스타일링을 맡았다. "1년 정도 함께 코너를 진행했어요. 정식 씨가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저도 많이 가르쳐주었고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많아요. 농담처럼 '신혼집은 내가 해줄게!'라고 했던 것이 벌써 6년 전인데, 정말로 신혼집 인테리어를 맡게 됐네요."
결혼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조정식 씨는 작년 5월 친한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신부를 만났다. 한다영 씨 역시 일만 하지 말고 사람도 만나라는 선배의 조언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간 자리였다.
"방송 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까 결혼은 천천히 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다영이를 보자마자 '이건 결혼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 8년간의 방송 경력을 살린 혼신의 토크를 쏟아냈죠.(웃음)"
대화가 잘 통하고 식성을 비롯해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둘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각각 일하는 곳이 달랐지만 시간 약속이 중요한 남편을 위해 신혼집은 방송국과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다.
"서로 일이 바빠 집에 있는 시간이 적다 보니 오히려 집에 더 정성을 쏟고 싶었어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크게 하거나 신혼여행을 가기도 어렵잖아요. 예물 대신 조명을 하나 더 사고 이런 셈이죠.(웃음)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편안하고 아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다른 것보다 인테리어나 가구 등에 더 집중했는데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주말이면 함께 아침을 먹고 낮잠도 자는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해줄 이가 생기는 행복. 결혼 생활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예요
조정식·한다영 씨 부부의 신혼집은 지어진 지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공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구조 변경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벽과 바닥은 전부 교체했다. 벽은 화이트 컬러 벽지로, 바닥은 베이지 톤 타일로 심플하고 깨끗한 바탕 위에 제작 가구로 공간 데커레이션과 수납을 완성했다.
큼직한 유리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베이지 컬러의 모듈 소파가 자리한 거실이 나온다. 창가에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루버셔터를 설치하고 벤치를 놓았다. 창밖 뷰를 감상하거나 식물을 키우기 좋은 최적의 장소다.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은 다소 어두운 컬러로 반전을 더한 공간. 이러한 결정을 망설인 부부에게 조희선 대표는 과감하게 조언했다. "최근에는 특히 화이트 컬러 베이스의 신혼집이 많아요. 이 집도 화이트 컬러 베이스는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공간이 화이트 컬러일 필요가 있을까요? 주방에는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와인 냉장고 등 큰 가전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전과 컬러를 맞춰보는 것도 좋아요. 이 집은 부부가 고른 가전에 맞춰 가구 외장에 스틸 소재를 적용했어요. 싱크대와 테이블은 관리가 쉬우면서도 트렌디한 빅슬랩 타일을 사용했죠. 그러면서도 바닥과 주방 벽은 거실과 같은 타일을 사용해 공간이 튀어 보이지 않는 효과를 주었어요."
평소에 요리를 즐기는 조정식 아나운서 역시 완성된 주방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일랜드 식탁을 따로 만들지 않고 빅 사이즈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소재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 등 역시 믿고 따르길 잘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루이스폴센의 ph5 미니 조명과 한다영 씨의 어머니인 김은숙 도예 작가가 직접 만들어준 그릇과 접시가 더해져 감각적인 주방이 완성됐다.
이 밖에도 드레스 룸, 침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조정식 아나운서의 서재 공간 등은 부부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조희선 대표는 "이 집은 30평형대로 신혼집으로 사용하기엔 공간이 넉넉한 편이에요. 이럴 땐 당장 지금의 생활만 보지 말고 향후 10년, 아이가 있을 것까지 예상해 가구를 고르고 집을 꾸미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거실에 놓인 소파죠. 오염에 강한 소재일 뿐만 아니라 모듈형이기 때문에 지금은 공간을 나눠주는 가구가 되고, 또 분리하면 거실 공간이 넓어져 아이의 놀이 공간을 만들어줄 수도 있거든요. 다이닝 테이블 역시 그런 용도예요. 빅 사이즈이기 때문에 손님 초대가 잦은 신혼부부도 사용하기 좋고, 더 넓은 집으로 가도 사용할 수 있죠"라고 조언했다.
조정식·한다영 씨 부부의 집은 소파나 테이블, 침대 등 큼직한 가구 외에는 제작 가구로 공간 활용도를 높여 집이 더욱 정돈돼 보인다. 촬영하는 내내 서로를 챙기고 특히 이런 상황이 낯선 아내를 배려하는 조정식 아나운서의 자상함 덕분에 수월하게 인터뷰와 촬영이 끝났다.
부부 모두 직장인이었기에 휴일을 쪼개가며 결혼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연초에 바쁜 일들이 몰려 결혼식까지 정말 정신없을 것 같아요. 3월이 되면 아내와 좀 더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동시에 대답하며 웃음이 터졌다. "그냥 아침에 동네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낮잠을 자는 거죠. 같이 장을 봐서 요리를 해 먹으며 와인을 마실 거예요." 가장 소박한 일상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두 사람을 품어줄 따뜻한 집. 처음이라는 설렘을 담은 집. 낙원이 어디 따로 있을까.
**위 기사 중 '2년 전 만남'에 대한 오류가 있어 이를 '지난 5월'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