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내일은 미스트롯2>(이하 <미스트롯2>)는 현재 국내 방송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4일 방영된 <미스트롯2> 8회는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출연자들도 연일 화제다. 시청자들은 "결승전으로 갈수록 심장이 더욱 쫄깃해진다" "감히 점수로 매길 수 없는 노력과 열정이 빛나는 값진 무대들이었다" "전부 내 마음속의 진이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노련한 <미스트롯> 제작진의 세련된 연출과 편집, 맛깔나는 자막 등의 기술이 합쳐진 덕분이다. 또한 매회 대결 무대마다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뻔하지 않은 무대도 인기 비결이다. 매회 재발견되는 명곡들이나 회를 거듭하며 발전해나가는 출연자들의 실력, 희비가 엇갈리는 탈락과 추가 합격 과정 등은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장르가 전혀 다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와도 비교되는 이유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인기가 많은 만큼 잡음도 많다. 출연자의 과거사 논란, 심사위원 자격 논란, 공정성 논란 등이다. 인기투표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전유진이 탈락하자 승부 조작을 조사해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제기돼온 공정성 논란은 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미스트롯2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직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원서 접수 최종 마감일 이전에 방송 출연자 100명을 확정 지었음에도 계속 모집해 지원자를 늘리기만 했다"면서 "지원 기간과 녹화일 사이, 단 9일 만에 모든 지원자의 심사를 완료해 첫 촬영에 돌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스트롯2> 제작진 측은 "근거 없는 사실과 무분별한 억측으로 프로그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란 탓일까. 지난 2월 11일 방송된 9회는 시청률 27.2%를 기록하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여전히 놀라운 시청률이지만 연휴 특수를 고려했을 때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다만 경연 프로그램의 특성상 갈수록 뒷심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남은 회차의 시청률은 이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승 후보’ 홍지윤 vs 윤태화
예선 진과 선으로 꼽힌 윤태화와 홍지윤은 이견이 없는 우승 후보에 속한다.
엎치락뒤치락했던 초반 윤태화 > 홍지윤
우선 홍지윤과 윤태화의 초반 성적은 윤태화가 앞섰다. 진으로 윤태화가 먼저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이 겨룬 본선 2차 일대일 데스매치는 윤태화의 승이었다. 그러나 본격 예비 결승 무대로 꼽혔던 본선 3차 솔로·에이스전에서는 막강 후보 4명 중(영지 최종 탈락) 1위가 홍지윤이었으며, 윤태화는 4위에 머물러 홍지윤이 훌쩍 앞섰다.
홍지윤은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곡인 ‘배 띄워라’로 그야말로 무대를 뒤집어놓았다. 조영수는 “마스터를 하면서 처음으로 홍지윤에게 어떤 곡을 써드려야 할지 그림이 그려졌다”며 극찬했고, 장윤정은 “이 무대가 결승 무대였다면 바로 진”이라고 말해 사실상 1위 무대였음을 인정했다. 혜은이의 ‘비가’로 에이스전에 나선 윤태화는 목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컨디션 난조 등 난관 있던 중후반 윤태화 < 홍지윤
지난 2월 11일 9회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도 홍지윤이 크게 앞섰다. 윤태화는 김용임의 ‘사랑님’을 선택하며 “엄마가 재수술을 하셔야 할 것 같다. 가장으로서 엄마를 잘 보필하고 싶고,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돼서 저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무대로 노래로 보답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간절한 소망만큼이나 탄탄한 가창력과 노련한 무대 매너로 마스터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선주는 “(원래 실력이) 돌아왔다”고 환호했고, 원곡자 김용임은 “감정이 많이 필요한 곡이라 누가 부르냐에 따라 정말 달라진다. 아주 잘 불러줬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마스터 총점 919점이라는 다소 아쉬운 점수를 기록했다.
홍지윤은 김용임의 ‘꽃바람’을 불렀다. 홍지윤은 “예쁜 척, 귀여운 척이 제일 힘들었다”고 이야기했지만, 꽃무늬 양산과 노란 의상으로 무장하고 나온 무대에서 최고의 사랑스러움을 보여줬다.
원곡자인 김용임 마스터는 “사뿐사뿐, 두근두근, 통통 튀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어떤 노래든 다 잘 부를 것 같다”고 평했다. 홍지윤은 마스터 총점 967점을 받아 가볍게 2위에 올랐다.
최종 승리자는 누구?
우선 홍지윤은 후반으로 갈수록 실력을 발휘하는 중이며, 윤태화는 컨디션에 따라 실력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예비 결승전이라고 불리는 본선 2라운드 에이스전의 결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미스트롯> 시즌 1 진 송가인과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은 모두 에이스전 진 출신이기 때문. 게다가 전유진의 탈락 이후 진행된 제6차 대국민 응원투표 1위는 홍지윤이 차지했다. 2위는 양지은, 3위는 강혜연, 4위는 김의영, 5위는 은가은이다.
13년 차 무명 가수 vs 걸 그룹 연습생 출신
윤태화는 지난 2009년 ‘깜빡깜빡’을 발표하고 만 19세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으나 매니저가 사기도박 등으로 입건되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려 투잡·스리잡까지 뛰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갔다고 알려졌다.
홍지윤은 2017년 춘엔터테인먼트 걸 그룹 연습생으로 JTBC <믹스나인> 오디션에 참가해 아이돌 최초로 혼자 트로트를 불렀던 찐 트로트 마니아로 알려졌다. 연습 중 사고로 다리를 다쳐 마비가 왔고, 반년을 보조 장치가 없으면 걷지 못하는 불행을 겪었다. 그로 인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고 한다.
‘우승 잠룡’ 은가은 vs 김의영 vs 별사랑
매회 이슈의 중심은 아니었으나 조용히 실력으로 승부하는 참가자들이 있다. 실력이 있으니 팬덤도 두꺼워 인기투표 성적도 좋다. 노래, 퍼포먼스, 스타성까지 골고루 갖춘 참가자들을 소개한다.
‘레이디 가가’ 연상케 하는 별사랑
별사랑은 훤칠한 몸매에 시원한 마스크, 탄탄한 노래 실력을 갖춘 팔방미인 참가자로 매회 미션을 성공해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8일 본선 3차 메들리 팀 미션이 끝난 후, 별사랑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별사랑이 속한 ‘뽕가네’는 태진아의 ‘일나겠네’를 시작으로 서지오의 ‘아카시아’, 문희옥의 ‘평행선’, 남진의 ‘빈잔’, 바나나걸의 ‘엉덩이’ 등을 메들리로 불렀다. 무대가 끝난 후 장윤정은 “별사랑 씨가 너무 잘한다. 흥분하지 않고 춤도 잘 추고 저런 감성으로 노래하기 쉽지 않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속 진은 별사랑 씨다”라고 극찬했다. 이 덕분에 뽕가네 팀은 최고점을 받고 전원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 역시 “제2의 영탁”이라며 댓글 등으로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또한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 태진아의 ‘당신의 눈물’을 불러 955점을 받았다. 박선주 마스터는 “모든 가수를 통틀어 별사랑의 음역대를 소화하는 가수가 흔치 않다”면서 “한국의 레이디 가가처럼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캡사이신의 도발, 김의영
<미스트롯> 시즌 1에 출연한 재도전부 중 유일하게 준결승에 진출한 김의영은 예선부터 이전과 비교해 훨씬 발전된 무대로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낙점됐던 참가자다. 힘 있는 목소리가 특징. 정통 트로트의 맛을 살리는 창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음계를 쥐고 흔드는 마성의 가창력을 자랑한다. 강렬하고 화끈한 목소리로 ‘캡사이신 보이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송가인의 ‘용두산 엘레지’를 불러 올하트를 받고 본선에 진출했다. 준결승 1라운드에서 다소 아쉬운 듯한 918점을 받았지만, 늘 그렇듯 다음이 기대되는 가수다. 그는 2015·2017년 <전국노래자랑> 장려상, 밀양아리랑가요제 동상 출신의 실력파 재원이다.
<미스트롯> 시즌 1 경연 당시, 떡볶이집을 배경으로 찍은 오디션 영상이 ‘열정’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으나, 팀 미션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지난해 4월 방송된 MBN <여왕의 전쟁 : 라스트싱어>에서는 최종 3위에 오른 바 있다.
드디어 은가은!
본선 3차 2라운드 에이스전에서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참가자는 은가은이었다. 그는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로 김연지, 홍지윤, 윤태화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과 겨뤄 2등을 차지했다.
은가은은 발라드 가수다운 청아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으로 마스터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1,160점이라는 고득점을 받았다. 은가은이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되는 순간이었다. 조영수는 “은가은의 발성은 남자 성악가 같은 탄탄한 발성”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2007년 방송된 MBC <쇼바이벌> 우승자로 처음 얼굴을 알린 은가은은 벌써 데뷔 9년 차인 실력파 보컬리스트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JTBC <백인백곡-끝까지 간다>,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엄청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으나 그때뿐이었다. 뜰만 하면 잊히고, 될 만하면 사라졌던 그가 이번에는 진짜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