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수'라는 애정 표현으로 카리스마의 표본인 배우 최민수를 친근하게 만든 주인공 강주은. 미소가 잘 어울리는 얼굴, 할 말을 시원하게 하는 사이다 같은 성격은 많은 여성의 워너비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라는 수식어보다 사람 강주은이 더 잘 어울리는 그의 이야기.
화보 촬영 어땠나요?
'나에게도 화보 촬영이?'라는 심정으로 임했어요.(웃음) 종종 제의가 들어오지만 제 인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번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50대인 제가 잡지 표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요.
항상 웃는 모습이에요. 자신에게 유쾌한 에너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그런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외동딸로 자라면서 외로움, 혼자라는 불안감에 힘든 날이 있었는데 '감사의 마음'으로 이겨냈어요. 작은 일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하고, 일상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행복에 집중하면서 감사함을 갖자는 일종의 습관을 기른 거예요. 사실 타고난 에너지도 있는 거 같아요. 7살 때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우리는 더 이상 친한 친구가 아니야"라고 선언했어요.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는데 당시 타인에게서 행복을 얻는 게 아니라 내가 행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게 된 게 아닐까 싶네요.
많은 여성의 워너비로 꼽힌다는 거 알고 있나요?
정말 감사하죠.(웃음) 좋게 봐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기분이 좋은데,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져요. 혹여나 저에게 기대하는 분들에게 실망을 주진 않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작은 행동부터 큰 결정까지 다시 되돌아보고 고민해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가 됐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책임도 함께 생기는 거 같아요.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이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힘든 일이 많았어요. 줄곧 캐나다에서 살다가 20대 초반에 결혼하면서 한국 땅을 밟았거든요. 당시에는 한국어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많은 부분이 힘들었는데, 적응해야 하니 무조건 부딪쳤죠. 문화를 받아들이고 삶을 이어가면서 더 나은 내일을 좇다 보니 인생의 균형을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나가 잘되는가 싶으면 다른 하나가 잘 안 되는 게 인생인데 당시엔 몰랐어요.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멀리 있는 행복을 좇으면 현재의 시간이 불행할 수밖에 없잖아요. 인생이 꼭 꽃밭에서만 행복한 게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웃을 일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남편인 배우 최민수 씨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신기한 일이죠?(웃음) 가끔 '왜 방송가에서 나를 찾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남편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물론 저의 모습 자체로 출연을 제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제나 저라는 사람의 배경에는 남편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제 옆에 있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네.(웃음) 연예인이 아닌데도 SNS에 올리는 게시물이 기사화되는 걸 보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곤 해요. 그래서 SNS에 게시물 하나를 업로드할 때도 고심하게 돼요. 또 제 SNS를 보는 분들이 게시물 캡션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한국어,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올려요. 저에게 있어 SNS는 우리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많은 분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종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어요. 두 아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만 업로드하는 편인데, 세대 차이가 이런 건가 싶기도 해요.
멀리 있는 행복을 좇으면 현재의 시간이 불행할 수밖에 없어요. 인생이 꽃밭에서만 행복한 게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웃을 일이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큰아들 유성(25세) 씨가 건강상 문제로 신병훈련소를 퇴소했어요.
많은 분이 함께 안타까워해주셨어요. 큰아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걸 노출하는 게 조심스러워 공개하지 않았는데 퇴소와 동시에 알려지게 됐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응원과 위로의 말을 건네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입대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아이라 엄마인 저조차 걱정되는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현재 치료 중이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오는 5~6월에 재입소할 예정이에요.
아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입대에 대한 의지가 강하네요.
맞아요. 자신이 선택한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고, 결과가 어찌 됐든 책임질 줄 아는 아이예요. 군대와 관련해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입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더라고요. 엄마로서 걱정되지만, 아이가 내린 결정을 따르기로 했어요.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엄마군요.
네. 자식이라도 각자의 의견이 있는데, 부모의 뜻을 따르라고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녀가 아닌, 한 인격체로 대하려고 노력해왔어요. 그 덕분에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작은 성취라도 스스로 얻어낸 것이라고 크게 기뻐해요. 어느 날은 가족과 함께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는데 두 아들이 "엄마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똑같다"라고 말하면서 놀라더라고요. 그때 저의 교육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결같은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는 게 저만의 교육 핵심이었거든요.
화끈하고 센 언니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도 그런가요?
센 사람이라기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아요. 30여 년을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공인인 남편과 함께 두 아들을 키우면서 제 역할을 스스로 찾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어요. 강한 마음이 기초가 돼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웃음)
SNS에서 일상 속 소탈함도 보여주고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자는 게 인생의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해요. 모든 부분에서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노력해도 해석에 따라 오해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모두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안 뒤로는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고 진실한 모습으로 살기로 했어요.
사람이라면 지치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에요. 힘들 때는 없나요?
있죠.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하루가 꼬일 것이라는 직감이 오는 날이 있잖아요.(웃음) 그럴 땐 '아, 오늘 하루 쉽지 않겠다'고 진단한 뒤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수월하게 넘어갈 수 없다면 마음을 내려놓는 편이 좋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거예요. 천 번 죽어야 한다면 천 번 죽자는 각오까지 해요. 마인드컨트롤을 해놓으면 힘든 일이 연이어 찾아와도 크게 절망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평소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내 마음과 소통하는 게 중요해요. 처음에는 주변 환경의 흐름에 따라 감정선이 달라지지만, 반복해 자신을 다스리는 연습을 해놓으면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제 경험이에요.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단순해요.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설거지하거나 장 보는 걸 좋아해 마트에 가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기회를 잡았다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배움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민수'라는 호칭으로도 화제가 됐죠.
편하게 불러온 애칭일 뿐이에요. 그런데 '우리 민수'라는 호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배우로서 쌓아온 카리스마 있는 최민수의 이미지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하신 거 같아요. 한번은 남편에게 편하게 부르는 게 불편하냐고 물어본 적도 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느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애정 표현이에요. 그리고 사실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처럼 강인하고 터프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불필요하게 강하게 보이는 모습을 깨고 싶어서 '우리 민수'라는 애칭을 공개한 면도 있어요. 이로 인해 남편을 친근하게 생각해주는 분들이 생겨서 감사해요.
최민수 씨는 어떤 남편인가요?
아내, 가정밖에 모르는 사람.(웃음) 어릴 때부터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가족에게 한없이 따뜻하고, 가정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분이거든요. 남편이 먼저 "주은이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존경스럽기도 했죠. 남편은 결혼 초기엔 아버지로서 강한 모습이 두드러졌는데 점차 가정적이고 순하게 변하더라고요. 지금은 아버지와 겹쳐 보이는 순간이 많을 만큼 가족을 위하는 사람이 됐어요.
최근 라디오에서 자신을 '노력파'라고 했는데 요즘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홈쇼핑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써요. 홈쇼핑 방송에 출연한 지 올해 4년 차인데, 아직도 배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1분 1초를 다투는 홈쇼핑의 특성 때문에 매번 긴장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낯선 세계라서 더 큰 노력과 탐구가 필요해요.
도전에 망설임이 없는 편인가요?
네. 주어진 기회를 손에 잡았다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도전에도 성패가 있는데 배움의 자세가 바탕이 돼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배운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옆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나누며 사는 것. 혼자보다 함께 누렸을 때 배가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같이'의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 살아가면서 혼자 행복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코로나19로 여러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서로 도우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각자 생김새나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사람이라는 근본은 같으니까요. 한 번 사는 인생, 서로 웃으면서 살면 삶의 의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 또한 중년이 되면서 제 삶보다는 타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를 고민해요. 인생의 힘든 여정, 같이 걸어가는 거란 생각으로 다 함께 잘 살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