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고발한다는 의미의 #MeToo(미투) 운동이 국내에서 확산된 것은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jtbc에 출연해 검찰 조직 내 성추행 경험을 폭로했고, 이후 국내에서도 유명인을 상대로 한 고발이 잇따랐다.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외에도 김기덕 감독과 가수 김흥국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서를 상대로 한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동안, 이에 언급됐던 이들의 근황은 어떤지 <우먼센스>가 정리해봤다.
‘공소시효 만료’ 수사 면한 오달수 컴백
지난 2018년 성추행과 성폭행 의혹에 잇따라 휘말렸던 배우 오달수. 연극배우 엄지영 씨는 본인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미투 대열에 동참했다. 1993년 연극 활동 당시 오달수로부터 모텔에서 성추행을 당했으며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폭로였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오달수는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자 “나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며 활동을 중단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신과함께 2>는 출연 장면을 통편집해야 했다. 결국 지난 2018년 경찰로부터 관련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내사 종결 처분을 받은 오달수.
그는 서서히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오달수는 최근 개봉한 영화 <이웃사촌> 관련 기자간담회와 인터뷰 등에 참석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이웃사촌>은 지난 2018년 2월 촬영을 마무리했으나 크랭크업 직후 발생한 오달수의 성폭력 의혹으로 개봉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영화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2018년 미투 운동에 대해 “이 자리에서 입을 열고 어떤 말을 하기에는 여전히 미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신중한 답을 내놓았다.
‘무혐의’ 김흥국, ‘사과 후 두문불출’ 김생민
가수 김흥국도 수사 당국의 ‘성폭행 무혐의 처분’ 후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보험설계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
김흥국은 이후 검찰 조사 결과 강간, 준강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해당 여성을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패소했다.
무혐의 처분 후 1년 동안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채널A 예능 <아이콘택트>에 출연하며 방송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가족들한테 미안하다”고 언론에 밝혔고, 이후 유튜브 채널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1의 전성기 중 미투가 터진 개그맨 김생민도 복귀를 모색 중이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과거 방송 제작진의 미투 폭로가 터지면서 출연 중이던 10여 개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이후 당사자에게 사과했던 그는 방송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9월 팟캐스트 <영화 들려주는 김생민이다>로 기지개를 켰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김생민의 경제고민해결>이라는 팟캐스트도 시작했다.
잠적… 조재현, 고 김기덕
미성년자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폭로와 함께, 활동을 중단한 조재현. 피해를 호소한 A씨는 미투가 한창이던 지난 2018년 7월 “만 17세였던 2004년에 조재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재현은 논란이 커지자 “모두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대학로에 소유한 건물을 매각하고 직접 설립한 공연 제작사도 폐업했다. 하지만 혐의는 부인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일 교포 여배우뿐 아니라 누구도 성폭행하거나 강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 후 자신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를 상습 공갈과 공갈 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딸이자 조재현의 미투 논란으로 함께 활동을 멈춘 배우 조혜정이 SNS에 등장하면서, 조재현의 복귀설이 돌았지만 조재현은 논란 이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방 모처에서 칩거 중이고 ‘수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오는 게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사이 A씨가 조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승소하기도 했다. A씨는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는데, 법원은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으나 A씨 측은 법원의 강제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A씨 패소 결정을 내렸다.
배우 조재현과 영화 <나쁜 남자>를 찍었던 김기덕 감독도 미투 폭로 후 국내에서 활동을 중단했다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영화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MBC <PD수첩>은 지난 2018년 말, 여배우 등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에서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 등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면서도 국내에서의 활동은 사실상 중단했던 김기덕 감독. 2년여 뒤,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숨졌다. 라트비아 체류 중이던 김 감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 합병증을 얻어 입원 이틀 만인 지난해 12월 11일 끝내 숨을 거뒀다.
미투 이후 러시아 등 우호적인 영화계 인사들과의 활동에 집중했던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로 새 영화 <디졸브>를 촬영하기도 했다. 최근 에스토니아를 거쳐 라트비아에 정착하면서, 라트비아에 집을 구한 후 영주권을 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선택…조민기, 박원순 시장
지난 2018년 2월, 배우 조민기는 자신이 부교수로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의혹을 부인하자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고 그는 “증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다음 달인 3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광진구의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119 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조민기는 이미 심정지 및 호흡 정지 상태였다.
여비서에게 속옷만 입은 사진을 보내고 ‘외롭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으로부터 ‘성추문이 있냐’는 얘기에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주변에 밝혔던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지난해 7월 9일 오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서울시장 공관을 나왔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2020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경찰 수사는 5개월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전담 TF까지 꾸려 수사관 46명을 투입해 내린 결론은 ‘혐의 없음’이었다. 애초, 숨진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결론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원래 피의자나 피고발인이 사망하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데, 박원순 시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는 등 정치인으로 예우하다가 ‘성추행 가해자를 감싸는 거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사를 ‘하는 척’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