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결심하고 증권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최근 2~3년간 집값이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무주택자들이 '벼락 거지'가 된 것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식이라도 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을 겪을 것"이라는 두려움, 즉 포모증후군(FOMO·Fearing Of Missing Out)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재테크 수단이다. 하지만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아 자칫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성장산업에 속한 우량 종목을 매수해 장기 투자해야 주식으로 재미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량 종목이 무엇인지는 전문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다음 종목에 대해서는 이견이 비교적 적다.
반도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이 드물기 때문에 반도체 업종이 당분간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진입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악재가 터질 때마다 일시적으로 후퇴하거나 정체를 보이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 생산인 '파운드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설계는 연구 전문 기업(팹리스)에서 담당하고 대량생산은 파운드리 업체가 맡는 산업구조가 대세가 됐다.
현재 파운드리 최강자는 대만 TSMC로 시장점유율이 56%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16% 수준이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첨단 반도체만 놓고 보면 격차가 줄어든다. 1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관계와 유사한 과정이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결코 낮지 않고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의 10nm 이하 공정 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게 현재 상황"이라며 "2~3년 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체 시장점유율이 30~4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
급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최근 애플마저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주목도가 더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은 2025년 10%에서 2030년 28%, 2040년 58%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국내 기업인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과점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테슬라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사업부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해 상장을 추진 중이다.
LG화학 고객이 주로 미국 자동차 메이커라면 삼성SDI 고객은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다. 삼성SDI의 비밀 무기는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분리막으로 막아놓고 액체로 된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면서 전기를 만드는 구조이다. 하지만 분리막이 훼손돼 양극과 음극이 반응하면 폭발 및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로 된 배터리로 화재 위험이 없고 주행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는 이점이 있다. 충전 시간도 단축된다. 현재 삼성SDI는 일본 토요타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 대규모 생산 설비 한국, 헝가리, 중국, 미국 등을 중심으로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연간 생산 규모를 현재 19.7GWh에서 5배인 100GWh로 확대해 글로벌 톱3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터넷·게임
인터넷·게임 업종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급속 성장하고 있다. 업종의 대표적 종목으로는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이 꼽힌다.
카카오의 성장세는 경쟁사인 네이버보다 우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채팅방 목록에 표출되는 광고 '비즈보드'의 대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비즈보드 매출은 2019년 710억원에서 지난해 2,370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5,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자회사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을 증시에 상장시킨다. 통상 자회사가 상장하면 막대한 공모 자금이 유입돼 모회사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작 게임 출시로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모은다. 엔씨소프트는 평균 2~3년에 1개 게임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최소 3개 이상의 신작 게임을 내놓을 전망이다. 통상 게임회사 주가는 신작 출시를 전후해 상승한다. 신작이 나와야 매출이 늘고 흥행에 성공하면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2017년 모바일게임 <리니지M> 출시 당시 엔씨소프트 주가는 20만원대 중반이었지만 현재 1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 외 은행주…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음료, 생활용품 사업 등을 3대 축으로 삼고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무한 성장을 하고 있다. 2005년 1월 3일 2만 8,000원이던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최근 160만원 전후까지 올라왔다. LG생활건강 주가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고 꾸준했다. 실패 가능성이 낮은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LG생활건강은 최고의 종목 가운데 하나다.
은행주라고 불리는 금융지주 종목도 현재로서는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은행주의 특징은 높은 배당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KB금융지주는 주당 2,210원, 신한금융지주는 1,850원, 하나금융지주는 2,100원, 우리금융지주는 700원을 배당했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해도 연평균 5%대의 배당수익률을 낼 수 있다.
지금은 금리가 바닥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을 통한 이익이 늘어나기에 주가도 동반 상승한다. 금리가 바닥인 지금, 은행주에 투자할 마지막 적기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