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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위기의 레스토랑

프랑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직업군 중 하나는 역시 요식업계 종사자들이다.

On February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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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에 맞서 프랑스 셰프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찾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보르도의 한 레스토랑 앞에서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그 시위의 맨 앞에 선 이는 프랑스의 스타 셰프인 필립 에치베스트였다. 그는 보르도에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프랑스 최고의 장인에게만 부여하는 MOF(Meilleurs ouvriers de France)이기도 하며, 요리 관련 방송을 3개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코로나19로 동료 요리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미 전국 레스토랑의 30%가 폐업 위기에 놓였으며, 25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염려를 표했다. 그는 “어째서 우리만 집중 공격을 받아야 하나?”라며 분개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3월 전국 봉쇄령이 내렸을 때 레스토랑 문을 닫은 이후 여름에 다시 문을 열었다가, 겨울이 되어 감염자가 속출하자 영업시간 제한에서 결국 임시 폐쇄에 들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레스토랑 문을 올해 1월이 되면 다시 열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3월까지 계속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조치의 연속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심리적 절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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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프랑스 국민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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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레스토랑의 포장 메뉴.


하지만 이런 우울한 상황 속에서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는 셰프들도 있다. 손님을 못 받는 대신에 배달, 테이크아웃 같은 평소 프랑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가 생겨났고, 집단감염 위험이 적은 야외에서 소규모 행사를 하기도 했다.

필자가 사는 동네 공원에서는 주말마다 작은 ‘가스트로노미’ 장터가 들어섰는데, 주변 레스토랑 셰프들이 저마다 준비한 다양한 메뉴를 판매했다. 조금 늦게 가면 인기 메뉴는 모두 팔리기 일쑤였다. 셰프들의 고퀄리티 요리로 주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이유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레스토랑 셰프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에서 장터를 꾸준히 찾는 손님도 많다.

현지 식자재 사용을 추구하는 로카보어 셰프는 자신이 정원에서 직접 기른 농작물을 가져와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레성시엘(L’essentiel)’의 김미라 셰프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레스토랑이 있는 노르망디 도빌은 부유한 파리지앵들의 휴양지다. 하지만 격리 조치의 일환으로 주거지 반경 100km 이내 이동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파리지앵들의 발걸음이 줄어 그녀의 기존 고객층 역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12월 크리스마스 기간 이동 제한령이 풀리게 되자, 연말 파티 음식들을 케이터링하듯 포장 음식으로 준비했다. 그녀의 레스토랑을 즐겨 찾던 많은 손님이 끊임없이 주문 전화를 걸어 그녀의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고 한다.

이렇듯 많은 셰프가 기지를 발휘해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고 있다. 시민들도 셰프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비록 ‘감염병’과 관련해 시민 정신은 아직 미숙한 프랑스인들이지만, 자국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데 있어선 놀라울 만큼 성숙한 연대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하는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글&사진
송민주
2021년 02월호
2021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글&사진
송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