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이자 가수 박유천의 전 여자친구로 알려진 황하나(33세) 씨가 또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원래 마약 세계에서는 "대마초는 끊어도 필로폰은 끊기 어렵다"는 말이 있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과거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과는 진행 흐름이 다르다.
경찰 수사 시작 후 깜짝 혼인신고, 그리고 남편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그사이 남편의 진술이 황 씨에게 불리하게 바뀌었다. 황 씨가 '피해자'에서 거짓 진술을 사주한 게 됐다. 황 씨 측에서 '책임 떠넘기기'를 시도했다는 추론이 나오는 대목인데, 결국 경찰은 황 씨를 구속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엄벌을 피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약 투약 외에도 절도, 의료법 위반도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월 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황 씨의 마약 투약 정황이 담긴 음성 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녹취록엔 황 씨가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서 지인이 "우리 수원에서 했을 때"라고 하자 황 씨는 "그게 눈꽃이야. 내가 너희 집 가서 맞았던 것"이라고 답했다. 황 씨는 이어 "내가 훔쳐 온 것"이라며 "그거 좋아. 미쳤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녹취록 등을 토대로 이들이 지난해 8월부터 수원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며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 또 마약 투약 사실
이미 전과가 있는 황하나 씨. 황 씨는 지난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지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9년 4월, 구속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검찰과 황 씨 측 모두 항소했지만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그런 황 씨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집행유예 기간이던 지난해 8월부터 지인들과 수차례 마약을 투약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갔고, 결국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9월, 집행유예 기간에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황 씨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 오 아무개(29세) 씨와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당시 오 씨는 황 씨에 대해 '피해자'라고 진술한다. "황 씨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 몰래 필로폰 주사를 놨다"며 황하나가 원치 않는데 마약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
하지만 3개월 뒤인 12월 22일, 오 씨는 서울용산경찰서를 찾아 3개월 전 진술을 번복했다. 수사팀을 찾아간 오 씨는 "자백하겠다. 황하나가 부탁해 '잠든 사이 주사를 놨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백 이틀 후, 오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12월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오 씨의 유서에는 "마약에 황 씨를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3개월 사이 이들의 관계가 연인에서 부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경찰 수사 당시 SNS에 공공연하게 사진 등을 올리며 연인 관계임을 드러냈던 이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인 10월, 결혼식을 치르지 않고 혼인신고를 해 부부가 됐다. 오 씨에게 '남편의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오 씨와 오 씨 지인의 통화 녹취 내용에 따르면 오 씨는 자신이 혐의를 모두 뒤집어쓰는 대신, 황하나 씨가 징역살이하는 자신을 뒷바라지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황 씨는 "네가 어차피 진술 다 뒤집으려고 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오 씨를 의심했고, 이에 오 씨가 다시 경찰서로 가서 '앞선 9월 진술은 허위 진술'이라고 폭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황 씨는 비슷한 시기, 담뱃갑에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는데 실제로는 인천의 모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마약을 함께 투약한 것을 경찰에 어떻게 진술할지, 책임을 누가 더 많이 질 것인지를 놓고 둘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대목이다.
황 씨의 마약 투약 정황을 신고한 인물이 jtbc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오 씨가 황 씨에게 "하나야, 자백하자"라고 제안하지만 황 씨는 "지금 머리카락 뽑아도 안 나온다"며 거절했다고. 실제로 황 씨는 당일 눈썹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마약 검사는 머리카락이나 눈썹 등 모발을 뽑아 검사를 하기 때문에 마약사범들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제모를 한다).
황 씨 관련 진술해줄 인물 '모두 자살 시도'
자살 시도를 한 것은 오 씨만이 아니다. 오 씨와 오랜 친구 사이이자 황 씨와도 함께 어울리며 마약을 투약했던 남 아무개(29세) 씨도 지난달 중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황 씨와 오 씨, 그리고 남 씨는 수원 일대에서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이 중 남 씨는 국내 최대 규모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황 씨와 오 씨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다행히 숨지지는 않았지만 중태에 빠져 황 씨 마약 투약 관련 진술은 불가능한 상태다.
관련 진술을 해줄 공범들이 모두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된 황하나 씨. 서울서부지법 권경선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월 7일 마악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황하나 씨에 대해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황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퇴장하며 "남자친구 등 주변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 책임감을 느끼냐" "주변 사람에게 유리한 진술을 강요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속도가 붙고 있다. 같은 날 경남경찰청은 황 씨 부부에게 마약을 공급한 남 씨에게 마약을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마약 조직 총책 A씨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남편 오 씨 역시 황하나 씨 투약 사건과 별개로 마약 투약 및 판매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넘겨져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오 씨와 남 씨 외에 황 씨도 마약 공급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원래 필로폰은 함께 주사기로 맞다 보니 구해 온 마약을 무리와 공유하는 게 자연스럽고, 워낙 가격이 센 편이라 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마약 투약뿐 아니라 판매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경찰 입장에서 2명의 공범 외에도 추가로 마약을 한 인물이 있는지 찾을 것이고 연인이 구해 온 마약을 제3자에게 건네고 돈을 받았다면 황 씨에게 판매 혐의도 적용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수사에 대해 전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필로폰의 가격은 1kg에 40억가량이며, 1g 정도(80만~100만원가량)는 1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절도에 의료법 위반 의혹도
황하나 씨는 마약 투약 외에도 절도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황 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여성 김 아무개 씨 등이 강남경찰서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절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이 수사 도중 "황 씨가 지난해 11월 말 우리 집에 들어와 명품 의류와 신발 등을 훔쳐 갔다"고 진술한 것. 물건을 훔쳐 간 뒤 이를 인터넷에 판매했다는 진술이었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진술 접수 후 절도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황 씨를 입건하지 않았지만, 황 씨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건을 용산경찰서로 넘겨 함께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황 씨는 이외에 의료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에게 성형외과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받아온 정황이 드러난 것. 황 씨는 과거 SNS에 자신의 성형수술 부위를 공개하며 "수술이 만족스럽다. 문의하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면 성형외과 정보를 주겠다"고 글을 올렸고, 병원 정보를 묻는 팔로어들에게 "내가 추천하면서 성의 표시는 받아야 하니 계좌로 보내달라"며 계좌번호를 남겼다. "와플 등 맛있는 걸 사 먹고 싶다"고 언급했고, 일부 팔로어들이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면 "이거 결제 취소하고 현금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의료법 위반 처벌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가능하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마약 세계에서는 함께 마약 하는 사람에 대해 진술하면 처벌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게 공공연하기 때문에 먼저 수사기관에 '유명한 사람이 마약 한 것을 안다.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함께 마약을 투약할 때와 달리 배신이 난무하는 세계"라며 "황하나 씨 사건 역시 인물들 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진술이 번복되는 것 역시 '처벌을 피해보겠다'는 각자의 이기심이 발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침묵하던 남양유업도 잇따른 논란에 선 긋기
이례적으로 입장 내고"수십 년 동안 관계 없던 인물… 남양유업 언급 말아달라"
황하나 씨의 두 번째 마약 투약 적발과 남편·지인의 극단적 선택 소식에 남양유업도 선 긋기에 나섰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황하나 씨는 '교류가 없던 사이'라며 언론에 밝힌 것. 과거 가수 박유천과 교제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언론에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에 대해서도 "아무 관계도 없는데 회사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엄벌을 받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 1월 6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마약 투약 논란이 불거진) 황하나 씨 관련 기사 속에 남양유업이 언급되는 가운데 당사가 받는 피해가 매우 막심하다"며 "이미 11년 전 고인이 되신 창업주를 인용하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라는 표현과 남양유업 로고, 사옥 사진 등 당사에 대한 언급은 지양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회사에 대한 피해가 확산되자 황 씨를 손절한 것이다.
황 씨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고 홍두영 회장은 슬하에 3남 2녀를 뒀는데, 황하나 씨는 홍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홍영혜 씨의 딸이다. 하지만 회사 측에 따르면 황 씨는 남양유업 관련 지분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남양유업은 황 씨 마약 투약 소식이 다시 전해지면서 3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28만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영향을 받았다. 이에 발 빠르게 '관계 없음'을 공식 천명하고 나선 것.
남양유업은 "임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계신 남양유업 대리점 분들과 주주 등 무고한 피해를 받고 계시는 많은 분을 널리 양해해달라"며 "황 씨 관련 사건들의 각종 의문과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회장 일가와 이미 수십 년째 인연을 끊고 살고 있는 사람 때문에 남양유업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 역시 황 씨가 엄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 역시 최근 한 경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황 씨는 단 한 번도 남양유업의 경영에 관여하거나 사원으로 일한 경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사 이미지가 중요한 유통업계에서 오너 일가의 마약 투약 이미지는 매우 치명적"이라며 "남양유업 입장에서 참고 참다가 결국 입장을 낸 게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황하나와 마약 투약했던 박유천 근황은?
태국 활동… 의정부시에 마스크 기부
과거 열애 소식으로 황하나 씨를 '셀렙'으로 만든 뒤,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속까지 됐던 가수 박유천은 조용히 복귀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황 씨와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기 전부터 이미 헤어진 상태였다.
박유천은 2017년 8월 공익근무요원에서 소집해제된 뒤 9월 20일 황하나 씨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결혼식은 돌연 연기됐고 2018년 5월 공개 연애 1년 만에 결별 소식을 전했다.
그 후, 지난 2019년 4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절대 마약을 한 적이 없다"고 큰소리쳤다가 마약 반응이 나오면서 구속기소됐다. 같은 해 7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 앞에서 반성문을 읽으며 "많은 분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한 뒤, 소속사를 통해 은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년 3개월이 흐른 지난해 10월, 말을 바꿔 복귀를 선언했다. 태국 활동으로 다시 조금씩 활동을 시작한 것. 국내 비판 여론을 우려해 태국을 활동 거점으로 삼은 것인데 2020년 10월 정규 앨범과 태국어 버전 새 싱글을 발매하고 11월에는 팬 사인회와 컴백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12월 26일과 27일에도 콘서트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연기했다.
국내 활동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 앨범 <리마인드> 타이틀곡을 직접 작사·작곡한 박유천은 "실수와 잘못의 사이, 자신을 돌아보는 차이, 존재가 죄로 변하는 삶이, 죽음이 답이었던 날이 반쪽이 돼"라며 반성하는 가사를 넣기도 했다.
지난 1월 11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마스크 2만 5천장을 기부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는 요즘 태국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마스크를 기부하게 됐다"고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