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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 않은 '관종' 언니, 이지혜

언제나 같은 거리에서 대중에게 말을 걸어오는 방송인 이지혜. 그를 사랑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On January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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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 딘트, 귀고리 겟미블링, 반지 h&m.


관심을 유도하려는 이들의 과한 제스처가 때때로 거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소문난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사람) 언니' 방송인 이지혜에게는 왠지 관심을 끌어다주고 싶다. 그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솔직함이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얘기하고 그른 부분은 과감하게 틀렸다고 말하는 용기가 있다. 그렇기에 이지혜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까지 일게 한다. 내일의 행복을 살았던 이지혜는 남편과 딸 태리를 만나 당장의 행복을 위해 전진한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행복을 받기보다 타인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다는 이지혜. 이러니 좋아할 수밖에.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오늘 화보 촬영 어땠나요? 오랜만에 찍은 화보 촬영이라 재미있었어요.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지만, 오늘처럼 진지한 모습으로 촬영을 한 건 굉장히 오랜만이거든요. 방송에서 보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까 새롭기도 해요. 프로필 느낌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찍어봤네요.

예능, 라디오, 유튜브, 육아까지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맞아요.(웃음) 제가 생각해도 맡은 일이 정말 많은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공백기가 여러 번 있었고 쉰 기간이 워낙 길어서 바쁘게 지낼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요. 약간 워커홀릭인 거 같아요. 때때로 너무 바빠서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막상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상상하면 마음이 불안해져요.

SNS를 통해서도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어요.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에요. 제 모습을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연예인이라면 꼭 신비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소통이 트렌드잖아요.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예인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아 가고 있다는 걸 일상을 통해 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밝은 이미지인데 실제 모습과 비슷한가요? 거의 똑같아요. 제 장점이 잘 잊어버리는 건데 특히 나쁜 일을 빨리 잊어버려요. 평소 우울함을 잘 느끼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가 설령 우울함에 빠지는 시기가 와도 남편이 저보다 더 밝아서 금방 에너지를 채워요.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나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스트레스가 느껴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요. 요즘 '불멍'이라고 해서 현대인들이 과부하에 걸렸을 때 가만히 있는 것처럼 저도 멍하게 넋을 놓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해요. 주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다른 생각을 해요.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해 있지만 머리로는 생각 정리를 하는 거죠. 피곤할 때는 잠을 충분히 자는 방법으로 회복해요.

방송가에 소문난 '에너자이저'입니다. 성격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려요. 노래나 예능, 연기까지 연예인으로서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방송 스케줄을 마치고 나면 항상 하루를 복기해보는데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후회가 남는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은 잠이 잘 안 와요.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도 매일 반성하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요. 사람들에게 충분히 웃음을 주고 상황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요. 노래할 땐 최고의 라이브를 선사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방송에 출연할 때도 진솔한 태도로 임하지만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또 딸 태리와 남편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유튜브 '밉지 않은 관종 언니'라는 채널명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방송인) 김신영 씨가 지어준 거예요. 김신영 씨와 라디오 토요일 코너를 2년 정도 같이했는데 제가 평상시에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관종'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방송 활동을 오래 쉬다가 복귀를 한 거라 방송국에서 출입 제한을 당할까 봐 명품으로 무장을 하고 다녔거든요.(웃음) 그런데 김신영 씨가 그 모습을 보곤 "이 언니 관종인데 뭔가 밉지 않다"라고 하더라고요. 듣자마자 귀에 쏙 들어온 표현이었고, 저를 완벽하게 지칭하는 말 같았어요. 사실 유튜브 채널 이름을 결정할 때 후보가 더 있었는데 '밉지 않은 관종 언니'만한 이름이 없어서 선택하게 됐죠.

정말 관종인가요?(웃음) 맞는 거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받고 사랑받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관심을 받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 아닐까요? 관종을 안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저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관종 중에서도 보기 불편한 관종이 되고 싶지 않아서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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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팬츠 미스지콜렉션, 브라운 니트 톱 h&m,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고리 아티카.

사실 대중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가기까지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시고 편하게 생각해주셔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가끔은 연예인이라는 걸 잊고 살 정도로요.


유튜브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겠죠?매번 새로워야 한다는 거요.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면 재미없으니까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항상 연구해야 해요. 그리고 일상을 공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딸 태리가 출연하는데 아직 아이가 많이 어려서 촬영 진행상 힘든 부분이 있어요.

유튜브 댓글이나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나요? 거의 다 읽어요. 사실 모든 댓글에 답장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커요. 그래서 가끔씩 인상적인 반응을 SNS에 올리면서 소통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해요. 유튜브 댓글뿐 아니라 저에게 보내는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이나 SNS 댓글도 틈날 때마다 읽고 있어요. 저에게 큰 힘이 돼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요? 둘째 유산 소식을 알린 후 받은 메시지요. 당시 응원해주신 분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분이 SNS로 메시지를 보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이 둘째를 계획하던 중 몸이 안 좋아져 병원을 찾았는데 건강에 큰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첫째 아이와 이별을 준비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본인 마음만 챙기기도 버거운 상황일 텐데 저에게 항상 건강관리를 잘하라고 하셨어요. 제가 위로해드려야 하는데 도리어 큰 힘을 주시는 걸 보고 모든 사람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분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을 겪은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힘을 주셨어요. 그때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위로하고 더불어 회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 외에도 당시 저에게 메시지나 댓글을 남겨주셨던 분들을 다 기억해요.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유튜브를 통해 유산 소식을 직접 알렸는데 힘든 선택이었을 거 같아요. 전혀요. 유튜브를 시작할 때 모든 부분에서 솔직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저도 사는 게 다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찾아온 아픈 소식을 알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어요. 또 앞서 제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에요.

진심이 통했는지 어느새 '호감형 연예인'이 됐어요. 그런가요?(웃음)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저를 좋게 봐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느끼곤 해요. 사연을 읽어보면 "예전에는 비호감이었는데 요즘 좋아졌다" "편한 언니 같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남겨주시는 코멘트를 읽으면서 '이제 나를 편하게 봐주시는구나'라고 깨닫는 거죠. 사실 솔직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까지 두려움도 있었어요. 제가 리액션이 좀 과한 편이잖아요. 그런데 많은 분이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시고 편하게 생각해주셔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가끔은 연예인이라는 걸 잊고 살 정도예요. 편한 차림으로 놀이터에 나가서 다른 부모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너무 편한 상태로 있어서 어쩔 땐 아차 싶어요. '어, 나 그래도 연예인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삶에서 자신을 웃게 하는 것을 꼽으면요? 딸 태리요. 제가 낳은 자식이지만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반대로 힘들게 하는 건요? 코로나19.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중 유일하게 힐링이 됐던 게 여행과 잠깐의 외출이었는데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에요. 무엇보다 아이에게 세상의 좋은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안타까워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엄마가 느끼는 우울함일 거 같아요.

과거 인터뷰에서 불안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불안한가요? 아니요. 방송 일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정함이 따라붙어서 온전히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평온해졌어요.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딸이 크면 유치원, 학교를 보내야 하니까 일을 할 수 있는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또 과거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인기에 집착해 불안했던 면도 있는데, 예전에 추구했던 인기와 지금 추구하는 인기가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하는 걸 인기의 척도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상대방을 빛내주는 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나를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게 인기라고 생각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행복이오. 예전에는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했어요. 미래의 행복만을 좇다 보니 정작 그 나이대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지냈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쳐 억울하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은 오늘이 가장 행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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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매그파이.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정사나 과거 제가 겪었던 일들을 과감하게 말하자고 다짐했어요. 제가 겪었던 아픔과 비슷한 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제 삶이 노출돼도 괜찮아요.

오늘의 행복을 위하여

바쁜 엄마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을 거 같아요. 많이 미안하죠. 제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아이가 우는데 이제는 나름의 기술이 생겨서 아이가 저에게 집중하지 않는 순간에 집을 나서요.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 외출하면 크게 힘들어하지 않더라고요.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는 게 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그래서 스케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려고 하죠.

워킹맘, 쉽지 않죠? 정말 쉽지 않아요.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를 돌보는 것부터 밀린 집안일까지 챙길 게 많아 밖에서 일하는 것만큼 바빠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겠다 싶은 날도 있어요. 집안일에 대한 고충은 워킹맘뿐만 아니라 육아맘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여자에게 결혼, 출산, 육아란? 해봐도 좋다!(웃음) 저는 아이를 낳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따뜻해졌어요. 모든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좋기만 한 건 아니에요. 육아라는 건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세계거든요. 그래서 육아맘이나 워킹맘이나 세상의 모든 엄마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해요. 분명 힘든 부분이 있지만, 결혼, 출산은 한번 해봐도 나쁘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과거 냉동 난자에 대한 신념을 밝히기도 했어요. 맞아요. 지금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지만 당시에는 결혼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 냉동 난자에 관심이 컸어요. 그 나이대 여성, 그중에서도 저와 상황이 비슷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당시만 해도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이긴 했죠.(웃음) 그래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라서 과감하게 제 생각을 말할 수 있었어요.

SBS플러스 예능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서 개인사까지 밝히며 조언을 아끼지 않아 화제가 되고 있어요. 단지 아는 것을 말해준 것뿐인걸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건 기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겪은 일 같은 경우에는 공감하고 같이 아파할 수 있어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편이에요.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정사나 과거 겪었던 일들을 과감하게 말하자는 각오를 했어요. 제가 겪었던 일과 비슷한 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제 삶이 노출돼도 상관없어요. 방송 촬영을 하는 순간순간 솔직하다 보니 화제가 된 건가? 잘 모르겠네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을 꼽으면요? 의붓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딸의 이야기요. 사연을 보낸 딸은 성폭력을 당했는데도 엄마가 알면 힘들까 봐 차마 말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도 의붓아버지와 엄마의 관계가 망가질까 봐 참았다는데 화가 나서 눈물이 났어요. 지금은 의붓아버지와 엄마가 결별한 상태이지만, 엄마가 뒤늦게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어 아직도 말하지 못했다고 했어요. 딸이 받았을 상처, 안고 살아가게 될 상처가 보여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미안하더라고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사연이에요.

종영한 KBS2 <거리의 만찬>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송이었는데, 비슷한 방송에 캐스팅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해서 불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걸 좋아하고,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요. 보는 분에 따라 제 솔직함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진솔한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하고 행동할 거예요.

전성기와 공백기를 겪고 다시 전성기로 나아가고 있어요. 글쎄요.(웃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걸요. 지금은 열심히 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김원희·이영자(<언니한텐 말해도 돼>), 박미선(<거리의 만찬>) 언니와 방송을 함께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어요. 언니들처럼 진행자의 표본이나 모범이 되고 싶어요.

여러 번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에 대한 믿음이오. 돌이켜보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일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직 사람들이 날 모르는 거야'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버텼어요.

삶에서 '이지혜의 귀인'은 누구인가요? (혼성그룹) 쿨의 유리 언니, (배우) 채정안 언니, (가수) 백지영 언니요. 사람 간 관계에서 끈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람들이에요. 저희 관계를 말로 표현하자면 영원한 친구! 각자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돈독하게 생각하는 면도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각자 육아나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봤던 사람처럼 친근해요.

마음을 터놓는 연예인 친구 한 명을 꼽으면요? 마음을 터놓는 건 남편이에요. 결혼하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죠. 가정생활에 집중하다 보니까 가장 친한 사이가 된 것도 있겠죠?

이지혜는 어떤 사람인가요? 오래 보면 괜찮은 사람. 겉으로 봤을 때 까칠하고 예민해 보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 알고 보면 속 깊은 사람이에요.(웃음) 살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 강해 보이는 면도 있는데 센 건 인정합니다만, 씩씩함에 가까워요.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이라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진 못해도 사람을 오래 지켜보고 깊게 친해지는 타입이에요. 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절대 배신하지 않고 평생 관계를 유지해요. 그래서 진득하게 친한 친구가 많아요. 저랑 친해지면 좋아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삶, 가치관, 직업관에 변화가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남편과 딸 태리를 만났다는 거예요. 또 여러 풍파를 겪으며 저 자신의 모난 부분을 발견하고 고쳐나가려 노력하는 것도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힘들었던 시기가 결코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꺾이는 시간이 없었다면 저의 잘못된 부분을 보지 못한 채 지냈을 거예요. 지금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요.

20여 년을 연예인으로 살았는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지만 모든 순간이 쉽지 않았어요. 물론 저보다 연예계 생활을 힘들게 이어가는 분들도 있겠죠. 저 역시 평탄한 생활을 한 건 아니었어요. 혼성그룹 샵의 보컬로 활동할 때, 솔로로 활동할 때, 여러 번의 공백기까지 무너질 일이 많았거든요. 당시에는 샵이 해체되면 인생이 끝날 거 같았고, 솔로 활동을 망치면 연예계 생활이 끝일 거 같았는데 끝나지 않고 지금의 제가 됐어요.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과정이었던 거예요. 힘들었던 시기에 포기했다면 다른 결과를 맞았겠죠? 그럼에도 버텼기에 오늘을 웃으면서 보낼 수 있는 거 같아요.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애써 슬픔에 빠지려고 하진 않을 거예요. 활동했던 지난 20여 년보다 앞으로 20년이 더 기대돼요.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장르가 있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는 당장 맡은 일을 잘해내고 싶어요. 지금은 무언가를 시도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방송 생활을 한 기간이 길다 보니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시기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요? 익숙하면 소홀해지고, 소홀해지면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지금은 일도 많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 제가 쥐고 있는 것들을 지키고 사랑하면서 사는 데 집중할 거예요.

올해 목표가 있다면? 고정 방송을 늘리고 싶어요. (웃음) 지금은 방송 프로그램 1개, 라디오, 유튜브를 고정적으로 하고 있는데 진행 프로그램을 두 개 정도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둘째 계획이 있어요. 첫째 태리를 생각하면 빨리 둘째를 가져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쉽지가 않아요. 올해는 태리와 동생이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태리와 둘째가 같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고요.

사람 이지혜, 방송인 이지혜 각각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인간 이지혜로서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와 관계를 맺고 있고, 앞으로 맺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방송인 이지혜로서는 행복 바이러스가 느껴지는 연예인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일상이 힘들 때 제가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 그리고 유튜브를 보면서 '저 사람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방송이나 주변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지내는 게 평생 과제예요.

<우먼센스>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저에게 쓴소리든 응원이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큰 힘이 돼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울적한 상황인 만큼 제가 웃음을 더 안겨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이 글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편안하고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유쾌하고 진솔한 모습,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희경
헤어
박현숙
메이크업
양희연(제니하우스)
2021년 02월호
2021년 02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희경
헤어
박현숙
메이크업
양희연(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