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무표정한 얼굴에 익숙해졌더랬다. 공직자라는 직업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 표정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습이라고 단정 지었다. 실제로 만나본 박 장관은 씩씩한 여장부였고, 시원한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였다. 잘 웃는 사람이었고, 그 '진짜' 웃음이 상대를 편하게 했다.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즉석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마이클 잭슨의 듀엣곡을 틀더니 흥얼거리기도 했다. "내가 음악을 참 좋아해요." 그렇게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먼저, 그가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MBC방송국에서 22년 동안 기자와 앵커로 활동했으며, 당 대변인과 비례대표를 거쳐 서울 구로구 을의 3선 국회의원 역임,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그러니까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이미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유명 인사였다. "정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깨끗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기에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엔 그런 생각이었다. 아니면 다시 되돌아가지 하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공직자로 지낸 지 17년이 지났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한 해는 일생을 통틀어 가장 바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작스럽게 닥친 비대면 시대를 맞아 중소벤처기업부는 '디지털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큰 명제를 선도적으로 풀어가야 했다. 그 수장이 그였고, 총평해보자면 꽤 훌륭하게 그 미션을 수행했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빈틈없는 이력만큼이나 빈틈없는 성향도 느낄 수 있던 인터뷰였다. 수치나 정책 하나하나를 완벽히 암기하고 있었고, 간혹 애매한 것은 그 자리에서 보좌진에게 꼭 묻고 넘어갔다. 반면에 음악과 산책을 좋아하며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박영선 장관만의 따뜻한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위기 속 희망을 보다
굵직한 일이 많았던 2020년 한 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취임 4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죠. 2020년을 총평해주신다면요. 저 언덕만 넘으면 되겠지 싶어 그 언덕을 올라가면 전혀 예상치 못한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형국이었죠.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아래, 모두가 힘들었지만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본 한 해였다고 생각해요.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협조로 K방역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렸고, 덕분에 OECD 국가 중 가장 양호한 경제성장률(2.1%)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한 해였습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 등 경제 현장의 일선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이다 보니 그 누구보다 2020년을 바쁘게 보내셨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고, 보람을 느낀 순간도 있었을 거 같아요. 지난 2020년 1월 말에 다보스포럼 이사직을 맡아서 스위스로 출장을 갔을 때 호텔 로비에서 프랑스에 코로나19 환자가 생겼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드디어 코로나19가 유럽까지 왔구나'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귀국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도 '신천지교회 사건'으로 큰 위기 상황을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아찔했던 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목동의 한 백화점에서 공적 마스크를 1,000원에 판매한 적이 있어요. 어마어마한 숫자의 시민이 줄을 길게 섰는데, 그걸 본 보수 언론들이 호된 비판을 했어요. 마스크 사려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급습하면서 공포가 밀려오기도 했었지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아찔했던 순간이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는 과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의 일상이 '온라인 라이프'가 가능해졌지 않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성공적인 사례예요.
그러고 보면 비대면, 언택트의 일상이 참 빠르게 진행된 것 같아요. 우리는 전국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려 있어요. 프랑스나 독일은 전국적인 인터넷망이 안 돼 있습니다. 우리가 IT 강국으로 성장한 덕분에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고,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죠.
결론적으로 지금은 온라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길게 늘어선 줄 걱정은 안 하고 있잖아요.(웃음) 지난 추석 때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지원했는데, 국세청의 도움과 온라인 시스템 덕분에 신청하면 바로 다음 날 입금이 됐어요. 소상공인들이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소소하지만 그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셨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라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 코로나19 위기가 없었다면 소상공인이 온라인 판매에 이렇게 빨리 관심을 갖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제가 꼽는 가장 큰 성과예요.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실제로 현장에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임대료 문제죠. 앞으로 임대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겁니다. 가게는 상품을 진열하는 쇼룸 형태로 존재하고, 실질적인 주문과 판매는 온라인으로 이뤄질 겁니다. 그러다 보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큰 점포가 점점 필요 없어지겠죠.
2021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근무의 개념이 바뀌고 있어요. 주 52시간제도 우리의 새로운 일상에 맞춰 변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의 경우,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 6,000원)로 하겠다고 공약을 했잖아요. 사실 미국도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에 종사하는 사람은 연봉이 높은 반면, 제조업이나 플랫폼 노동자는 임금이 너무 낮습니다. 이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함께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를 다독거릴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이 세상은 여성다움이 이끌어간다'는 구절이 있어요.
이 '여성다움'은 모든 것을 수용하고 녹아들 수 있게 하는 큰마음, 즉 모성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용기'
<우먼센스>는 여성 독자가 많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하는 정책 중 여성을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현재 우리나라 여성 기업이 전체 기업의 40%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여성 경제인의 비율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낮아요. 즉, 여성이 경제계에 들어올 수 있는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먼저 중소벤처기업부가 여성의 창업을 도와줍니다. 여성 기업인은 공공 물품 입찰 시 5%까지 가산점이 있어요. 또 우리은행과 여성경제인협회가 자상한 기업 협약을 맺어 여성 경제인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해줍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에게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를 지급하는 서비스도 있어요. 집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아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죠.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좀 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좋은 정책이 많으니 많이 이용해주길 바랍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성에게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존경하는 이어령 선생님이 21세기는 '3F의 시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Film(영상 시대), Fashion(패션 디자인 시대), Female(여성 시대)이라고요. 제가 최근에 이걸 좀 응용해봤어요. 속도감이 중요한 시대이기에 Fast(빠르고), Fair(공정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역시 Female(여성 시대)이라는 거죠. 제가 자주 인용하는 말 중 괴테의 <파우스트> 맨 마지막에 나오는 "이 세상은 여성다움이 이끌어간다"는 구절이 있어요. 이미 그 옛날에, 예지력 있는 괴테가 앞으로 여성 시대가 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이 문장을 썼다고 생각해요.
여성다움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한 여성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는 당당함이고, 둘째는 따뜻한 포용력, 즉 모든 걸 품어 안을 수 있는 모성의 마음이오. 여성다움은 모든 것을 그 안에 다 수용하고 녹아들 수 있게 하는 큰마음입니다.
사실 국가나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준비도 하고 변화를 겪는데, 정작 나 개인은 어떤 준비가 되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장관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 궁금해요. 인류는 지금까지 매일매일 변화하고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어요. 그 변화와 발달을 한번 놓치면 그것을 쫓아가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두려움 없이 변화하는 세상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세상의 변화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죠. 아무리 어려운 과학이나 법도 결국은 다 '인간'이 만드는 거 아니겠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시절에 패스파인더 화성 탐사선이 착륙하는 생방송을 한 적이 있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니까 결국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더군요. 생각보다 어렵거나 특별하거나 대자본이 들어가지도 않더라고요. '아, 과학도 결국 우리 삶의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기자, 국회의원, 장관까지 여러 직업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셨어요.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직업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목적은 비슷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는 데 목적이 있는 직업들이죠. 그러면 결국은 무엇이 세상을 바꾸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용기라고 생각해요. 기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비판하고 뭔가를 찾아내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만 해도 크게 상관이 없지만 국회의원은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것은 물론, 싫은 분야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행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장관은 여기에 무거운 책임감까지 더해지고요.(웃음)
궁극적으로 정치, 왜 하십니까? 처음 정치권에 들어올 때 정치를 잘 몰랐어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돈 안 드는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정치 개혁을 위해 정치를 모르는 깨끗한 이미지의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발을 들여놓게 됐어요. 정치는 싫었지만 깨끗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동감했으니까요. '적성에 안 맞으면 다시 기자로 돌아가야지'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일주일 만에 알았죠.
왜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나요? 정치권에 있던 사람을 누가 받아주겠어요. 정치와 기자는 전혀 다른 길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경제부 기자를 했고 경제부장을 끝으로 기자 생활을 접었기 때문에 제 수첩에 가장 많이 적혀 있었던 것이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한 관계, 재벌 개혁에 관한 내용, 뭐 이런 것들이었어요. '아, 이걸 내가 해야겠구나' 싶었죠. 재벌 개혁과 지배 구조, 이명박 대통령에 얽힌 BBK의 진실 등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검찰 개혁을 외쳤고요. 저는 이미 BBK의 진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 낙담도 하고 절망도 했지만 때를 기다렸어요. 톨스토이 소설 제목인 '신은 진실을 알지만 끝까지 기다리신다'는 말을 매일 되뇌면서 말이죠. 다행히 13년 만인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형을 확정했고, BBK의 진실이 밝혀지며 결론이 났지요.
정치를 해보니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던가요? '경청'과 '위로'. 정치는 성격을 개조하기에 굉장히 좋은 직업이에요.(웃음) 사실 저는 정치인을 싫어했어요. 정치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닳아서 반질반질한 남자들의 양복바지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렇게 닳고 닳은 느낌이 꼭 정치인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능글능글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정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적이 생기더라고요. 대신 정치를 하다 보면 배우는 게 참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다 보면 한 부분만 알게 되는데, 정치는 세상 구석구석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고요. 더불어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도 배웁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이 정치인에겐 중요한 덕목 중 하나거든요.
장관님도 성격이 좀 바뀌셨나요? 누그러졌죠.(웃음) 정치를 하면서 화부터 내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됐어요. 한 10년쯤 했을 때 알겠더라고요. 뭐든지 10년은 담금질을 해야 그 안에서 무언가 하나를 건질 수 있는 거 같아요.
요즘 화두는 역시 부동산이죠. 부동산이 있어도, 없어도 다들 고민이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와서 함께 토론해보자고 한 책이 <수축사회>예요. 과거는 팽창사회였지만, 이제는 인구도 줄고 수축사회가 올 거라는 거죠. 그러면서 앞으로 부동산은 좋은 곳으로만 몰릴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이야기를 2019년 5월에 했는데, 그런 사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거죠. 코로나19로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어요. 골고루 분산돼야 하는데 부동산에 몰리고 그러면서 돈이 돈을 낳는 결과가 됐어요. 사실 부동산은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지속 가능한 장기 플랜이 필요해요. 근데 정권이 바뀌면서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더 큰 혼란이 있는 것 같아요. 공급 계획을 고려하는 데 있어서도 늘어난 1인 가구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정치인을 싫어했어요.
닳아서 반질반질한 남자들의 양복바지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능글능글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정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적이 생기더라고요.
성격을 개조하기에 참 좋은 직업이에요.(웃음)
차도녀 아닌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연말연시 개인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사실 잠을 충분히 자고 싶어요.(웃음) 집에서 가족과 떡국 한 그릇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평범하게 보내고 싶어요. 소소한 일상이 가장 행복하죠.
영화나 음악 등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영화 <시네마 천국>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감미로운 음악이 좋아서 더 애정이 가는 영화예요. <로마의 휴일>은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영화인데, 어쩌면 이 영화 때문에 제가 기자를 하게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기자 역의 그레고리 팩이 오드리 헵번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특종을 잡기 위해 접근했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인간적으로 맺어진 신뢰 관계를 지키기 위해 기사를 쓰지 않고 특종을 포기하잖아요. 그게 참 감동적이었어요. 기자가 특종의 유혹에서 벗어나 신뢰 관계를 지키는 것, 대단하잖아요.
요즘 자주 듣는 노래나 예전부터 들어왔던 나만의 힐링곡이 있다면요? 제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웃음) 학창 시절에는 방송반에 앉아 비틀스의 'Girl'이라는 노래를 천 번도 더 들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이 노래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만의 힐링곡은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와 마이클 잭슨이 함께 부른 '데어 머스트 비 모어 투 라이프 댄 디스(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예요. 가사가 기가 막힌데, 두 가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이 녹아 있는 곡이에요.
오늘 장관님의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또 어떠실지 궁금해요. 세상에 빈틈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집에서는 평범한 아줌마죠. 집에 작은 마당이 있는데, 제 취미가 가드닝이에요. 올해는 바빠서 엄두를 못 냈네요.
언론에서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어요. 한 인터뷰에서는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국민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생각이 많습니다. 저보다 품이 더 큰 사람이 없는지 찾아봐달라고 하기도 했고요. 당장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아서, 결론적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사실 남성 정치인에 비하면 여성 정치인은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죠. 저는 메르켈 총리도 만나봤고 힐러리 국무장관도 만나봤는데, 결국은 '무티 리더십(엄마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앙겔라 메르켈이 오랫동안 총리직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모성적인 마음이에요. 푸근하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세와 겸손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왜 대통령에 실패했느냐, 결국은 2% 부족한 겸손함 때문인 것 같아요. 메르켈 총리를 만났을 땐 처음부터 탁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더라고요. 그만큼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차가움이 느껴져 거리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들을 만난 뒤에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차도녀'가 아니었을까 하고요.(웃음)
2021년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끌어갈 계획이신가요? 새해에는 비대면·온라인 분야 강화, 플랫폼 경제의 독점화를 보완할 수 있는 프로토콜 경제의 도입 등이 중점 과제지요. 2020년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들이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면서 잘 버텨줬어요.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과 '디지털경제로의 대전환'은 여전히 중소벤처기업부의 당면 과제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2020년에는 우리 모두 참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저도 뛴다고 뛰었는데 부족했을 겁니다. 새해에는 코로나19 백신과 경제 반등 등 희망적인 소식도 많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더불어 사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그 속에서 희망을 봤던 것 같아요.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 가사 노래로는 처음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곡 'Life Goes On' 중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 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먼센스> 독자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디지털경제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