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낭만 한 스푼, 로맨틱 룩
현실이 고달플 때면 과거가 그리워지는 법.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충격에 빠져 휘청거리고 있을 때 디자이너들은 역설적으로 찬란했던 패션 황금기에서 영감받은 당도 높은 로맨틱 룩을 선보였다. 프릴과 러플, 과감한 리본 등으로 로맨틱한 매력을 극대화한 아름다운 옷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현실을 잠시 잊고 우아하게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패션 테라피를 경험케 했다.
2 라운지웨어 전성시대
길어진 ‘집콕’ 생활로 외출할 일이 현격하게 줄어든 올 한 해, 화려한 외출복 대신 편안한 라운지웨어가 주목받았다. 특히 자가 격리 중이라는 해외 셀렙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보인 라운지 룩을 활용한 ‘집콕 패션쇼’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잠잘 때나 입는 옷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데 일조했다.
3 패셔너블 마스크
외출할 때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싸는 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요즘. 이왕 써야 한다면 마스크 하나도 특별하고 싶은 패피들을 위해 패션 하우스들이 선보인 참신한 마스크가 주목받았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패턴을 적용한 마스크부터 신선한 컬러와 대담한 패턴으로 눈길을 끄는 마스크까지. 답답한 일상에 잠시나마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한다.
4 온라인으로 패션 즐기기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계 전반에 언택트 소비가 주요 생활 패턴으로 떠올랐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4대 패션 도시에서 열리던 거대한 패션 축제는 디지털 패션 위크로 대체됐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굳이 매장을 가지 않아도 소비가 가능하도록 온라인 쇼핑을 확장했다. 또한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5 체인이 필요해
큼직한 체인을 활용한 과감한 디자인의 스테이트먼트 네크리스, 글래머러스한 브레이슬릿과 이어링 등 볼드한 체인 주얼리가 올해도 키 아이템으로 맹활약했다. 주얼리뿐만 아니라 재킷과 스커트, 백과 슈즈 등에 포인트 장식으로 활용되며 펑키한 감성을 불어넣은 것. 주얼리든 패션 아이템이든 이제 체인 하나쯤은 감아줘야 ‘찐’패피다.
6 니트 베스트
기껏해야 코트 속에 입는 이너로 여겨지던 니트 베스트가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프레피 룩을 완성하는 V네크라인에 배색 포인트를 준 케이블 니트 베스트부터 어떤 룩에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단정한 모노톤 베스트, 개성 강한 아가일 체크나 노르딕 패턴 같은 레트로 무드의 베스트까지. 어떤 스타일이든 니트 베스트 한 벌쯤은 입어줘야 미덕일 정도.
7 겐조, 세상을 떠나다
패션 브랜드 ‘겐조’의 설립자 다카다 겐조가 사망했다. 코로나19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패션계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파리로 건너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겐조’의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동서양의 감성이 묘하게 혼재된 ‘겐조’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패션계에 새로운 획을 그으며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카다 겐조는 떠났지만, 그의 디자인 정신은 오래도록 아름다운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8 중고 열풍
최근 몇 년 동안 ‘뉴트로 무드’가 만연하면서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한 빈티지 아이템이 하나의 유행이 됐다. 특히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등의 파파라치 컷에서 포착된 오래된 ‘잇 백’은 밀레니얼 세대에 신선함을 어필하며 중고 트렌드에 일조했다. 여기에 버려진 아이템을 재활용해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윤리적인 소비임이 부각되면서 패션계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9 틱톡으로 말해요
전 세계 10~20대 인구 중 무려 40% 이상이 애용하는 소셜 미디어 ‘틱톡’을 향해 콧대 높은 패션계가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프라다는 팔로어 9,000만 명을 거느린 틱톡 스타 찰리 다멜리오를 프런트 로에 초대해 그녀가 실시간으로 틱톡에 업로드한 쇼 영상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구찌, 버버리, J.W. 앤더슨은 틱톡 챌린지로 틱톡커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2021 S/S 패션 위크에는 생 로랑과 루이 비통 같은 빅 브랜드가 ‘틱톡 패션 먼스’를 통해 컬렉션을 선보이며 잠재적 소비자인 유저들과 소통했다. 틱톡을 플랫폼 삼은 패션계의 다음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10 지속 가능한 착한 패션
친환경,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높아진 요즘, 패션계가 자연을 사랑하는 방식이 좀 더 구체화됐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신소재로 옷이나 가방을 제작하고 재활용 나일론, 재생 캐시미어 등 친환경 소재를 컬렉션 전반에 사용하는 것. 모피나 오리털, 거위털 같은 동물성 소재를 에코 퍼나 비건 패딩 같은 자체 개발한 보온 소재로 대체하는 식으로 말이다. 바야흐로 공생하는 삶을 고민하는 패션 브랜드가 근사한 패션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