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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이 책을 꺼내 읽어요

On Decembe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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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책방
소설가 이경자에 대하여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잘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운다.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고, 배려는 토대가 돼야 하며, 가끔 지나친 솔직함보다 위선이 나을 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은 트러블을 줄이고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은, 상대방도 나와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절반이 행복해지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 그것은 사회가 실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페미니즘은 그 깊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경자는 “1세대 페미니스트”라는 평을 듣는 소설가다. 1948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확인>으로 등단한 그는, 1988년 소설 <절반의 실패>를 발표하며 여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당시 이 소설이 일으킨 충격과 반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최근 복간된 이 책의 새로운 서문에서 그는 말한다.

“여성주의 연작소설 <절반의 실패>는 나에게 복잡한 영광과 오해를 안겨준 소설이다. 이 소설로 조롱과 응원을 한꺼번에 받던 날들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하다. 다 괜찮다. 인생이란 게 그럴 테니까. 어쨌든 응원은 내게 불안감을 주었고, 조롱은 문학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북돋웠다.”

12편의 단편을 통해 고부간의 갈등, 독박 가사와 육아, 매 맞는 아내, 남편의 외도, 혼인빙자간음, 매매춘, 여성의 성적 소외, 빈민 여성의 문제 등을 다룬 이 연작소설집은 초판 머리말에 “이 글은 무수히 많은 여성의 도움으로 쓰였다. 소설가라는 이름만으로 참혹한 현실에 틈입하도록 허락해준 여러 계층의 여성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특별히 남겼듯이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그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생생한 현실을 취재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상담 사례들을 열람하고, 빈민층 여성의 삶을 가까이서 겪어보기 위해 실비집에 취직하기도 했다. 매춘 여성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동해시에 내려가 매춘 여성들과 함께 생활했다.

<절반의 실패>는 다음해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많은 사람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로부터 “극단적이며 지나치다”는 주의 조치를 받았던 이 드라마는 8화로 계획됐던 것이 12화로 이어질 만큼 인기를 모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절반의 실패>는 여성 소설의 대명사가 됐다. 슬픈 것은 이후 32년이 지났음에도 여성들의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경자는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있었노라 회고한다. 그는 소설 <배반의 성> <사랑과 상처> <혼자 눈뜨는 아침> <황홀한 반란> <살아남기> <할미소에서 생긴 일> <꼽추네 사랑> <정은 늙지도 않아> <계화> <천 개의 아침> <빨래터> <순이> <그 매듭은 누가 풀까> <세 번째 집> 등과 산문집 <반쪽 어깨에 내리는 비> <이경자, 모계사회를 찾다>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남자를 묻는다> <시인 신경림> 등을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 활동을 인정받아 한무숙문학상, 고정희문학상, 제비꽃서민소설상, 아름다운 작가상, 현대불교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민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거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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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김재경
2020년 12월호
2020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