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센스> 촬영장에 도착한 두부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는 기본, 스튜디오를 휘젓고 다니는 발랄함은 덤이었다. 이날의 주인공 두부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말랑말랑해졌다. 보통의 촬영장에서는 쉬이 느낄 수 없는 느긋함과 따뜻함이 공존했다. 손연재와 두부는 2015년 1월에 만나 가족이 됐다. 함께 산 지 벌써 햇수로 6년째. 그동안 함께한 추억이 많지만 동반 화보는 처음이었다. 손연재는 촬영 중간에도 두부의 특별한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두부를 바라볼 때 활짝 피어나는 웃음은 지켜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새어나오는 관계, 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이. 손연재와 두부는 이렇듯, 함께할 때 가장 즐겁다.
두부를 처음 만난 건 언제인가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두부를 데려왔어요. 한창 선수 생활을 하던 때라 2015년 1월에 훈련차 러시아에 머문 적이 있거든요. 그때는 두부가 너무 어려서 데리고 갈 수 없었는데 조금 더 자란 뒤에는 러시아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했어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두부가 저를 기다려주는 게 행복하더라고요. 쉬는 날에는 함께 동네 산책을 하고 놀러도 많이 다녔죠. 제 선수 시절을 함께했고, 은퇴 후 지금의 삶도 함께하고 있으니 두부와의 역사가 깊어요.
은퇴하고 요즘에는 두부와 시간을 자주 보내나요? 두부는 '엄마바라기'라서 저보다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그래도 집에 있으면 저와 곧잘 시간을 보내요. 말티즈 자체가 활동량이 왕성한 견종은 아니라, 같이 자거나 뒹굴거리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러다가 집 앞이나 한강으로 산책을 나가요. 제가 바쁜 일정이 있을 때도 두부는 혼자 있을 때가 거의 없어요. 사람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혼자 남겨지는 걸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두부를 케어하고 있어요.
두부 성격은 어때요? 성향 자체는 고양잇과에 가까워요. 의사 표현이 확실하고 예민한 편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두부가 먼저 사람을 귀찮아할 때도 많아요.(웃음) 두부만의 특징 중 하난데, 자신만의 하루 일정도 정해져 있어요. 오전 7시쯤에는 제 방으로 먼저 찾아오고, 오후 이 시간쯤이면 꼭 낮잠을 자요. 보세요. 지금도 자고 있죠?(두부는 손연재와 인터뷰하는 사이 깊은 잠에 빠졌다) 새벽 3시쯤에는 거실에서 하울링을 해서 가족들을 한 번씩 깨우기도 해요.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하고 귀여워요.
두부가 무엇을 좋아하나요? 놀 때는 곰 인형과 사람 양말을 가장 좋아해요.(웃음) 가끔 빨래 통에서 양말을 꺼내 입에 문 채로 놀자고 찾아올 때가 있어요. 영양제 간식도 좋아해요. 두부가 알레르기 때문에 간식 종류를 가리거든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는데, 짜 먹는 영양제 간식을 좋아하더라고요. 그 외에는 채소를 좋아해서 종종 먹이는 편이에요.
요즘 두부는 건강한가요? 다리가 약하다고 해서 최근에는 간식을 주면서 스쿼트 연습을 시키고 있어요.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 운동이 된대요. 소형견들이 슬개골이 약한데, 두부도 예전에 슬개골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죠. 특별히 아픈 곳이 없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 꼭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요. 사실 두부가 가족들에게 '왕자님'으로 불리기 때문에 잘 돌봐야 돼요.(웃음) 덕분에 지금은 매우 건강합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줄 만한 나만의 반려견 양육 팁이 있을까요? 사랑 가득한 손길로 만져주는 걸 추천해요. 부드럽게 스킨십을 하면서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두부가 가끔씩 자기 장난감을 뺏기는 줄 알고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릴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제 앞에서만큼은 얌전하거든요. 부드러운 손길로 일관되게 어루만져주는 게 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가족 그 이상의 각별한 사이, 손연재와 '두부'의 특별한 하루를 포착했다.
두부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뭘까요? 너무 많죠. 일단 두부 덕분에 가족들끼리 대화가 더 많아졌다는 게 가장 좋아요. 힘들었던 선수 시절에 많이 힘이 됐던 존재라 더 애틋하고 고맙죠. 두부의 체온이 저를 많이 위로해줬어요. 그 따뜻함이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늘 위안이 돼요.
그렇다면 나에게 두부란? 한마디로 '가족'이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집 막내아들이자 왕자님이에요.(웃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두부와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두부가 예전에 부모님이랑 수영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저는 뒤늦게 영상으로만 봤는데 물을 무서워하다가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게 너무 귀엽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수영 실력이 늘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같이 수영을 하러 가고 싶어요. 반려동물 입장이 허용되는 식당이나 카페, 대형 쇼핑몰이 점점 많아져서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싶기도 해요. 아, 요즘에는 반려견과 갈 수 있는 '호캉스'도 있대요. 기회가 된다면 꼭 두부와 방문해보려고요.
SNS를 통해 유명해진 반려견이 많아요. 몇 개만 검색해도 SNS 알고리즘 덕분에 정말 많은 강아지가 뜨더라고요. 다 너무 사랑스럽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소녀시대' 태연 님의 반려견 '제로'를 가장 좋아해요. 태연 님과 딱히 친분은 없는데도 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했거든요. 제로의 얼굴이 새겨진 굿즈랑 컬렉션도 많이 내셨더라고요. 피드를 구경하면서 많은 힐링을 얻고 있습니다.
두부 이외에 반려견을 더 입양할 생각은 없나요? 말티푸 견종을 한 마리를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손 씨라, 두부 풀 네임이 손두부거든요.(웃음) 말티푸 한 마리를 데려온다면 이름을 만두로 지어서 손만두라고 부르고 싶어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근데 엄마는 반대하세요. 집중해서 두부 한 마리만 잘 키우자는 입장이죠. 사실 생명을 책임지고 키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반려견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저도 엄마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했어요. 훗날을 기약하려고요.
두부를 키우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적이 있나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제 일이 바빠서 집 안에서도 분주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두부가 제 곁을 지켜주는데 그게 소소한 행복처럼 느껴지다가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사소하지만 사료나 간식을 직접 챙겨주면서 두부와 더 교감하려고 해요.
새롭게 배우게 된 점도 있을까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저 또한 두부를 키우면서 어릴 때는 잘 몰랐던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어요. 요즘 4~5세 어린 친구들에게 리듬체조를 가르치고 있는데, 젊은 나이에도 아이들을 어엿하게 키우는 어머님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나도 그만큼 성숙해져야 생명을 책임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임감에 대해 깊게 생각하려 하고 그에 걸맞은 공부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책임감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도 많잖아요. 요즘 산책 나가면 강아지가 참 많더라고요. 몇 년 전과 비교해 확 늘어난 것 같아요. 사랑으로 보살펴야 할 존재들인데 종종 책임감 없이 키우는 사람 때문에 유기되거나 상처받는 동물이 많죠. 저는 밖에서 강아지를 질질 끌고 다니거나 사람의 힘으로 강압적으로 휘두르려는 걸 볼 때 특히 마음이 힘들어요.
제도적으로도 문제가 많죠. 동물을 정말 가족처럼 대한다면 유기나 폭력은 애초에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의 인식까지 개조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동물 입양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입양할 땐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땐 과정이 왜 이렇게 쉬운지 모르겠어요.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요. 책임지지 못할 사람들이 동물을 기르는 건 반대예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에요. 두부 콘텐츠를 만들 생각은 없나요?(손연재는 유튜브 채널 <yeonjae's world>를 통해 리듬체조와 운동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촬영물을 만든다는 게 힘들더라고요. 브이로그 형식으로 두부의 일상을 찍은 콘텐츠가 딱 하나 있긴 한데 두 번은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집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한정돼 있고 다른 공간에서는 두부가 불안해해요. 제가 카메라를 들고 두부까지 케어하기가 힘들어요. 물론 더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죠. 좋은 여건이나 환경이 마련됐을 때 재도전해보겠습니다.
두부가 아닌 손연재의 근황도 궁금해요. 2017년 체조 선수에서 은퇴한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었어요. 선수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리듬체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문적이고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누구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한남동에 '리프 스튜디오'를 오픈했어요. 선수가 아닌 사업가로서 도전을 시작한 셈인데, 저도 새로운 것을 배워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요.
적성에는 잘 맞나요?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즐거워요. 최근에는 댄스에 리본체조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하나 개발했어요. 제가 평소에 춤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체조를 곁들이면 재미있겠더라고요. 춤이 가미됐기 때문에 배우는 분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았어요. 클래스를 개설한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한 달에 50여 명이 꾸준히 방문해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여러 플랫폼을 통해 많이 알리고 싶어요.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이 제법 잘 어울리네요. 리프 스튜디오를 오픈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중이에요.(웃음) 수강생들도 처음에는 쭈뼛거리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리듬체조 슈즈와 리본을 챙겨 와요. 그런 걸 보면 뿌듯해요. 어린 친구들부터 제 나이 또래 여성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와요. 특히 엄마와 아이가 동반으로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어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손연재의 향후 계획은 뭔가요? 체조를 하나의 문화로 크게 키워보고 싶어요. 다행히 국내에서는 리듬체조가 잘 알려진 종목이니 그 이점을 잘 활용해 발전시켜야겠죠.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에게 틈틈이 인사를 드릴 계획도 있어요. 다만 지금은 리프 스튜디오의 대표이기 때문에 본업에 충실할 예정이고 최대한 리프 스튜디오를 홍보할 수 있는 선에서 방송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오늘 인터뷰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 두부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두부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 함께해주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