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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한 김은진 씨는 워낙 어려서부터 패션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창간한 패션 매거진에서 대학생 명예기자로 선발된 것이 인연이 돼 주부지, 여성지 등에서 에디터로 일하던 그녀. 결혼 후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틈에 아내이자 중학생 딸을 둔 엄마, 살림하는 주부가 되었네요.”
물론 손에서 일을 놓은 적은 거의 없다. 현재 작가이자 출판 기획자이며 프리랜서 에디터 등 다방면에서 그녀의 역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워낙 타고난 감각쟁이인지라 요즘은 스타일링을 겸한 상업사진도 찍는다.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그녀의 이력은 인테리어 분야 베스트셀러 <작은 아파트 인테리어>의 저자라는 사실.
“당시는 요즘처럼 ‘홈 스타일링’이 주목을 받던 시절이 아니었고 인테리어 서적이 많지 않았죠. 감사하게도 일찍이 집 꾸미기에 눈을 뜬 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책이에요.”
그녀는 홈스토리 채널의 <그 남자의 방>이라는 인테리어 프로그램 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인테리어’ 분야와는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신혼 때부터 셀프 인테리어를 했어요. 당시는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하던 때라 인테리어 정보 등을 많이 접했죠. 덕분에 싱크대, 바닥, 욕실, 벽지 등을 각각 시공하면서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기본에 충실한 공간
서판교에 위치한 지금의 집은 은진 씨 가족의 여섯 번째 보금자리다. 4년 전 판교에 둥지를 틀었고,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한 지는 이제 막 2년이 넘었다. 그녀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이 집은 아파트의 4가지 구조 타입 중 가장 인기 없는 구조였어요. ‘ㄱ’ 자로 창이 나 있거든요. 대부분 선호하는 판상형 구조와 다르죠. 하지만 남편과 저는 보자마자 ‘이 집이다’ 했어요. 오히려 독특한 구조가 인테리어 욕구를 자극했죠.”
인테리어 공사 시 구조 변경은 특별하게 하지 않았다. 다만 거실 한편에 파티션을 세우고 단차를 둬서 작은 공간이 하나 탄생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벽을 세우니 바로 옆 공간인데도 거실과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이죠. 때로 ‘홈 카페’가 되고 운동기구를 몇 가지 두면 운동 공간이 돼요.”
그녀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결코 촌스럽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유행하는 요소를 절대 넣지 말자’고 마음에 새겼다. “인테리어에도 분명 유행이 있어요. 몇 년 전 예뻐 보였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 보여요. 우리 눈이 트렌드에 속는 걸지도 모르죠. 하나의 예로 신혼 때 인테리어 화보를 진행하면서 오리엔탈 무드의 붉은색 나비장 2개를 사 온 적 있어요. 지금 보면 공짜여도 받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그녀는 집을 ‘유행에 흔들리지 않으며 제 몫의 아름다움이 변치 않는 것들’로 채워나갔다. 10여 년 넘게 인테리어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녀가 체득한 건 ‘화이트 컬러’와 ‘우드 소재’라는 기본이 품은 미학이었다. 집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벽’에는 화이트 컬러를 주고, 바닥과 곳곳에 놓이는 가구 등은 우드 소재를 선택했다. 중학생 딸 자연의 방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을 택했다.
“살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컬러감을 줬어요. 바닥이나 벽지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것이기에 신중해야 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카펫이나 쿠션 등 소품만 바꿔도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곳곳에 식물을 두어 초록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매 순간 온 정성으로 돌보는 집
요리도 그녀의 관심 리스트 가운데 하나다. 오래전 에디터 시절부터 레시피를 따로 모아 보관해올 정도다. 최근에는 요리책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장 오래 머무는 주방 역시 그녀가 좋아하는 공간. 주방은 화이트 타일과 그레이 컬러를 메인으로 우드 용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주방을 채우는 그릇, 주방용품, 식재료 등은 언제고 그녀의 시선을 잡아끈다. 참여하는 요리책이 늘어날 때마다 그릇이 점점 쌓여간다고.
“일과 생활이 한데 어우러진 일상이기에 그릇 욕심을 낼 때도 합리화할 수 있죠.(웃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장만하는 편이에요. 웹서핑은 물론 해외여행은 당연하고, 국내 여행을 할 때도 눈에 띄는 그릇이면 주저하지 않고 사들고 돌아와요.”
작은 오차도 느끼는 섬세한 DNA의 소유자이며 예쁜 것 보기를 즐기는 탐미주의자인 그녀는 웬만해서는 소품, 가구 등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편이다. 또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집의 분위기를 곧잘 바꾼다고. 요즘에는 빈도가 더 잦아졌다.
“예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집 안 분위기를 바꿨다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은 집을 더 가꾸게 돼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인테리어를 하길 잘했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코로나 블루’가 왔을 것 같아요. 집이 건강해야 그곳에 머무는 우리가 건강해요.”
그녀는 비 오는 어느 날, 가만히 누워 탁탁 창문을 치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행복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 중 12월의 시간이 가장 좋고 특히 간접조명이 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밤 시간을 사랑한다. “12월이면 전구만 단 심플한 트리를 거실 한곳에 두고 재즈풍 캐럴을 틀어두며 지내요. 조명을 켠 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순간의 따스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죠.” 공대를 나왔지만 미대 감성을 지닌 그녀 남편 역시 어느 날 밤 조명을 켜두고 음악을 듣는 순간 “아, 너무 좋다”는 말을 뱉어냈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집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그녀에게 집은 곧 가족 구성원이자 그녀와 가장 닮은 공간이다. 그녀가 이토록 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에서 가족이 조금 더 편한 시간을 보내고 나아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집은 라이딩을 즐기고 돌아오는 가족을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럽게 품어준다. 거센 태풍 속에서도 굳건하다. 그녀는 집을 가족의 완전한 안식처로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온 마음으로 정성껏 돌보고, 집은 그 사랑에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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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씨의 센스와 감각이 빛을 발하는 리빙 아이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