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센스>가 창간 32주년을 맞았다. 1988년 종합 여성지로 창간한 이후 줄곧 3040 여성들의 관심사를 담아낸 <우먼센스>도 사람으로 치자면 꽤 농익은 인생의 중반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지난 세월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다뤄왔지만 연령을 불문하고 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다이어트'였다. 나이, 몸매, 체격, 국적은 모두 다르지만 '여성'이라면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났다. 2011년 대한민국을 다이어트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그녀, KBS 25기 공채 개그우먼 권미진. KBS <개그콘서트> '헬스걸'이라는 코너를 통해 103kg에서 50kg이라는 놀라운 다이어트의 마법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탄 그녀는 9년이 흐른 현재까지 '다이어터'보다 더 혹독한 '유지어터'로서 스스로를 관리하며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SNS를 통해 '품절녀' 대열에 합류하게 됐음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6살 연상으로 알려진 예비 신랑과 6개월의 교제 끝에 '8월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권미진은 예비 신랑에 대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로 모든 설명을 대신했다.
결혼 축하드려요! 결혼이란 제 인생에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저도 '결혼 준비'라는 것을 하고 있네요.(웃음) 소개팅으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나 오는 8월 29일에 식을 올리게 됐어요. 예비 신랑은 절 보고 5분 만에 확신이 들었대요. 저도 오빠를 딱 두 번 보고 바로 느낌이 들었는데 말이죠. 흔히들 하는 "결혼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이 진짜 맞나봐요. 절대 믿지 않는 말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는 달라도 완전히 달랐거든요. 오빠랑은 6개월 정도 연애하고 결혼하는 거예요. 연애보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제 인생에 나타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32년 만에 운명의 상대를 만났네요.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에요. 늘 누군가를 만나도 적당히 저를 보여주고 또 적당히 저를 숨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달랐어요. 제 푼수 같은 모습이건, 바보 같은 모습이건 다 보여주고 싶고 또 다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반대로 저도 마찬가지예요.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아요. 그저 서로라는 존재가 너무 좋아서요. 오빠는 제가 방송 일을 하는 사람인 줄도 몰랐대요. <나는 몸신이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 저한테 어리둥절해서 묻더라고요. "미진 씨가 왜 실시간 검색어에 있어요?"라고요.(웃음) 소개팅을 했을 때도 서로 이름과 나이만 알고 만났는데 더 이상의 조건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서로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게 사랑인가요? '사랑'이란 단어는 여전히 쑥스러워요.
흔히들 30대가 결혼 적령기라고 하잖아요. 30대가 되고 주변에서 하나둘씩 시집, 장가를 가니까 부모님께서도 내심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시더라고요. "우리 딸 좋은 사람 만나 빨리 시집가야 할 텐데…" 하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혼자 살아도 뭐 크게 나쁠 건 없겠다 생각한 상태라 그런 말들이 부담되진 않았어요. 전혀 조급함을 느끼지도 않았고요. 심지어 오빠를 만나기 얼마 전에 제가 이사를 했어요. 평생 혼자 살 생각으로 가구와 전자제품을 비싸고 좋은 것들로 잔뜩 구매했죠. 그런데 그 물건들이 지금은 죄다 혼수용품이 됐어요.(웃음) 이렇게 빨리 시집가게 될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기다렸다 예비 신랑이랑 손잡고 고를 걸 그랬어요.
예비 신랑 자랑 좀 해주세요. 일단 저랑 나이는 6살 차이가 나는데, 굉장히 어른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세요. 저 몰래 연락도 자주 드리고, 어색함 없이 곧잘 혼자 부모님을 뵙기도 하더라고요. 전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부모님을 통해 듣고 굉장히 감동했어요. 정말 사위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늘 응원해주고 존중해줘요. 각자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자신의 방식대로 바꾸려고 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텐데 오빠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사랑해줄 뿐이죠. 한마디로 얼굴도 잘생겼는데 마음은 더 잘생긴 사람이에요. 저 지금 너무 콩깍지가 씌었나요?(웃음)
브이로그 속 스위트하신 예비 시아버님도 멋지던데요. 아들만 있는 집이라 제 등장을 굉장히 반가워하세요. 형님이 한 분 계시긴 한데, 저와는 달리 조용하고 여성여성한 성격이시더라고요. 저는 진짜 딸처럼 시끄럽고 철없는 성격이잖아요. 아마 저 같은 며느리의 등장이 신선하면서도 많이 당황스러우실 것 같아요. 유튜브에 공개한 아버님의 편지는 저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 제 생각을 하면서 손수 편지를 써오시다니요. 영상을 보고 아버님과 제 사이가 보기 좋다는 반응이 많아 더 기분이 좋았어요.
결혼 준비에 힘든 적은 없나요? 전혀요.(웃음) 이제 50일도 안 남았는데, 저는 왜 하나도 안 바쁠까요? 보통 이맘때쯤 너무너무 할 일이 많아 정신없다고들 하시던데 저는 정말 할 일이 없어요. 귀차니즘과 선택 장애 없는 제 성격이 이럴 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는 예식장도 그렇고, 결혼 날짜도 그렇고, 드레스도 그다지 큰 고민 없이 골랐어요. 보통 '투어'라고 여러 군데 들러 꼼꼼하게 비교하고 고르잖아요. 저는 처음 간 곳이 나쁘지 않아 가능한 날짜로 바로 계약했어요.(웃음)
지금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만큼 예쁜 가정을 꾸리는 게 제 유일한 목표예요. 기회가 된다면 가족 예능에 신랑과 함께 출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세요? 방송 스케줄이 잡히면 방송을 하고 그 외에는 운동을 하거나 데이트하면서 소소하게 보내요. 아 참, 이제 막 시작한 유튜브에 푹 빠져 있어요. 짧은 영상 하나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지금 콘텐츠를 3개 정도 올렸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점점 더 배우게 되는 느낌이에요. 앞으로 더 소소한 제 일상과 신혼 라이프를 공개하려고요. 개그우먼으로서는 긴 공백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개그에 큰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본업을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적성과 능력에 맞게 제 자리를 찾아보려고요.
개그우먼으로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걸요. 뚱뚱했던 제 체중이 다한 거죠. 당시에도 100kg 넘는 몸무게만 부각됐을 뿐 저만의 유행어나 코너를 가지진 못했잖아요. 개그계에는 정말 타고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런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고요. 사실 개그우먼을 시작했을 때도 제 목표는 크지 않았어요. 방송에 나가 '한마디'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죠. 지금도 그래요. 무리해서 큰 꿈이나 목표를 가지지 않아요. 지금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만큼 예쁜 가정을 꾸리는 게 제 유일한 목표예요. 기회가 된다면 가족 예능에 신랑과 함께 출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훗날 2세가 태어난다면 '철없는 엄마'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예비 신랑의 개그감은 어떤가요? 저는 신랑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빵빵 터지죠.(웃음) 제가 강아지들한테 인기가 좀 많은 편이에요. 오빠랑 처음 만난 날도 길을 걷다 만난 강아지들이 저에게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개들이 저를 좋아해요"라고 말했더니 오빠가 불쑥 "제가 개띠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너무 재치 있고 재미있지 않나요?
사랑에 푹 빠지셨군요.(웃음) 그런가 봐요. 싱거운 농담을 들으면 정색부터 하는 사람인데 당시에는 그 말이 어쩜 그리 달콤하게 들리는지. 연애를 비교적 짧게 하고 결혼 준비를 하니 이 모든 과정 역시 너무 재미있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33~34살쯤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결혼에 대한 욕심과 꿈을 버렸는데 정말 어릴 때 제 계획대로 이룰 수 있어 행복하고요.
20대를 돌아본다면요?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안 하고 싶어요. 20대 초반에는 자기 관리 없이 놀고, 먹고, 자면서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 20대 후반에는 살 빼는 재미에 빠져 다이어트에 온 관심을 쏟으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처음 선 <개그콘서트> 무대부터 '헬스걸'로 활동했던 당시의 상황까지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요. 이승윤·최종윤 선배랑 '헬스걸'을 시작했을 때가 아마 22살이었을 거예요. 저는 제가 항상 88kg인 줄로만 알고 살았거든요. 마지막으로 체중을 쟀을 때가 88kg이라 누가 물어도 항상 88kg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웬걸, '헬스걸' 녹화 때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제가 100kg이 넘는 거예요. 키 164cm에 몸무게는 103kg이었으니 얼마나 뚱뚱했겠어요.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가 제 인생 첫 다이어트였어요. 제 얼굴부터 움직임, 숨소리까지 모든 게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지금처럼 늘 철없이 살고 싶어요. 언제나 기쁠 순 없으니까 슬픈 일보다는 기쁜 일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30대로서 고민이 있나요? 제 또래들과 똑같아요. 집에서 시집가라는 잔소리도 듣고, 불안정한 직업이라 먹고사는 걱정은 늘 따라다니죠. 평생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똑같아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않겠어요?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도요? 당연히 있죠. 하지만 좋게 생각하려고요. 결혼 후에는 또 결혼 후의 제 모습대로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다이어트와 관련해 책을 두 권 냈거든요. 얼마 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신혼 생활과 잘 버무려서 책을 몇 권 더 내보면 어떻겠냐고요. 잃는 게 있다면 분명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직업을 가지는 시대잖아요.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가정과 일이 양립하는 세상이 됐고요. 아직 30대를 살아가는 저희에게 이러한 세상은 여전히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경력 단절'이라는 단어 자체도 그런 과도기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고요. 지금 우리 세대가 체계를 잘 잡고 인식을 잘 다듬어 미래의 아이들이 어른들이 된 세상엔 '경력 단절'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30대,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어릴 때 엄마한테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 얼마 전 엄마가 제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엄마도 물론 꿈이 있었지만 저와 동생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우리가 자리 잡고 잘되는 게 유일한 꿈이라고요. 억만 분의 1이라도 본인만의 꿈을 꾸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멋진 엄마라는 존재를 제가 잘해낼 수 있을까요? 자신이 없어요.
요요 없이 9년이나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원래 뚱뚱한 몸이어서 그런지 본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이 정말 강해요. 이번에 한 달 반 정도 칼로리 생각 없이 마음껏 먹고 놀고 여유를 부렸더니 금세 4kg이 찌더라고요. 체중계를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운동은 힘쓰는 근력운동을 주로 하고 먹는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지금도 이렇게 삶은 달걀과 과일을 챙겨 왔어요. 배고프면 언제 또 폭식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도시락을 싸 오지 않았다면 저는 또 맥도날드에 달려가 햄버거를 먹고 있었을 거예요. 충동적인 폭식을 막기 위해 항상 이렇게 저칼로리의 도시락을 챙겨 다녀요.
무려 50kg대예요. 예전에는 숫자에 대한 집착이 심했어요. 매일 아침 화장실을 다녀와서 체중계에 올라가 숫자를 확인해야 안심하곤 했죠. 지방 공연할 때는 숙소에 체중계가 없잖아요. 그럼 새벽에 근처 목욕탕에 가 공복으로 체중을 재기도 했어요. 숫자는 무의미하다고들 하지만 영원히 체중에 대한 강박을 가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이어트, 해보니 어떤가요? 왜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알겠어요. 끝은 없어요. 늘 현재진행형이어야 하죠. 조금만 경계를 늦춰도 금방 본래대로 돌아오니까요. 그치만 다이어트 이후 제 삶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뚱뚱했을 때 사람들은 제게 덩치 좋고 튼튼해 보인다고 말했지만 사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거든요.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체중도 체중이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일상을 되찾아 너무 행복해요. 길을 가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이즈 고민 없이 사는 일도, 숨을 쉬는 일이 아무런 힘이 들지 않는 것도, 목이라는 게 생긴 것도 다 너무 좋아요.
또 다른 꿈이 있나요? 지금처럼 늘 철없이 살고 싶어요. 언제나 기쁠 순 없으니까 슬픈 일보다는 기쁜 일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저는 늘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싶은 사람이에요. 이것 역시 제 주변에 절 예쁘게 바라봐주는 좋은 사람이 많은 덕분이겠죠. 제가 사랑하는, 또 절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과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