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yn.p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깨끗하고 환한 인상을 주는 화이트 컬러 중심의 실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입주 3년 차,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박소현 씨가 매일 직접 칠하고 가꾸며 만들어온 공간이다. 프로 축구 선수였던 남편 김준태 씨가 천안시청 축구단 코치진으로 일하면서 주말 가족이 되자, 아이 통학은 물론 남편이 오가기 좋은 거리의 아파트로 급히 이사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꿈꾸던 집을 완성해왔다. 시간 들여 벽을 칠하고, 조명을 하나씩 바꾸는 엄마를 보면서 거들기도 한 아이들 덕분에 ‘아기가 있는 집은 어지럽다’는 편견이 적용되지 않는 깔끔하고 세련된 보금자리가 탄생했다.
가족 모두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꼽는 거실에 발을 들이면 환한 화이트 컬러의 벽과 바닥 덕분에 한결 밝아진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통유리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중앙에 놓인 자그마한 어린이용 라탄 소파, 하얀색의 유아용 짐과 미끄럼틀 세트는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효과를 주는 한편, 실제로 아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가구이자 놀이 기구다. 거실은 화이트와 베이지 또는 우드 톤으로 통일해 시각적으로 여유를 주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이용품 외에 부부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제품을 채워 넣었음에도 복잡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은은하게 빛을 쪼개어 비추는 자개로 장식된 조명은 거실에 따뜻한 느낌을 주려고 직접 고른 것이다.
거실 가운데에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딸 휘경이를 위해 소현 씨가 한 달 넘게 고민하며 찾아낸 유니크한 디자인의 이젤이 놓여 있다. 가족 소파가 있는 자리와 놀이 공간을 채운 러그도 화이트 또는 베이지 계열의 컬러나 패턴에 한정해 골랐다. 덕분에 거실 전체는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톤으로 통일돼 있다.
소현 씨의 빼어난 인테리어 감각에도 불구하고 9살과 4살 아이 둘이 있는 집이 이처럼 모던하고 미니멀한 톤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아이가 있는 공간을 화이트로 칠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벽을 칠하는 걸 자주 봐서인지 아이들이 벽에 낙서하는 법이 없더라고요. 딸은 오히려 저와 함께 붓을 들고 페인팅하는 흉내를 내기도 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화이트 톤을 메인 컬러로 선택한 다음 하나씩 칠하기 시작했죠. 고맙게도 두 아이 모두 도와줬고요. 첫째 휘경이는 함께 칠을 하고, 이제 4살이 된 둘째 지욱이는 옆에서 페인트를 저어줘요. 그 순간이 아이들과의 놀이 시간 같아요. 시간 제약 없이, 언제든 하고 싶을 때 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즐기면서 집을 꾸민 거죠.”
아이들이 좀 더 자라고 집을 구조적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되면 오픈형 주방을 만들고 싶다는 소현 씨는 약간의 벽으로 구분된 현재의 다이닝 룸 역시 따뜻한 느낌의 화이트 톤으로 채워나갔다. 기존 골드 라이닝이 들어간 브라운 톤 선반은 그대로 두되, 다이닝 테이블과 조명은 화이트와 실버 컬러의 제품으로 교체했다. 덕분에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조리 공간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엄마만의 공간’이 됐다.
주말에는 남편과, 평일에는 혼자서 또는 아이들과 무리하지 않고 셀프 인테리어를 해온 터라 현재 부부 침실은 인테리어가 진행 중이지만,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는 큰아이 방은 완성된 지 오래다. 단아한 화이트 톤을 적용하되 아이에게 필요한 가구 하나, 소품 하나까지 예쁜 것으로만 고른 부부의 마음이 느껴진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를 위해 수납장 하나, 거울 하나도 화이트와 우드 톤 안에서 예쁜 것으로만 신중하게 골랐다.
“우리는 첫째의 방을 ‘작업실’이라고 불러요. 꿈이 디자이너라 책상에 앉아 늘 바쁘게 이것저것 만들거든요. 동생이 잠든 뒤에는 혼자 조용히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 빔 프로젝트도 설치해줬어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나이라 그런지 자기 방에 대한 애정이 크더라고요. 아직 어린 둘째는 자기 마음대로 놀고 어지를 수 있는 거실을 좋아하죠.”
미니멀하지만 허전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집. 셀프 인테리어로 예쁜 집을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었다. “내 공간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즐기면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처음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변화하는 모습이 바로 눈에 보이니 욕심을 냈어요. 근데 금세 지치더라고요. 하나를 완성하면 그것을 즐길 시간을 주세요. 그럼 좀 더 행복한 기분으로 과정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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