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에 '덕질'하는 이들은 비단 5060세대뿐만이 아니다. 유행에 민감한 2030세대부터 교복 입은 10대는 물론 어린아이들까지 대한민국이 온통 트로트에 푹 빠졌다. 시작은 2019년 상반기에 방영된 TV조선 <미스트롯>이었다. 송가인, 홍자, 숙행, 지원이 등 숱한 스타를 배출한 신개념 트로트 오디션 이후 가요계에는 '트로트의 재발견' '트로트의 재해석'이라는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과 MBN <보이스퀸> 그리고 KBS2 <노래가 좋아>를 통해 '역주행'하는 트로트들이 속출했고 걸쭉한 트로트 스타들이 배출되며 순식간에 음원 차트는 트로트로 도배됐던 것.
이러한 열풍에 정점을 찍은 건 올 초 방영된 TV조선 <미스터트롯>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는 것은 물론 종합 편성 채널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인 35.7%를 기록하며 방영 내내 화제로 떠올랐다. 시청률 12.7%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방송 5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마의 30%를 깨부순 데는 불과 8주라는 시간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전에선 그 인기를 더욱 실감케 했다. 총 773만 1,781콜이라는 유례없는 문자 투표 수가 단시간에 몰려 우승자 발표를 한 주 미루는 '대형 방송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수익으로 환산하면 무려 3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자인 임영웅뿐만 아니라 본선에 진출한 대다수의 참가자는 공중파와 종편을 넘나들며 TV 출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스터트롯>이라는 수식어만으로 몸값이 오르고, 섭외가 줄을 잇는 등 '출연' 자체만으로 인지도와 유명세를 잡은 '무명 스타'가 많다고 한다. 특히 상위에 랭크된 TOP7(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은 죽어가는 프로그램도 되살린다는 파워를 증명하며 가요계는 물론 방송계, 공연계, 영화계, 광고계까지 파고들어 '흥행 보증수표'로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모양으로, 또 다른 곡으로, 또 다른 스타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뜨겁고도 격렬한 대한민국의 트로트 열풍, 그 이상 현상을 정리해봤다.
트로트가 왜 좋냐고?
'어른들의 문화'는 옛말. 요즘 가장 '힙'한 음악이 트로트다.
#예쁘고_잘생긴_스타들
최근 트로트가 이토록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스타' 덕분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난 중·장년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던 트로트계에 적게는 9살부터 20대까지 어리고 젊은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이돌 못지않게 비주얼도 훌륭한 스타들이 차고 넘친다. '중년의 미덕'이라 불리는 뱃살 두둑한 '아재미' 대신에 '남성미' 과시하는 몸짱 스타도, 모델 부럽지 않은 훤칠한 기럭지의 스타들을 찾아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임영웅은 182cm라는 큰 키와 훈훈한 외모 덕분에 연령대 가리지 않고 많은 여성의 이상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찬원, 장민호, 노지훈, 홍자, 정다경, 설하윤 등 배우 못지않은 잘생기고 예쁜 스타들이 '트로트 가수'로 열일하며 '트로트 열풍'에 그 힘을 더하고 있다.
#코로나19의_유일한_백신
트로트 열풍은 지난해부터 스멀스멀 그 실체를 드러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집콕' 문화가 자리 잡은 올해, 유난히 그 인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외출을 자제하고 TV 시청 시간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 트로트 예능의 포텐까지 터지며 '트로트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흉흉한 시국에 트로트만큼 신명나고 흥겹게 국민들을 위로해준 문화도 찾기 어렵다.
실제로 각 트로트 스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그들의 노래가 코로나19의 유일한 백신이라 찬양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를 가지 못한 아이들도, '재택근무'로 답답한 어른들도 모두 트로트를 중심으로 그 우울감을 떨쳐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각종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면서 트로트계에는 빨간불이 켜졌지만 트로트는 보란 듯이 다양한 콘텐츠로의 진화를 거듭하며 지치고 막막한 우리 국민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있다.
#명곡은_영원하다
신곡과 신인 스타들이 쏟아졌지만, 명곡은 여전히 그 건재함을 과시하며 트로트 열풍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명 '국민 가요'로 손꼽히는 곡들이 새로운 스타들의 재해석으로 다시 한 번 '역주행'의 기록을 쓰고 있는 것. 언제 불러도, 누가 불러도 듣기 좋은 명곡들 역시 '트로트의 홍수' 속에 잊히지 않고 여전히 대중에게 회자되며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스터트롯>에서 장민호가 부른 안예은의 '상사화'나 김수찬이 부른 남진의 '나야 나', 임영웅이 부른 노사연의 '바램',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은 "역시는 역시"라는 평과 함께 생소했던 1020세대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으며 인기곡으로 역주행했다. 숨은 명곡들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영탁이 부른 강진의 '막걸리 한 잔'이나 김호중이 부른 조항조의 '고맙소', 송가인이 부른 손인호의 '한 많은 대동강' 등 잊혀가던 명곡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트렌디한_노래
최근 인기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어린 꼬마들이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찐찐찐찐 찐이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은 물론 "장담하는데 딴 놈 다 거기서 거기~"라며 난해한 노랫말도 곧잘 따라 부른다. 한동안 트로트는 회식 자리에서 부르는 '부장님을 위한 장르'로만 여겨졌다.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며 아부성 멘트를 날리거나 '남행열차' '안동역에서' '아모르 파티' 등 젊은 세대가 공감하기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노랫말로 중무장했던 음악이다.
최근에는 톡톡 튀는 가사와 신나는 멜로디로 트로트가 가장 '힙'한 음악처럼 자리 잡았다. 특히 1020세대들이 좋아하는 댄스곡, 발라드, 힙합과의 경계를 허물어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 요즘은 노래방에서 트로트를 선곡하는 일이 '올드'한 행동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모두가 '떼창'하기에 트로트만 한 장르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장년이_달라졌어요
트로트의 주요 팬층인 중·장년층 역시 예전의 중·장년층이 아니다. 그저 '팬 문화'를 젊은 세대들의 고유한 문화로 치부하던 5060세대들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발로 뛰기 시작했기 때문. 이들은 적극적으로 문자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한데 모여 단체 활동을 한다던가, 직접 팬 미팅과 행사에 참여해 팬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적극적인 '누나' '삼촌' 팬임을 자처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후속 프로그램인 <사랑의 콜센타>를 보면 더욱 그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출연진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난다는 60대 열혈 팬부터 하루에 1,000통 넘게 도전하며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는 70·80대 마니아층 팬들까지, 결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던 과거의 5060세대가 아니다. 아이돌 팬 문화의 대표 격인 '지하철 광고'나 기념일 '조공', 음원 차트 순위권 진입을 위한 '스트리밍'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의미를 '트로트 열풍'으로 느낄 수 있다.
내가 트로트를 사랑하는 이유는?
7월 13일부터 7월 17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311명이 응답했다.
1 트로트를 좋아하나요?
YES 95.5%
No 4.5%
2 트로트에 빠진 이유는?
33.1% 신난다
29% 공감된다
25.7% 애절하다
10.8% 재미있다
1.4% 독특하다
3 좋아하는 트로트 장르는?
31.8% 흥겨운 댄스
25% 구수한 전통 가요
25% 가슴 절절한 발라드
15.9% 트렌디한 퓨전
2.3% 재즈& 스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