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는 영화 <부산행>의 재난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극 중 강동원은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을 맡았다.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정석은 반도로 돌아온 뒤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캐릭터다.
사실 강동원은 '한 우물만 파는' 배우다. 지난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그는 그해 MBC 드라마 <1%의 어떤 것>에 연이어 출연했고, 이듬해 SBS 드라마 <매직>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해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고,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모델 출신 꽃미남 배우의 등장으로 충무로가 들썩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이후 강동원은 현재까지 드라마 섭외를 고사하고 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호흡이 빠른 드라마와는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5년에는 영화 홍보차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1년 만의 TV 출연이었던 것.
이후 강동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등 스크린을 종횡무진했으며, 군 제대 이후에도 영화를 통해 꾸준히 활약했다. <군도>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마스터> <골든슬럼버> <인랑>까지 강동원은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인상 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이번 영화 <반도>에서도 또 한 번 강렬한 변신을 감행한다. 영화 <반도>는 2020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연 감독이 연출한 <부산행>(2016)의 후속 편인 셈이다. 강동원 외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 등이 출연한다.
"나는 언제나 관객이 옳다고 믿는다. 관객이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
<부산행> 속편이다. 출연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배우로서 전작이 있는 작품의 뒷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겠고, 욕심이 덜 날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들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반도>가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칸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진 않았지만 배우로서 영광이다. 외국 친구들도 연락해 축하한다고 하더라.
강동원표 액션 연기가 특히 기대된다(강동원은 충무로에서 가장 액션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영화 <형사 Duelist> <군도:민란의 시대> 등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액션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액션팀에서 특별히 더 배울 게 없다고 하더라. 상급자 코스는 거의 끝났다.(웃음) 액션팀과 워낙 오랜 시간 합을 맞춘 사이라 말을 하지 않아도 호흡이 좋다.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잘하는 편이다.(웃음)
영화 속에서 원어민 뺨치는 영어 실력을 보여준다. 원어민의 뺨을 치진 못했다.(웃음) 특별히 공부를 하진 않고, 평소에 외국 뉴스를 좀 본다. 영어 대사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웠다는 평을 듣고 안심했다.
배우 이정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워낙 연기를 잘하지 않나. 아, 심지어 해맑다. 아직까지 어쩜 저렇게 맑고 밝은 에너지를 지녔는지 신기했다.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대중이 갖고 있는 강동원에 대한 오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잘은 모르지만… 차가울 것 같다는 오해?(웃음)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잘 안 하는 것뿐이지 그렇지 않다. 한번 믿은 사람이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다. 인터뷰할 때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를 거라고 상상하는데 크게 다르지 않다.
환상을 하나 깨준다면? 무슨 환상이 있으시려나.(웃음)
비주얼의 상징, 잘생김의 대명사이지 않나? 아, 평소에 옷을 신경 써서 입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전혀 아니다. 물론 어릴 때는 신경을 쓰긴 했으나, 사람들의 시선 때문은 아니고 패션을 좋아해서였다. 어울리지 않아도 내 취향대로 입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한데, 나이 들면서는 '교복'을 몇 개 만들어놓고 그것만 계속 입는다. 선택하는 것도 스트레스니까 그런 상황을 없애버렸다.
최근 행보가 의외다. 유튜브를 하더라.(웃음)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TV 연예 매체가 힘이 있었다면 요즘엔 유튜브 파워가 만만치 않다. 하나의 매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영화에만 출연하고 있다. 관객도 배우도 힘 빼고 볼 수 있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등의 영화에는 출연할 생각이 없나? 들어오는 작품 중에서 가장 해볼 만한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이지 딱히 액션이라서 선택하는 건 아니다. 영화도 흐름이 있는데 지금은 액션이나 무거운 영화가 흐름인 것 같다. 대중이 선호한다. 실제로 멜로나 코미디 장르의 시나리오가 잘 없다. 신인 감독 작품이라 해도 시나리오만 좋으면 언제든 출연할 생각이 있다. 내 첫 작품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출연할 때도 멍청해 보이는 역할 때문에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웃음) 한데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출연했다. 나는 무조건 시나리오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이 나에겐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제 정말 어른이 된 느낌이랄까. 연기자로서도 책임감이 더 생겼고, 동시에 나이가 주는 여유도 생겼다. 나는 언제나 관객이 옳다고 믿는다. 관객이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 더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자유?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지금처럼 치열하게 살진 않을 것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많은 걸 내려놓기도 할 것이고, 동시에 연기는 늘 발전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계속 열심히 일하면서 여유도 찾아갈 것이다. 50대쯤 되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