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en2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 수원으로 이사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는 집주인 김혜경 씨는 10살, 4살 두 아이의 엄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버거워 친정 근처로 이사 오게 됐는데, 1년 차 수원살이가 집 꾸미는 재미로 꽤나 즐겁다고 말한다. 지금의 아파트를 처음 보고 한눈에 반해 바로 이사를 했는데, 천편일률적인 기존 아파트들의 구조와는 다른 유럽식 구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때 유행했던 거실의 아치 구조나 화려한 타일 등은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거실이 두 개라는 것이 새로웠다. 현관에서 들어와 중문을 열면 작은 복도를 기준으로 좌우로 거실 공간이 분리돼 있다. 왼쪽은 탁 트인 공간으로 메인 거실과 주방, 오른쪽은 방 두 개 사이에 작은 거실이 있다. 구석구석 벽면에 숨은 창고형 수납장도 재미있는 요소들이다. 메인 거실에는 주방이 함께 있는데, 워낙 공간이 넓어 소파와 좋아하는 의자, 테이블로 가족실을 꾸미고도 주방 옆에 식탁 공간을 따로 마련할 수 있을 정도다.
평소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많은 김혜경 씨는 실제로 자신의 취향으로 찾아낸 소소한 소품들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한다. 그 정도로 남다른 취향과 센스가 있어 집 안 곳곳에서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중 식탁 공간은 특히 그녀가 애정하는 아이템으로 채웠다. 4년 전 구입한 클래식한 원형 테이블과 제각각의 스타일과 컬러를 지닌 의자, 볼 때마다 흡족해 입꼬리가 올라가는 조명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평소에는 가족이 식사하는 공간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창 쪽을 바라보며 앉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는 육아와 살림을 해야하는 집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호사로운 힐링 공간이 된다고. “평소 가구나 소품을 고를 때 주로 해외 직구를 해요. 기성품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 까다롭게 고르고 오래 기다려 받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집을 꾸미다 보니 공간 하나하나에 깃든 히스토리가 매번 새롭게 느껴지고 뿌듯해요.”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주방 공간이 옆에 있지만 평소 커피를 좋아해 작은 홈카페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모카포트를 잠시 쉬게 해주고,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마음에 들어 눈여겨보았던 새 제품을 들여놨더니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는 것은 물론 커피 맛도 좋아 부쩍 더 티타임이 많아졌다. “아파트 바로 앞이 골프장이고 주변에 나무가 많아 테이블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힐링이 된답니다. 특히 요즘처럼 초록이 가득한 계절에는 애써 시간을 내서라도 자주 식탁에 앉으려고 해요. 하루의 육아와 살림의 피로를 해소해주는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김혜경 씨가 이 집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세컨드 거실 공간이다. “이 공간도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구조잖아요. 작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공간이 분리된 것이 마치 두 집이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랄까요?” 복도 오른쪽에는 방이 두 개 있고 그 사이에 작은 거실이 있다. 방 하나는 큰아이 방으로, 다른 방은 남편의 서재로 꾸몄다. 작은 거실은 아이의 놀이방이 됐다. 책도 읽고 놀이도 할 수 있는 아이 전용 공간이 된 셈이다. “보통 아이를 키우다 보면 거실은 그냥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되잖아요. 책과 장난감이 가득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공간이 분리되니 거실에 제 취향을 반영할 수 있어 살림의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아이에게도 자신의 공간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집 거실과는 사뭇 다른 세련되고 감각적인 거실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두 개의 거실 구조 덕분이라고.
거실 크기에 비해 주방은 넓지 않지만 숨은 수납공간이 많고 화이트로 깨끗하게 꾸며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음식을 하면서 가족과 대면할 수 있는 큰 사이즈의 아일랜드 조리대도 김혜경 씨가 좋아하는 포인트. “거실과 주방이 함께 있어 자칫 주방의 지저분한 물건들이 공간 전체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데, 붙박이장 안에 수납할 수 있어 넓고 쾌적해 보이더라고요.” 안방 역시 다른 집에 비해 넓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큰 창이 시원하게 나 있어 바깥 풍경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혼 때부터 사용해온 테이블을 한쪽에 놓아 아이들과 분리돼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안방의 포인트는 자개장이죠. 시외할머니께서 사용하시던 자개장으로 40년이 훨씬 넘었어요. 그런데도 관리가 잘된 편이라 시댁에서 챙겨 왔어요. 휑한 침실에 포인트로 그만이더라고요.” 전통적인 자개장과 서양화 포스터가 이색적인 조화를 이뤄 공간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HER FAVORITE
김혜경 씨의 집 곳곳에서 활약하는 리빙 아이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