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 동네 슈퍼까지 가는 길에 네 발 달린 이웃들을 만났다. 킁킁거리며 신나게 노즈워크를 하는 반려견을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반려인들은 늘어나지 않는 목줄을 바짝 쥐고 있었다. 어떤 반려인은 반려견이 행인의 비닐봉지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자 냉큼 안아 들고 "안 돼"라는 말을 반복했다. 개를 좋아해 이런 풍경이 귀엽게 느껴지는 한 사람이지만, 행여나 반려인이 목줄을 놓칠까 걱정하며 멀리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음을 안다. 예민하거나 겁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들의 우려를 더하는 반려견 안전사고가 최근에도 이슈가 됐다.
지난 5월 배우 김민교의 반려견들이 울타리를 넘어 80대 이웃 노인을 공격했다. 그보다 앞서 부산에서는 산책을 나온 두 마리의 불도그가 푸들을 안고 있는 여성을 공격해 허벅지를 물었다. 뉴스로 보도된 영상을 보면 불도그 한 마리는 목줄을 하지 않았고, 다른 한 마리는 목줄을 했으나 힘이 장사라 반려인이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개물림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화창한 날씨로 야외 활동이 증가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반려견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4월부터 한 달간 '맹견 소유자 준수사항 등 반려견 안전관리' 내용을 집중 홍보했다. 홍보 캠페인 내용에는 반려견 안전관리와 더불어 맹견 소유자 손해보험 가입 의무 등 내년 2월 시행되는 동물보호법도 포함됐다. 반려인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기에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안유영 과장을 만나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맹견 사고가 잇따르는데, 맹견 안전관리 규정이 따로 있지요? 맹견은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장소에는 맹견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매년 3시간씩 맹견의 적절한 사육 등에 대한 교육을 '동물보호관리시스템 (www.animal.go.kr)'에서 이수해야 하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맹견 소유자 등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맹견 소유자 손해보험도 출시된다고 들었어요. 맹견을 키우는 분들은 2021년 2월부터 손해보험에 꼭 가입해야 하고, 가입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보험업계와 협의를 통해 올해 안으로 해당 보험이 출시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보험은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부담을 덜기 위한 대비 조치로 가입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보험은 달리 접근해주셨으면 해요. 보험 관리와 더불어 맹견 관리의 중요성을 주기적으로 떠올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반 반려견도 목줄을 해야 하나요? 물론이죠. 위반 시 과태료도 있습니다. 최근 공익광고에도 나오듯 반려인에겐 순한 강아지가 타인에겐 사나울 수 있어요. 펫티켓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노약자를 비롯한 행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안전사고라고 해서 무는 것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타인을 보고 갑자기 짖어 깜짝 놀란 대상이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거든요.
목줄을 하지 않아 반려견이 다치는 사고도 있죠. 목줄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착용해야 합니다. 가령 반려견이 돌아다니다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는 경우도 있어요. 개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함유한 유박 비료를 먹고 탈이 난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이 필수라던데, 어떤 제도인가요? 주택, 준주택 등에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이 대상으로 소유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동물 등록을 해야 합니다. 2014년부터 의무화됐고 2019년 자진신고 기간에 등록 건수가 대폭 늘었어요. '반려동물등록제'는 책임감을 갖고 반려견을 키우게 하는 한편, 실수로 잃어버렸을 때 신속하게 찾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입니다.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과태료 때문이 아니더라도 가족 같은 반려견을 책임지고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등록한 반려견을 위한 혜택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어떤 혜택인가요? 지자체와 함께 반려견 놀이터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인데, 등록된 반려견에 한해 입장시킨다거나, 축제에 초대하는 등의 계획을 하고 있어요. 반려동물을 등록할 때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 일종의 전자칩을 체내에 삽입하는데요, 이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바이오 인식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논의 중이니 반려동물 등록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펫티켓이 반려동물과 반려인만 지켜야 할 매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반려인과 다른 시민 모두의 배려가 필요해요. 가령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가 귀엽다고 갑자기 다가가 만지면 강아지도 놀라잖아요. 자신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사람은 동물과 함께 삶의 터전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서로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잘 정착되도록 저희 동물복지정책과에서도 힘쓰겠습니다.
동물복지정책과가 올해 2월에 조직됐죠? 앞으로 더욱 바쁘실 듯해요. 이제 시작이죠.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수십 년 혹은 100년 이상 오랜 기간 문화와 제도로 정착된 반려동물 관련 사항을 우리도 빠르게 따라가고는 있지만 사안별로 보면 아직 사회적 공감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의욕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많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무엇보다 동물보호단체 등을 포함한 다양한 단체, 이해 관계자와 성실히 소통해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반려동물 등록, 맹견 소유자 보험 가입 의무화와 같은 변화되는 제도에 맞춰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유박 비료란?
'아주까리'라 불리기도 하는 피마자 씨앗에서 기름을 짠 후 부산물로 만든 비료다. 얼핏 사료처럼 생긴 데다 고소한 냄새를 풍겨 개가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데, '리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섭취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유박 비료 사용 제한, 또는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 등 비료 업체와 농가가 선호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반려동물과 산책 시 반려인이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함께 지키는 펫티켓
반려인
1. 외출 시 반드시 목줄 하기
각종 사고로부터 행인과 내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다. 아울러 공격성이 있는 맹견은 입마개도 착용해야 한다.
2. 반려동물 등록하기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인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펫티켓은 동물 등록이다. 등록을 해두면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3. 다른 사람과의 일정한 거리 유지
산책 시 거리를 두고, 엘리베이터 등 좁은 공간에서는 반려견을 안는 게 좋다.
4. 배설물 수거하기
방치한 배설물이 거름이 된다는 속설은 낭설이다. 외출 시 비닐장갑과 봉지, 약간의 물을 챙기고, 배설물을 수거한 뒤 배변한 자리에 물을 뿌려 벌레 꼬임과 냄새를 방지한다.
5. 매너 패드 챙기기
강아지 놀이터나 동물병원 등에서 반려견들이 서로 냄새를 맡거나 마킹을 하다가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
1. 함부로 만지지 않기
타인의 반려견에게 꼭 인사를 하고 싶다면 반려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천천히 다가간다.
2. 큰 소리 내지 않기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 사람도 놀란다. 놀란 개가 방어 본능이 발동하면 이를 드러내며 짖을 수 있다. 반려견을 자극하지 않는 것도 모두를 위한 에티켓이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펫티켓
초등학교에서 '동물보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진행하는 사업으로, 수의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