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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집콕 생활 홈스쿨링 패키지

전문가가 말하는 '효과적인 홈스쿨링 학습법'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홈스쿨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On May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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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홈스쿨링 생활백서' 대표는 중학교 2학년 시절,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풍부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다양한 나이대의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질풍노도의 시기, '자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개척한 송 대표는 이제 자신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홈스쿨링이 필요한 친구들의 길라잡이가 됐다. 송 대표는 최근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체감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특수한 학생들이 홈스쿨링을 선택한다는 편견이 만연했으나 온라인 개학 이슈로 인해 지금은 한시적 필수 사항이 됐기 때문. 송 대표는 "홈스쿨링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대신, 온라인 수업은 학교에서 집으로 잠시 학습 장소를 옮기는 것뿐"이라고 하면서도 "집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모의 태도로 좌우되는 홈스쿨링

자녀가 방학 중일 때 부모의 피로감은 높아진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가정에서 학습을 하려고 해도 일정한 스케줄이 없어 흐지부지 지내는 날이 많고 집에서 빈둥대거나 게임만 하는 자녀에게 화부터 내기 십상이다. 송 대표는 무조건 다그치는 건 좋지 못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교류가 많아진다는 게 홈스쿨링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의견이 대립했을 때도 24시간 지켜봐야 한다는 게 단점이기도 하다. 홈스쿨링을 계기로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려면 정해진 틀을 얼마나 지킬 것인지, 자녀의 학습 선택권을 얼마나 존중해줄 것인지 충분한 대화로 결정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자기 주도적 학습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꼭 나이에 국한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송 대표는 현재 학교에서 시행 중인 원격 수업으로 교육을 이수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송 대표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에너지를 끊임없이 발산해야 하는데 집 안에 틀어박혀 강의를 듣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무작정 '그냥 해!' 라고 말하기보다는 왜 해야만 하는지 대화로 설명하고 풀어주는 게 좋다. 자녀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들 역시 부모와 자녀 간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부모가 직접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자녀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자녀가 훌륭한 대답을 내놓진 않겠지만 자신의 한마디가 부모님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녀 입장에서는 훨씬 깊은 사고가 가능해진다. 송 대표는 "아이들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최대한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춘기가 돼서도 대화가 자연스러워진다. 대부분 부모님들이 '이제 아이가 좀 큰 것 같으니 대화를 시도해볼까?'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땐 이미 늦었다. 고등학생이나 수험생들은 대부분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고 집에서 잠만 자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와의 대화가 계속 줄어들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색한 사이가 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잘 파악해둔다면 나중에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녀가 먼저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학습

온라인 수업 시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수업을 마치고 가벼운 복습을 병행하면 학습 내용이 머릿속에 좀 더 오래 남는다. 다만 복습할 때 문제 풀이처럼 딱딱하게 진행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송 대표는 "뭘 배웠는지 부모가 확인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기보다 오늘 뭘 했는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뉘앙스로 다가가는 게 좋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대화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집 안에서 교육 공간을 구분 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방 안에 가둬놓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 공부하도록 두는 것보다 거실로 불러내는 게 더 좋다.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거나 함께 독서 시간을 갖는다면 자녀의 집중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자녀들의 유튜브 시청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요즘 부모들의 걱정거리다. 글이나 책을 읽고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유튜브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데다 정보가 곧바로 눈에 들어오다 보니 독해력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 송 대표는 "어린 시절의 독서량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함께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아이가 선택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을 규제하는 것은 단순히 규제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책이라는 새로운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특수한 상황에 놓인 만큼, 공부에 주력하기보다는 아이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다. 새로운 취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 자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확실히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홈스쿨링을 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완벽하게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 송 대표는 "실제로 아이에게 뭘 가르치다 보면 '우리 애가 이렇게 멍청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부모도 있다. 이럴 때 큰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키워주거나 어느 정도 조언해줄 수는 있지만 내가 모든 것을 지도해야겠다는 부담은 내려놓는 게 좋다. 그 부담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가 100% 잘하지 못하면 엄마가 실망하고 화를 내'라는 생각은 평소 감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러면 평소에 할 얘기도 못 하는 상황이 생긴다"라고 조언했다.

원격 수업이 낯선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법이 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예습, 복습을 강조하기보다는 수업 교재를 간략하게 읽어보게 하는 게 좋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내용에 대해 부드럽게 물어봐 자녀가 스스로 수업 내용을 상기할 수 있게 한다.

홈스쿨링에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겼다면?

송혜교 '홈스쿨링 생활백서' 대표

송혜교 '홈스쿨링 생활백서' 대표

홈스쿨링은 자아 정체감을 찾기에 좋은 선택이다. 정리된 이론을 습득하고 암기하는 것에 주력하는 공교육 학습과 달리, 다양한 사고의 확장과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홈스쿨링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해보는 게 좋다.

1 청소년증을 발급받아라
학생일 때는 학생증이 있지만 학교를 떠나면 청소년증이 신분증을 대신한다. 청소년증은 검정고시를 볼 때도 필요하다. 가까운 주민센터에 방문해 발급 신청서와 사진 1매를 제출하면 발급이 가능하다.

2 정부의 정책을 적극 활용하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 센터와 직업 체험, 검정고시 교육 등 센터를 활용하는 게 좋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보지 않더라도 학력을 인정해주는 지자체별 학력 인정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면 최대 월 20만원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활용하는 게 좋다.

3 가족과 명확하게 협의하라
무작정 자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모님에게 허락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부모도 이를 쉽게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자녀 입장에서는 왜 홈스쿨링을 진행하고 싶은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부모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디까지 양보하고 간섭할 것인지 가족 간의 협의가 중요하다.

4 교류의 접점을 확장하라
학교에 안 가면서 사람 만나는 걸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전적으로 자율성에 맡기기보다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려는 탐구 의지가 필요하다. 기존 친구들과 계속 교류해도 좋고, 커뮤니티를 활용해도 좋다. 새로운 모임에 나가서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환기가 된다. 자퇴했다는 이유로 타인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홈스쿨링 생활백서는… 학교 밖 청소년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2017년 2월부터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 채널 등에서 자퇴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검정고시나 입시 정보는 물론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고, 학교 밖 선배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30여 명의 활동가가 학교 밖 청소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서민규,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05월호
2020년 05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서민규,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