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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방콕러를 위한 4월의 책 추천

On April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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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책방
원자폭탄을 맞아도 삶은 계속된다

영화 <파니 핑크>를 보았을 때, 나는 스물네 살이었다. 남들이 모두 아름다운 시기라고 할 법했던 그때 나는 아름답지 못했다. 삶의 불안정함과 미래의 불확실함에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기분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때 영화 속에서 ‘파니’가 말했다. “여자 나이 서른에 좋은 남자를 만나기란 길을 걷다 원자폭탄을 맞는 것보다 더 어려워.” 스물네 살은 그보다야 사정이 나았겠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때 파니의 절박함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뿐 아니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파니 핑크>는 개봉하자마자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 독일과 한국뿐 아니라 미국, 멕시코, 베트남 등 많은 나라에서. 감독인 도리스 되리는 막상 그 반응을 “여전히 놀랍다”고 하지만, 그만큼 파니가 준 메시지는 설득력 있었다. 도리스 되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때입니다. <파니 핑크>는 로맨틱한 남녀 관계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우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모색하는 영화입니다.”

1955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도리스 되리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건너가 연극학, 연극 실기, 철학,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 후 독일로 돌아온 그는 뮌헨의 국립영화텔레비전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데뷔한다. 1982년 발표한 첫 장편 데뷔작 <마음의 중심에서>로 그는 베니스영화제, 도쿄영화제에 초대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그 이후 그는 <남자들> <나 이뻐?> <내 남자의 유통기한> 등 많은 영화를 찍으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영화감독에 한정 짓지 않았다. 1986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다양한 동화와 소설을 발표해 베티나 폰 아르님 문학상, 몽블랑 문학상, 독일 펜 예술상, 독일 도서상 등 문학상도 섭렵하며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린 딸에게 삶의 소중함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글쓰기는 그에게 ‘애를 키우면서 하기 쉬운 작업’이었다. 아이가 여섯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아이가 고3이 돼서야 비로소 장편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분담하는 남편,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있는 그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뒤풀이하러 가는 남자 동료들과는 달리 어린아이를 보러 집으로 가야 했고, 짬을 내 장 본 물건을 자전거에 싣고 현장으로 다녀야 했던 그는 그러한 자신의 삶을 창작에 반영한다.“이렇게 바쁜 생활이 여성의 일상에 밀착된 영화나 소설의 창작을 가능하게 했죠.” 단편소설을 연작 형식으로 묶은 소설집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파니 핑크>의 원작 격이다. 1991년 출간된 이 책에서 영화의 기본 설정을 가져왔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어긋나는 인간관계에 갈팡질팡하는 여자들. 희망은 쉽지 않지만 삶은 계속된다. 도리스 되리는 그 삶의 현장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살려낸다. 소설로, 그리고 영화로.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 <미원식당>

    추억이 깃든 메뉴와 60여 년 히스토리를 가진 감칠맛의 대명사 미원을 함께 곁들였다. 이제 막 입문한 요리 초보, 혼밥족을 위한 한 끼 식사와 안주 레시피를 담았다. 미원, 이밥차, 1만5천원

  • <사람사전>

    카피라이터 정철이 우리네 인생을 일상 단어 1,234개에 비추어 쓴 에세이. 의미 없이 부유하던 단어가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만나면, 살아 있는 단어로 재탄생한다. 정철·권영묵, 허밍버드, 1만4천8백원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지치고 무기력함에 빠져 더는 무엇도 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거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나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줄 치유의 책이다. 전승환, 다산초당, 1만6천원

  • <엄마도 꿈이 엄마는 아니었어>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모든 엄마를 위한 책. 글을 쓰면서 아들 넷 독박 육아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자존감을 회복했으며,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아넷맘’(아들 넷 엄마)의 이야기. 김아영, 왓어북, 1만4천원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이예지
사진
김재경, 이준형, 게티이미지(핸드아웃), 스플래시닷컴(핸드아웃)
2020년 04월호
2020년 04월호
에디터
하은정, 이예지
사진
김재경, 이준형, 게티이미지(핸드아웃), 스플래시닷컴(핸드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