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아이들은 개학이 연기됐고, 회사원들은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봄나들이는 물론 장 보러 마트에도 가지 않으려 한다. 급성장하던 공유 경제도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하고 있다. 장소든, 자동차든, 킥보드든 이전에 누가 사용했을지 알 수 없어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는 물건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소유, 공유 다음으로 지목되던 '구독 경제'가 제대로 주목받고 있다. 정기 구독에는 넷플릭스 같은 '무제한 이용형', 정수기 대여 같은 '렌털형' 구독이 포함되지만 갑작스러운 '집콕' 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그중에서도 '정기 배송형' 구독이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함께 빠르게 발전한 요즘 정기 배송은 의식주 제품을 포함해 취미와 취향 제품까지 배송한다.
생활 주기에 맞춘 구독
상황을 고려하고서도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 의식주를 구성하는 제품은 날마다 사용하는 만큼 주기적으로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지만 매번 구입과 결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정기 구독을 신청해 때가 되면 알아서 보내주는 생필품을 택배로 받는 구독자가 늘고 있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한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일찌감치 한 달에 1달러만 내면 면도날을 보내주는 일을 시작했다. 2016년 유니레버에 인수됐으며 현재 구독자가 400만 명이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나라 회사도 있다. '와이즐리'는 유통 과정과 마케팅 비용을 줄여 좋은 품질의 면도기와 면도날을 보내준다(배송비 무료).
코로나19 사태로 외식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밀집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을 마주치는 동시에 식기를 공유하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터. 하루 세 끼는 해결해야 하고, 갑자기 요리를 하려니 막막하다면 식자재 정기 구독을 추천한다.
대체재가 많아 '쌀 떨어졌다'는 말이 이전만큼 두렵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지만,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여전히 밥은 한국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현대생활식서'는 직접 사 오려면 무겁고 번거로운 곡류를 2주에 한 번 배송한다. 대용량 쌀 포대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인원수에 맞춰 갓 도정한 쌀을 500g 단위로 포장했다. 특히 여러 지역의 다양한 곡식을 맛볼 수 있게 돕는 '현식이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다.
이 외에도 여성 농민이 생산한 달걀, 두부, 제철 먹거리 같은 유기농 생산물을 매주 화요일 '꾸러미'로 제작해 배송하는 '언니네 텃밭', 매일 다른 찌개와 반찬 4종류를 보내주는 '더반찬', 달마다 다른 구성의 세계 과자를 박스에 담아 보내주는 '스낵트립'을 이용한다면 다채로운 식생활이 가능하겠다. 생리 주기를 입력하고 받을 날짜를 정하면 매달 유기농 순면 생리대, 탐폰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해피문데이'도 있다. 판매 중인 제품 모두 무독성이 확인된 무농약 면으로 만들었으며 국제 인증기관의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정기 배송 신청 전 낱개 구매도 가능하다.
집에서도 호텔의 편안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구독 서비스도 있다. 말끔히 세탁한 셔츠를 정해진 요일에 문 앞에 걸어주는 셔츠 정기 배달 서비스 '위클리셔츠', 깨끗한 수건을 배달하는 '노블메이드', 항균 세탁된 베개·매트리스·이불 커버를 매달 배달하는 '클린베딩'을 이용하면 된다.
피부 유형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 '나만의 화장품 키트'를 제작해 2주에 한 번씩 작은 통에 담아 보내는 '플로우', 교체 시기에 맞춰 대나무 칫솔을 보내주는 '닥터노아', 홈 뷰티 케어를 위한 마스크 팩 정기 배송 '스테디' 등 정기 구독 서비스는 뷰티 제품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가성비도 좋아요
정기 구독 서비스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선불에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며 주로 장기적인 계약이 이루어져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또한 수익을 예측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구독 서비스에 배송비를 따로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쿠팡'과 같은 대형 온라인 채널에서는 생필품의 구매 주기와 제품을 선택해 구독하면 구매 횟수에 따라 5% 이상의 할인 혜택을 준다. 사무실에서 인기 있는 간식 구독 서비스 '위펀'은 낱개로 구매할 때보다 약 20% 저렴하다. 해당 계절에 가장 예쁜 꽃을 보내주는 꽃 구독 시스템 '꾸까'는 분기별로 50%에 이르는 할인 이벤트는 물론 다음 구매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적립금과 쿠폰까지 넉넉하게 챙겨 준다.
취미 생활도 절찬 구독 중
'좋은 구두가 당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라는 말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구독 서비스는 당신을 좋은 삶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일일이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며 물건을 고를 수 없는 대신 정기 구독은 전문가가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을 선별 제공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더해졌다. 종류와 브랜드가 너무 많아 일일이 찾아보기 어려운 소비자에게도 '때가 되면 알아서 좋은 걸 마련해주는' 서비스는 믿음직스럽다.
회 구독 플랫폼 '해톡'은 산지에서 생산자와 제휴를 맺어 신선도가 높은 제품을 배송한다. 어떤 해산물이 제철인지, 어떤 것이 신선한지 알기 어려운 일반 소비자가 수산물 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검증된 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량 구매가 가능해 1인 가구에도 인기가 높다. 영양제 섭취는 현대인의 필수 항목이다. 하지만 워낙 종류가 많은 데다 같이 먹으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막상 사려면 복잡하게 느껴진다. 정기 구독 서비스 '필리'는 사용자가 평소에 자주 느끼는 증상과 우려되는 점을 설문을 통해 제출하면 필요한 영양제를 조합해 보내준다. 날마다 카카오톡으로 영양제 먹을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동안 회사 다니고 친구 만나는 것 말고 따로 취미랄 게 없다면, 그런 당신의 '집콕' 시기를 위한 구독 서비스도 있다. '하비인더박스'는 취미가 될 만한 것을 골라 집 앞에 놔준다. 뜨개질·퍼즐·컬러링·십자수 세트가 배달되기도 하고, 핀홀 필름 카메라·천연 화장품·가죽 지갑 만들기 키트가 올지도 모른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하는 아이를 위한 키즈 취미 키트도 마련돼 있다.
물론 반려동물을 위한 정기 구독도 있다. 수의사를 비롯한 반려견 전문가들이 만드는 '돌로 박스'를 정기 구독하면 계절에 맞는 신선한 간식, 각종 반려견용품, 장난감 등을 받을 수 있다. 브랜드에서 자체 개발한 맥주 효모로 만든 건강 파우더 '호개든'도 포함된다. '돌로(DOLO)'는 'Dogs Only Live Once'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라고. 애완묘와 함께 사는 캣맘이라면 고양이 장난감 정기 배송 서비스 '아카박스'를 추천한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아 심사숙고 끝에 큐레이션해 보내는 정기 구독 서비스는 내게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 과정을 확실하게 줄여준다. 미처 접해보지 못한 여러 분야의 책을 '플라이북'에서 받을 수도 있고, 매달 새로운 스타일의 귀걸이를 '달나라' 서비스로 경험해볼 수도 있다. 아예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할 때도 좋다. 올봄 차 문화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매달 세 종류의 차와 다구, 테이스팅 노트를 포함한 소품 등을 보내주는 '다다이상'에서 정기 구독하는 식이다.
정기 구독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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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까(www.kukka.kr)
꽃구경을 나가지 않아도, 꽃집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꽃 정기 구독 서비스. '지친 나를 위해' '연인을 위해' '엄마가 좋아하는' 등 다양한 테마 중 선택해 분위기에 맞는 꽃다발을 받을 수 있다. 2주에 한 번 XS 사이즈의 꽃다발을 받는 서비스의 구독료는 한 달에 4천9백원. 최근 플랜트 정기 배송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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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e샵(www.jungoneshop.com)
포기김치부터 총각김치, 깻잎김치, 동치미, 묵은지, 파김치, 오이지무침까지 원하는 종류와 용량을 정기 구독할 수 있다. 활용도가 높아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 상차림에 대한 고민이 줄어든다. 배송 3일 전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기 때문에 김치가 아직 남았을 때는 '이번 배송 건너뛰기'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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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부키(www.bookibooki.co.kr)
유치원과 어린이집 역시 휴원한 탓에 육아 고민이 늘었다면 그림책 정기 배송을 추천한다. 함께 배송되는 그림책 설명서에는 어떻게 책을 읽어주면 좋은지 상세한 안내가 들어 있다. 이를 활용해 아이와 더 재미있고 다양하게 놀아주며 아이 나이와 배송일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10일마다 정기 배송 월 3만3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