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여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어린 하녀가 낙태 수술을 받는 장면은 여자만 아는 이야기, 여자라서 겪는 고통, 그래서 지워지는 역사를 기록하는 게 여성 예술가의 의무라는, 감독 셀린 시아마의 자의식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신이다. 지난 2월 말 열린 세자르 시상식에서 셀린 감독과 주연배우 아델 하에넬이 한 행동은 그러니까, 전혀 놀랍지 않다. 세자르는 프랑스 최고 영화제다. 할리우드처럼 글로벌 스타가 즐비한 게 아니니까 굳이 시상식을 챙겨 보는 해외 팬은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성범죄자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타는 순간 셀린이 일어섰고, 아델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며 따랐다.
"불의에 맞서 당당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는 표현이 이토록 드라마틱하게 현실에서 구현된 적 있던가. 두고두고 강력한 상징으로 남을 장면이다. 아델은 스물아홉 나이로 벌써 세자르 후보에 일곱 번 올라 두 번 수상한 배우다. 최근에는 미성년자 때 감독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백해 프랑스 미투운동의 불씨를 살렸다. 그래서 더 반향이 컸다.
논란은 폴란스키의 신작이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순간 시작됐다. 1970년대에 미성년자를 비롯 10여 명을 성폭행해 고소·고발당한 전적이 있고 미국에는 도망자 신분이라 들어가지도 못하는 폴란스키를 그동안 감싸준 게 프랑스 영화계다. 하지만 미투 운동 이후 세상의 윤리는 변했다. 그 전까지 예술가의 악행을 '인간은 나빠도 작품은 좋으니까' 하고 넘어갔다면 이제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미투의 외침이었다. 그리하여 이번엔 프랑스 문화부 장관, 영화인들, 인권단체가 나서서 세자르를 말리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집행부는 영화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며 기어이 폴란스키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프랑스 영화계가 낡은 시대정신과 엘리트주의에 갇혀 헛발질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할리우드가 미투운동으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무너뜨리고 여성 영화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때, 프랑스 영화인들은 "성적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사적 경험을 공개 처벌하는 건 전체주의다"라면서 미투 운동 반대 서명을 했다.
그렇게 묻히나 싶던 프랑스 미투 운동을 다시 살려낸 게 아델이었다. 셀린과 아델이 단지 세자르를 떠난 게 아니라 영화계 수구 엘리트 카르텔에 등을 돌렸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전 세계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열렬한 지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클레어 드니 감독은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친 건 약간 이상하다"라는 '약간 이상한' 논평을 했다. 어느 캐스팅 디렉터는 "아델의 배우 경력에 사망 선고가 내려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솔직히 2019년 세계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단 한 편의 프랑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과 배우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적어도 팔순 노인 폴란스키보다는 아델의 앞날이 창창할 거다. 그들이 이제 막 당신네가 박살낼 뻔한 프랑스 영화의 마지막 위엄을 구해냈다. 부끄러운 줄 알고 예의를 차려라.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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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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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터닝>
<컨저링> 제작진의 미스터리 고딕 호러. 가정교사 '케이트(맥켄지 데이비스 분)'가 어느 날 갑자기 대저택의 마지막 주인이 된 '플로라(브루클린 프린스 분)'와 '마일스(핀 울프하드 분)'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4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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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
인간에 대한 역습을 예고한 전설의 포켓몬 '뮤츠'가 이끄는 복제 포켓몬 군단과 그에 맞서는 포켓몬의 역대급 배틀을 담은 작품. 귀엽고 사랑스러운 포켓몬의 모습이 사상 최초 FULL 3D로 펼쳐진다. 4월 중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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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 바닷가 마을에 사는 소녀 '보리(김아송 분)'가 가족과 같아지고픈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품는 모습을 담은 성장 드라마다. 4월 중 개봉 예정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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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더킹:영원의 군주>
오는 4월부터 <하이에나> 후속으로 방송 예정인 주말 드라마다.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을 닫으려는 이과형 대한제국 황제와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형 대한민국 형사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호, 김고은, 우도환, 정은채 등이 출연하며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대한민국 최고의 필력으로 작품마다 신드롬을 일으키는 '히트작 제조기' 김은숙 작가와 <비밀> <태양의 후예> 등에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였던 백상훈 감독,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세련된 영상미로 주목받은 정지현 감독이 의기투합하면서 또 한 번의 레전드급 '흥행 대작'을 예고한다. 소집해제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이민호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고은이 만난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높다. 4월 중 방송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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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굿캐스팅>
국정원 현직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들이 어쩌다 현장 요원으로 차출된 후, 위장 잠입 작전을 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 휴머니즘 블록버스터다. 최강희가 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즌2> 이후 2년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유인영, 김지영, 이상엽, 이종혁 등이 힘을 보탠다. 4월 27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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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아름다운 첫사랑이 지나고 모든 것이 뒤바뀐 채 다시 만난 '재현(유지태 분)'과 '지수(이보영 분)'가 가장 빛나는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며 그리는 마지막 러브레터. 유지태와 이보영, 그리고 박진영과 전소니가 각각 그려낼 두 남녀의 현재와 과거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월 중 방송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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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모범형사>
진실에 다가가려는 자와 은폐하려는 자들 간의 대결을 담은 리얼한 형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 손현주, 장승조, 이엘리야 등이 출연한다. 조남국 감독과 최진원 작가가 2017년 JTBC 드라마 <언터처블> 이후 3년 만에 다시 뭉쳤다. 특히 손현주는 <추적자> <황금의 제국>에 이어 조남국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4월 중 방송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