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민정
2017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경기도 오산공장 SCM SC 제조 기술팀에서 평사원으로 일하며 실무를 익혀오던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28세) 씨가 중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회사로 복귀해 본사 뷰티영업전략팀의 과장급인 '프로페셔널' 직급을 맡았다.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는 서민정 씨의 회사 복귀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본격적인 후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서민정 씨가 복귀한 직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신형우선주 발행에 나선 것도 그녀의 차기 후계자설에 힘을 보탠다.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는 서민정의 증조할머니 고 윤독정 여사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3세대 만에 여성 경영인이 재등장할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민정 씨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도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그룹의 큰 그림이라고 봤다. 장강경영대학원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스위주 쥐런그룹 회장을 비롯한 중국 경제계 거물들이 거쳐간 황금 인맥의 산실이다. 서 씨는 장강경영대학원 졸업 후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동닷컴에서 디지털 업무 경험을 쌓기도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기보다 서민정 씨가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 복귀해 업무 경력을 차근히 쌓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 경제학과 졸업 후 '재벌가 자제들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이미 글로벌 인맥을 갖춘 셈이다.
인상적인 것은 서민정 씨는 30세 이하 주식 부자 50명 중 압도적 차이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가족을 통해 배당금을 톡톡히 받아왔는데,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241만 2,710주와 외가인 농심홀딩스 주식 1만 3,201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가진 주식 평가액은 2,120억원이다. 미성년자 시절부터 이미 억만장자였던 셈이다. 상장 주식들과 별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쁘아(19.52%)와 에뛰드하우스(19.52%), 이니스프리(18.18%) 주식도 보유하고 있어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서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로드숍 화장품 매출 2순위로, 상장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주식 가치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생 서호정 씨가 계열사 지분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계 구도 역시 서민정 씨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그녀가 우리나라 20대 주식 부자 1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아직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막대한 양의 배당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계열사가 폭풍 성장하기 전인 미성년자 때부터 일찍이 주식을 증여받은 것은 증여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합법적 꼼수'라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우먼센스>에 "서민정 씨는 현재 과장 직급이다. 기업의 승계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엔 시기상조다. 지금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할 뿐 후계 구도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없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현대중공업 정기선
정기선(39세)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잇따라 보여주면서 올해 사장 승진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2009년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 후 2013년 부장 직급으로 재입사했다. 2014년 상무, 2015년 전무,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0%를 갖고 있다. 정 부사장이 3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은 지난해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 이사장과 정 부사장은 지난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화 김동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36세) 씨 역시 차세대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오너다. 김동관 부사장은 중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군 제대 후 28세의 나이로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2010년 1월 차장으로 입사해 3주 동안의 신입사원 연수 후 회장실에서 근무하며 그룹 전반에 관한 업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을 위한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했는데, 실제로 김동관 씨는 입사 후 지난 1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승진했고, 그 결과 최근 부사장을 역임, 그를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은 가속화되고 있다.
GS건설 허윤홍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2세) 씨는 오너 4세다. 허창수 전 회장이 물러남과 동시에 부사장으로 일하던 허윤홍 씨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세인트루인스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후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지 8년 만에 경영인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사장 취임 직후에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 발전 용량 기준 300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 3곳을 동시에 인수해 글로벌 주택 건축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GS건설의 '신사업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LG 구광모 회장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04년 고 구본무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자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43세) 회장을 양자로 들이며 일찌감치 LG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2018년 6월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총수에 올랐다. LG그룹 측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배터리와 전장 등의 사업 분야에서 '미래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구 회장 역임 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눈길을 끄는 건 상속세의 규모다. 구본무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은 구광모 회장과 장녀 구연경 씨, 차녀 구연수 씨, 세 사람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9,215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만 7,200억원으로 전해진다.
-
농심 신상열
농심의 3세 경영인으로는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신상열(28세) 씨가 지목된다. 신춘호 회장과 그의 아들 신동원 부회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경영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신상열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해 3월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동안 농심그룹이 장자 상속 원칙을 지켜온 것을 볼 때 그는 농심홀딩스와 농심의 유력한 후계자다. 주식도 1.4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경영 전략과 기획, 예산 업무 등 일반 사원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 경영 수업에 집중하는 점은 일반적인 재벌 3세와 다른 모습이다.
-
삼양 전병우
삼양그룹은 오너 3세이자 전인장 회장의 아들 전병우(26세) 씨가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전인장 회장은 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 3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전병우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후 외부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해외사업본부 소속 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고무적인 건 그가 입사한 이후인 지난해 2분기부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것.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5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액이 2016년 930억원, 2017년 2,05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계 5위 기업 오너들
재계 1위로 꼽히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도 오너 3세다. 이병철 초대 회장의 손자이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다. 2001년 상무보 자리에 앉은 후 빠른 속도로 승진,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후 동생 이부진과 이서현도 삼성그룹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았는데,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며 삼성가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받은 주식 배당금은 약 1,399억원. 이건희 회장과 합치면 약 6,150억원에 달한다.
재계 2위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산은 2015년 180조원에서 2018년 222조원으로 늘어났다. 2019년에는 220조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위 자리를 놓치지는 않았다. 정주영 초대 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 정몽구 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아들 정의선 씨가 부회장이다.
SK그룹은 2015년 자산 152조원에서 2019년에는 217조원으로 지속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자산 기준 SK그룹은 재계 서열 3위인데, 최근 5년간 보여준 자산 증가 속도를 살펴보면 재계 2위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버지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SK그룹을 물려받은 최태원 회장. 둘째 딸 최민정 씨가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거론된다.
재계 4위는 LG그룹. 2018년 6월에 구광모 씨가 회장으로 선임됐다.
재계 5위인 롯데그룹 회장은 신격호 전 회장의 둘째 아들 신동빈 씨다. 2015년에 이른바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한국 롯데 계열사 사장단에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도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면서 입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