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박해수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는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로 소속 배우 박해수를 꼽았다. 소속 배우에 대한 당연한 애정과 홍보겠지만, 그 기저에는 그의 연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손 대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요즘 박해수의 이름이 자주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실 13년 전부터 극단에서 활약하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온 연기파 배우다. 그의 연기력이 처음 발현된 건 2016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였다. 충직한 무신 '이지란' 역을 맡았는데 한 장면이었지만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충분했다. 그러더니 신원호 감독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 '제혁' 역을 거머쥐었다. 전에 없는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무명 찾기의 달인 신원호 PD의 촉은 이번에도 통했다. 아무도 모르던 박해수는 이 드라마로 기대주가 됐고, 지난해에는 영화 <양자물리학>으로 신인상까지 받았다. 그는 지금 대세다.
후배 연극배우들에게 어떤 선배 배우이고 싶나?
연극을 10년 넘게 했다. 무명 생활이 그만큼 길었다는 말이다. 연극하는 후배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후배들이 잘 따라올 수 있는 본보기가 돼주고 싶다. 희망이 되고 싶달까. 내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주인공을 맡는 것, 이 모든 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영화 <양자물리학>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양자물리학> 시사회 때 오랜 친구들, 친한 감독님들, 가족들, 친척들까지 다 불렀다. 거의 명절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고 떨렸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울컥하더라.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고, 끝까지 믿어준 가족들에게 고마워서 말이다.
올해 영화 <야차>(가제)와 <사냥의 시간>이 개봉하고, 드라마도 두 편이나 방송된다. 배우로 인정받은 후 달라진 것이 있나?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에 주변에서 삶에 엄청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하더라. 신원호 감독님은 "너 이제 떡볶이 못 먹어"라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아직도 떡볶이를 잘 먹고 있다. 나의 인생 자체가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계속 연기할 뿐이다. 그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기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다행인 건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달려왔다는 거다. '박해수의 배우 인생' 그 길 끝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게 계속 나를 연기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 10년 후에는 좋은 배우이자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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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남신 이선균
이선균은 연기 변신의 달인이다. 어떤 작품에선 다정다감한 실장님이 됐다가, 어떤 작품에선 시도 때도 없이 버럭하는 무서운 상사가 됐다가, 또 어떤 작품에선 이제껏 본 적 없는 악질 중의 악질이 되기도 한다. 윤은혜, 공효진, 아이유 등 이선균과 호흡을 맞추면 그 여배우는 그해 최고의 배우가 된다. 아무튼 이선균은 자기에게 씌워진 프레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걸 벗어나기 위해 매번 도전하는 배우다. 그러다가 인생작을 만났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이선균의 연기엔 이견이 없다. 40대 중반 아저씨의 현실 고민을 담담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목소리와 눈빛은 밀도가 높았다. 그의 꽉 찬 연기는 안방극장을 울렸다. 배우 이선균의 스펙트럼은 그렇게 또 한 번 재정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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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강하늘
강하늘은 촌스러운 배우다. 순박하고 어수룩한 성격이 매력적이다. 드라마 <미생> 다음에 <순수의 시대>라는 영화를, 영화 <동주> 다음에 <실종느와르 M>을, 예능 <꽃보다 청춘> 다음에 영화 <재심>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다음에 연극 <환상동화>를 선택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촉이 이끄는 대로 할 뿐이다. 그렇게 지난 시간을 각기 다른 장르와 캐릭터로 채워온 결과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만개했다. 충청도 사투리 연기며, 극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능력이며, 선배 배우 공효진과의 케미며,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었다. 그는 지금 가장 핫한 배우이자, 다음 작품이 예측 불가능하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박서준 클라쓰
박서준은 청춘물에 최적화된 배우다. 드라마 <드림하이 2> <화랑> <쌈, 마이웨이>, 영화 <청년경찰>…. 그가 출연한 대부분 작품이 청춘물이었는데, 또 그걸 완벽하게 해낸다. 요즘 청춘들의 사랑과 고민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연기력이 한몫한다. 과하게 힘주지 않아도 그 마음이 전해진달까. 훈훈한 비주얼은 덤이다. 이번에도 그는 청춘물 <이태원 클라쓰>를 선택, 소신 하나로 이태원 접수에 나선 직진 청년 '박새로이' 역을 맡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청춘물에 특화된 배우라는 평가는 어떤가?
내 나름대로 나의 청춘을 표현하는 걸 즐기고 있다. 인간 박서준의 청춘을 작품을 통해 남길 수 있다는 면에선 좋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가 청춘물이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다. 원작 속 캐릭터 박새로이에게 매력을 느꼈고, '내가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참여를 결정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어색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됐더라. 교복이 안 어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지금 얼굴이 중학교 2학년 때 얼굴이라 괜찮겠다 싶었다.(웃음) 그러면서 내 성장기를 돌이켜보게 됐다. 고등학생 때 나는 어린아이처럼 말끝을 길게 끄는 말투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는 학생이었다.
주연배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나는 작품 속에서 활용되는 입장인데, 그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 흥행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기도 잘 맞아떨어져야 하고, 운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 역할을 맡아도 되는 배우인가에 대한 부담은 있다. 모든 건 연기로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영화 <사자>를 촬영하면서 만난 안성기를 '인생 선배' '아버지'라 부르더라.
젠틀하신 분이다.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한 분이기도 하다. 새벽마다 운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하실 수 있었던 이유가 완벽한 자기 관리 때문인 것 같아 자극이 된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웃으시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감명받았다. 안성기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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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카리스마 정재영
정재영은 영화만 하는 배우였다. 1990년 영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후 영화에만 출연했다. 첫 드라마가 2015년 <어셈블리>다. 25년 만이다. 그 후로 <듀얼>과 <검법남녀> <검법남녀 시즌2>에 출연했다. 어찌된 일인지 39편의 영화보다 4편의 드라마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겁고 강렬한 소재의 드라마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평가도 좋다. <검법남녀>가 특히 그랬다. 까칠한 법의학자 '백범' 역을 맡아 현실적인 캐릭터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영화판에서 다져진 내공과 연륜으로 묵직하게 극을 이끌었다. 정재영의 카리스마는 대체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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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 주지훈
배우는 결국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주지훈은 마약 스캔들 탓에 씌워진 '불량 배우' 프레임에 갇혀 연기력이 빛을 보지 못한 배우다. 실제로 주지훈과 몇 개의 작품을 같이 했던 한 동료 배우는 그를 두고 '안타까운 배우'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연기력을 갈고닦았다. 독기를 품은 것이다. 그리고 논란 6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영화 <간신>에서 야심으로 가득한 간신 캐릭터 연기는 물론이고 파격적인 노출 연기와 베드신까지 완벽 소화해내면서 가능성과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지금 봐도 그 역할은 주지훈이 아니면 안 됐다. 이후 <가면> <아수라> <신과 함께> 시리즈, <킹덤>까지. 아무튼 주지훈만 가능한 그의 영역이 있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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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조인성
조인성의 연기엔 그만의 '쪼'가 있다. '조인성'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 제스처가 있다. 일찌감치 '생활 연기의 달인'이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랬다. 조인성은 드라마의 한계와 갈증을 영화에서 풀기도 했다. <비열한 거리> <쌍화점> <더 킹> <안시성>은 그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다. 다양한 역할을,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여전히 '멋짐'의 대명사인 그를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