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정민 박정민
박정민은 현재 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다. '포스트 이병헌'으로 불릴 만큼 연기 하나로 충무로를 평정한 34살의 청춘 배우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그는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스크린 속에서 한 번도 관객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파수꾼>(2010), <동주>(2015),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사바하>(2019)를 거쳐 노랑머리 반항아가 된 영화 <시동>까지 늘 그랬다. 특히나 <시동>(감독 최정열)은 그의 전매특허인 생활 연기를 잘 보여준 것은 물론 흥행까지 잡으면서, 박정민의 영화 인생에 또 다른 의미를 남겼다. 상업영화를 하는 배우들에게 '흥행'은 성적표다. 성적에 따라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시동>에서 인상적인 10대 연기를 했다.
촬영 전부터 (최정열) 감독님께 괜찮겠냐고 수차례 여쭤봤다.(웃음) 예전에 <파수꾼>을 찍을 때 감독님이 실제 고등학생보다는 그 시기를 겪고 난 배우가 표현하는 게 더 풍성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시동>은 시나리오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기도 했고, 일상 연기라 내가 잘 표현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밀고 나가봤는데, 막상 화면에 찍힌 모습에서 크게 이질감이 안 느껴졌다.
펭수의 덕후로 알려졌다(그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펭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연예계 펭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처음 봤을 땐 '이거 뭐지?' 싶었는데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깊게 빠져들더라. 펭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된다. 위로받는 느낌이다. 요즘 펭수 유튜브를 습관처럼 보고 있다.
<시동>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하다 보면 어울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듣고 망치로 엊어맞은 느낌이었다. 내 인생의 화두에 있는 문제이기도 해서 슬프고도 용기가 되는 말이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산다. 나 역시 평생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게 나랑 잘 어울리는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다.
요즘 고민이 있나?
나는 도약을 꿈꾼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은 운을 허락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전략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다 보면 되겠지 싶다. 운이 되면 하겠지 싶다. 그런 생각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지난 몇 년간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엄청 열심히 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작품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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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체질' 안재홍
안재홍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자연스럽고, 깊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의 로맨스는 '대체 과거에 어떤 연애를 했기에?' 하는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로맨스 드라마의 '남주'로 손색이 없었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의 연기 인생은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2009년부터 여러 편의 단편영화에서 단역과 주·조연을 맡아왔는데, 몇 차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안재홍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의 다음 작품은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이번엔 브로맨스다. 어떤 눈빛일까?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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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나는 오정세
어떤 연기도, 어떤 캐릭터도 맛깔스럽다. 무엇보다 그는 흥행 배우다. 드라마든 영화든,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가 출연하면 일단 믿고 본다.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썸데이>부터 최근 출연한 작품까지, 지난 21년간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이견이 없이 화려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까지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하고, 덕분에 작품의 질이 높아진다. '연기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원아이드 류승범
업계에서 류승범은 방랑자로 통한다. 2012년 홀연히 떠나 파리에서, 발리에서, 슬로바키아에서 속세와 단절한 듯 살았던 그가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그는 대체 불가능한 카리스마로 '원 아이드 잭' 팀을 모은 설계자 애꾸를 연기했다. 연기는 역시나였다. 류승범에게만 있는 카리스마는 여전히 독보적이었고,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껄렁껄렁한 모습은 흡사 데뷔 초 샛노랑머리를 하고 '악동'으로 불릴 때를 보는 것 같았다. 스크린 속에서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는 또 어떤가? 거기에 내공과 연륜이 더해졌으니 말이 필요 없다.
"인터뷰는 생략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제 더더욱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아레나> 10월호 화보 중에서
그는 영화의 제작 발표회에도,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서프라이즈가 펼쳐졌다. 언론 시사회에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유일한 행보였고, 류승범다웠다.
오랜만이다.
4일 전에 입국했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다니고 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돼 떨린다. 카메라 플래시도 오랜만이라 어떻게 포즈를 취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다. 그저 눈이 부실 뿐이다.
이 작품에서 어떻게 보여지길 바라나?
시나리오에 캐릭터들이 잘 표현돼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을 믿고 열심히 하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물 흐르듯 가려고 했다. 잡히지 않는 수증기처럼 보이길 원했다.
함께 출연한 박정민 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들었다.
시나리오와 함께 봉투 하나를 받았는데, 박정민 씨로부터 날아온 편지였다. 제 마음을 움직인 감동적인 편지였다. 저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는데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나. '이런 친구라면 의지할 수 있겠다'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 후배들과의 작업은 처음이었는데 오히려 제가 한 수 배웠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특별한 계획은 없다. 이야기 중인 작품도 없다. 물 흐르는 대로 살려고 한다. 이러다가 꽂히는 작품이 있으면 또 할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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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배우' 김남길
김남길이 <열혈사제>로 2019 SBS 연기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여기엔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열혈사제> 속 그 캐릭터는 김남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김남길이어야만 했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올해는 대중 앞에 서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때였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크고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오늘 이렇게 큰 상을 받고 이 자리에 서게 되니 그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전작인 <나쁜 남자>에서도, <상어>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는데 그게 빛을 보지 못했을 때 느꼈던 좌절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김남길은 다음 작품에서도 자기만의 연기를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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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 배우 하정우
2002년 데뷔 후 48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1년에 적어도 3편 이상씩은 했다는 말이다. 하정우는 왜 영화감독들의 최애 배우가 됐을까? 일단 연기력이 된다. 앵커, 아빠, 범죄자, 군인…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스릴러나 재난 영화에 특화된 배우이긴 하나 로맨스나 코미디도 잘한다. 영화 <러브픽션> <허삼관>이 대표적이다. 재능도 많다. 간간이 연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쓴다. 2007년 드라마 <히트> 이후 브라운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하정우. 계획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감독들과 미리 출연이 약속된 작품이 있기 때문에 스케줄 조율이 쉽지 않다고 한다. 안방극장에서 볼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