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배우 이병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연기 하나로 이 바닥을 평정한 이병헌이다. 영화 <백두산> <남산의 부장들>이 연이어 개봉했고, 드라마 촬영도 앞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현장에서 집중력이 좋은 배우라고 들었다.
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촬영 중간에 식사라도 하면 감정 연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뭘 하든지 머릿속에선 계속 그 장면을 생각한다.
그래서 <백두산>에 함께 출연한 하정우 씨가 "악마 같은 배우"라고 했나 보다.(웃음)
연기 기계, 악마, 뭐 그런 말을 했더라. 칭찬으로 듣겠다.(웃음)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나?
결과물이 잘 나온다고 해도 고민을 계속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잠깐 사는 거다. 그 인생을 내가 어떻게 알고, 또한 그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고, 연기에 공식이 어디 있겠는가.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고 깨달아야 한다. 예전엔 넘치는 자신감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고집이 약해졌다. 남들이 나를 더욱 객관적으로 봐준다고 생각해 촬영장에서 누군가 내 연기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면 대부분 다 시도하는 편이다.
배우로서 설렘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진심이 전해진 연기를 했고 스스로 만족스러우면 그 기분이 그날의 감정을 지배해버린다. 그때 설렌다. 반대로 감정이 도저히 안 나오고 결과적으로 흉내만 낸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그날 하루 기분이 다운된다. 그렇게 연기가 내 하루를 지배한다.
지난해 한국 영화 탄생 100년을 맞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한마디 해달라.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스태프에게 한국 영화가 지닌 특별함에 대해 자주 들었다. 대부분의 영화는 다음 장면, 혹은 결말이 예상 가능한데, 한국 영화는 '예측 불허'라고 했다. 이제는 한국 영화의 파급력이 외국 영화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기생충>만 봐도 그렇다. 현지에서도 느꼈지만 그 파워가 대단했다.
하는 작품마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배우로서 이병헌은 아쉬울 게 없어 보이는데, 혹시 인간 이병헌은 고민이 있나?
모든 사람이 비슷하겠지만 거창한 고민보다는 하루하루 사사로운 고민을 하며 지낸다. 또한 사사로운 것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술을 자주 마시는 것 같은데 오늘은 마시지 말아볼까, 뭐 그런 고민이다. 나 역시 별다를 거 없이 지낸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겠나. 그게 배우로서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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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현빈
현빈을 스타로 만든 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지만 그를 배우로 도약하게 한 건 <알함브라의 궁전>이다. 게임과 현실 속 마법 같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인데, 묵직하게 극을 이끄는 내공이 과거의 연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스타성 짙은 연예인이 아닌 믿고 보는 배우로 도약한 것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예진과의 로맨스를 보고 있으면 내가 다 떨린다. 현빈은 다른 건 몰라도 로맨스 하나는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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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한석규
한석규의 연기는 빈틈이 없다. 차가운 연기를 할 때는 정말 차가워 보이고, 따뜻한 연기를 할 때는 정말 따뜻해 보인다. 어떤 캐릭터도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로 재단해낸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약 30년을 연기했으면 한 템포는 쉬어갈 법도 한데, 단 한 해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국보급 배우라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믿고 보는 남궁민
남궁민이 또 일을 냈다.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돌직구 승부사 '백승수'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와 토요일 미니시리즈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포츠 팬과 드라마 팬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극 중 남궁민은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에 부임한 신임 단장 백승수 역을 맡았다. 자애로운 리더보단 라인, 가식, 위선, 타성을 모두 깨버리는 '돌직구 승부사'로 '사이다 어록'을 쏟아내며 속 시원한 쾌감을 안겨주는 리더다. 평소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촬영 전부터 철저한 준비로 스태프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뭔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짜임새가 좋아 단숨에 읽혔다. 그 좋은 느낌을 가진 채로 작가님을 만났는데 이후의 스토리까지 구상을 다 해놓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순간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연기자들 또한 연기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분이 많아 힘이 났다.
연기에 중점을 둔 점은?
백승수라는 캐릭터가 야구를 많이 아는 상태로 단장을 시작하는 인물이 아니어서 디테일보다는 대본에 집중했다. 전작 <김과장>에서는 조직 내 비리를 척결하고,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복수를 위해 칼을 들었다. 한데 <스토브리그>에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인물이라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더라. 초반부터 디테일한 감정선에 집중했다.
현장에서 집중력이 높은 배우로 알려졌다.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어떻게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지 스스로 검증하려 애를 쓴다. 연기를 보시는 감독님의 눈이 날카롭다. 감독님께 피드백을 받으려 노력했다. 요구 사항이 들어왔을 때 연기를 통해 만족시키면 쾌감을 느낀다.(웃음)
이번 역할도 그렇지만 전작인 <김과장> <닥터 프리즈너> 등에서도 괴짜 같지만 사이다 같은 매력이 있는 인물 연기를 선보였다.
어떤 한 인물이 사회 구성원으로 나타나서 주류를 척결하는, 그 결은 전작들과 비슷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는 복수를 위해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백승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으면 상처를 주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는 인물이다. 결은 비슷하더라도 연기 톤이 다르도록 디테일한 차이를 주려 노력했다. 특히 표현에 있어 나이제는 감정을 얼굴에 다 드러내는 사람이지만, 백승수는 자기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소리로 표현하기 힘든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하는 인물이라, 톤이 굉장히 단조롭다. 하지만 그 속에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드려야 했기에 연기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감독님한테 많이 물어보고 연구하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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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유아인
사실 유아인은 연기보다 소신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그가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보다 어떤 말을 했는지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 소신은 작품과 연기의 연장선이었다. "내 일을 창조적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유아인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작품 선택에 기준이 없었다. <반올림>으로 시작해 <성균관 스캔들> <패션왕> <장옥정, 사랑에 살다> <육룡이 나르샤>까지, 무엇 하나 비슷한 게 없었다. 그리고 그의 연기적 소신은 <밀회>에서 터졌다. '연상의 선배' 김희애와의 밀회를 격정적으로 소화했고 그렇게 그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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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이' 말고 조정석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녹두꽃>으로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올랐을 때 그는 떨고 있었다. 긴 무명 생활을 청산한 것도 모자라 그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니 감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정석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 어떤 장면에서도 '오버액션'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천만 영화 <엑시트>는 조정석이 아니면 안 되는 작품이었다. 로프 하나에 몸을 맡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능글맞은 연기를 어떤 배우가 소화해낼 수 있겠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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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선입견 깬 임시완
임시완을 그저 그런 아이돌 출신 배우라고 여기면 안 된다. 그는 20~30대 남자 배우 기근으로 골치 아픈 한국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배우다. 드라마 데뷔작 <미생>에선 워낙 많은 선배 배우에 밀려 연기력이 빛을 보지 못했다. 그 한을 풀어내듯 연기한 게 그다음 작품인 영화 <변호인>이었다. 영화 속 임시완의 고문 장면을 본 사람은 그의 연기에 토를 달지 못한다. 되레 선입견 가졌던 자신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제대 후 복귀작인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선 또 어떤가? 이동욱, 이정은 등 선배 배우들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임시완은 그렇게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