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한 집
어렸을 적 베란다 한편에는 늘 엄마가 키우던 다육식물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가 가득했다. 주말이면 나무에 물을 주라는 심부름이 그렇게도 귀찮았는데, 이제는 내가 하나둘 집에 식물을 들인다. 식물 인테리어는 몇 년 전부터 인테리어 트렌드로 자리 잡더니 이제는 어느새 익숙하고 당연한 요소가 됐다. 식물로 가득 찬 카페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더니 벌스가든, 식물관PH, 오랑주리 등 식물원과 카페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제는 식물이 없는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식물은 트렌디한 인테리어 최전방에 있다. 자연을 가까이 접하기 어려운 요즘 사람들은 집 안의 나무 한 그루, 식물 하나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며 녹색 식물이 주는 마음의 안정감을 얻는다. 식물이 가진 공기 정화 기능은 덤이다. 식물이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농촌진흥청의 연구에서도 알 수 있다. 20㎡의 거실을 기준으로 잎 면적 1㎡의 화분 3~5개면 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를 20% 정도 줄일 수 있다. 초미세먼지를 없애는 데 효과적인 식물은 파키라, 백량금, 멕시코소철, 박쥐란 등이 있다.
식물에도 유행이 있어 몇 년 전만 해도 잎이 크고 무늬가 없는 깔끔한 것,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야자나무 종류의 수요가 높았다. 최근에는 식물의 잎이나 선의 형태 등을 고려한 식물이 인기가 좋다. 외국에서 다양한 식물이 수입되면서 사람들이 유행보다는 집이나 공간과 잘 어울리는 식물을 찾기 시작한 것. 집의 컬러나 가구 디자인과 어울리는 식물을 고르고 마땅히 어울리는 것이 없다면 형태가 작고 어느 곳에나 잘 어울리는 공중 식물을 배치해보자. 최근에는 녹색 이외의 색상이 들어가 저마다의 무늬를 지닌 무늬종 혹은 반입종 식물도 인기가 좋다. 같은 식물이어도 잎의 무늬와 모양이 각기 달라 나만의 식물을 키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는 평균수명이 길어 평생 키울 수 있는 반려 식물을 찾는 이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괴근식물(코덱스, Caudex)로 주로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에 자생하며 몸통, 줄기, 뿌리가 동그랗게 팽창된 다육식물을 말한다. 쉽게 구할 수 없어 희소성이 높고 독특한 생김새에 성장이 더디지만 매일 변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식물 애호가가 많다.
이렇게 트렌디하고 새로운 식물도 많은데 이쯤 되면 다들 생각한다. '나도 잘 키우고 싶지만 우리 집에 오면 식물은 다 죽는걸!'이라며, '식물 저승사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많은 시일이 걸리는데 나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환경에 놓인 식물은 어떨까. 적어도 한동안은 꾸준히 관찰하고 돌봐줘야 한다. 우리 집에 햇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에 따라 식물 종류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이 좋다. 또 자신의 생활 패턴에 따라 물을 주기적으로 줄 수 있는지, 햇빛이 들고 남에 따라 식물 배치를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다육식물이나 선인장, 관엽식물 등 어떤 것을 기를지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초보자에게 추천할 만한 식물은 없을까? 이호연 가드너는 립살리스과의 식물과 박쥐란 같은 행잉 식물, 고무나무 종류를 추천한다. 고무나무는 반그늘의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튼튼해 오래 키우기 좋은 식물이다. 또한 매끈하고 짙은 초록색 잎이 힐링을 선사한다.
박쥐란이나 립살리스과의 식물은 공중에 걸어두면 길게 늘어지는 형태로 불규칙한 모양이 보는 재미를 주며 통풍이 잘되는 반양지에서 기르면 대부분의 집에 잘 적응한다. 물은 언제, 얼마큼의 양으로 몇 번 줘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부딪혀가며 잎이나 흙이 마르는지 등의 패턴을 관찰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를 수 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잎을 틔우며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식물로 내 공간도, 마음도 정화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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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백화등
덩굴성 식물로 줄기가 길게 늘어지거나 벽을 타고 올라 멋스러운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름처럼 하얀 꽃을 피우기도 한다. 반양지에서 키우며 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 여름에는 물을 자주 주고 겨울에는 물 주는 주기를 길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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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소철
미세먼지 정화에 효과가 좋은 식물로 곧게 뻗은 줄기와 이국적인 모양을 지녀 인기가 좋다.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키운다. 빛이 잘 드는 곳이되, 직사광선은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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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동백
드라마의 영향 덕분인지 요즘 사람들이 부쩍 자주 찾는 식물. '엘레나 동백'으로도 불리며 겨울에 꽃봉오리가 생겨 늦겨울에 꽃을 피운다. 직사광선은 피하고 밝은 실내에서 선선하게 키운다. 잎에 물을 자주 분무해주고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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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코르무스 디스칼라
코끼리 나무라고도 불리는 괴근식물로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란다. 외피가 벗겨지면 청록색의 내피가 드러나고 작은 잎과 더불어 꽃을 피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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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
한국 고유종으로 요즘에는 집에서도 키우기 쉬운 작은 크기도 많이 볼 수 있다. 갈라지는 잎과 긴 나무줄기가 멋스럽다. 실내 온도 10℃ 이상, 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서 키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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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초
잘 키우면 대형 식물로도 클 수 있는 여인초는 우아하게 늘어지는 넓은 잎이 멋스러운 식물.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편으로, 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면 된다. 통풍이 잘되는 반양지에서 키우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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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그라피카
공기 정화 식물인 틸란드시아 중 가장 거대한 크기로 사방으로 넓게 뻗은 잎의 모양이 각기 달라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직사광선은 피하고 밝은 곳에서 키우되 과습이 되지 않도록 물은 일주일에 2~4회 정도 스프레이로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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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이살로 지역에서 자생하는 괴근식물로 둥글둥글한 괴근부에서 뻗어난 몸통에 수많은 가시가 돋아 있다. 겨울이 지나면 몸통에서 잎을 피운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야 하며, 여름철에는 흙이 마르자마자 넉넉히 물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