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열두 번씩 호칭이 왔다 갔다 하는 두 작가의 대화가 정겹다. 작가님, 언니, 대표님 등등…. 본인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얼마나 서로의 호칭을 혼재해 사용하고 있는지를.
그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 친근함이 깊게 내재돼 있음이 느껴진다. 이곳으로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은 '화소반' 김화중 작가는 쫓기듯 지낸 도시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와 공기부터 다른 자연환경에 푹 빠져 '모니카팜' 남은정 작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평소 마켓도 함께 참여하고, 근처에서 쇼룸을 운영해오며 믿음이 두터웠던 두 사람이었기에 남은정 작가 역시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이웃 작가가 되어 서로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사계절을 함께 만끽하는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리넨과 나무가 주는 풍요로움
작가라는 호칭보다 '대표'라고 더 자주 불리는 남은정 작가. 자연주의 잡화점 '모니카팜'을 운영하지만 엄연히 옷과 소품을 직접 디자인하는 작가이고, 주인장이다. 리넨, 나무, 도자기 등 자연 소재 소품들만 보면 가슴이 뛸 정도로 좋다는 그녀는 자신을 꼭 닮은 매장을 이곳 석운동에 마련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리넨이고, 나무이고, 흙이었어요. 제 감성대로 디자인한 소품을 한 공간에 채우고 많은 사람과 함께 즐거움과 치유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모니카팜'은 현재 서울 서래마을과 이곳 석운동 두 곳에서 운영중인데,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제품들과 주변 환경이 잘 어울린다며 더 좋아해준다.
두 작가는 4~5년 전 서판교에서도 이웃으로 지냈지만 그때와 달리 주변 환경이 여유로워서 그런지 지금의 이웃 생활이 훨씬 풍요롭다고. 지금처럼 각자의 삶을 응원해주고 즐거운 일은 도모하며 오랫동안 한결같은 삶을 함께 나누고 싶다.
자연을 느끼며 그릇을 만드는 행복
요리연구가, 유명 셀렙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도자기 그릇 '화소반'의 김화중 작가. 살림 좀 하는 여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그녀와 그녀 그릇의 인기는 대단하다. 혹자들은 그녀가 돈을 써서 스타 마케팅을 한다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진짜 그녀의 그릇을 보러 온 고객이 친구가 된 경우들이다. 이처럼 소위 잘나가는 작가이자 브랜드 대표라면 도심 한복판에 으리으리한 쇼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기가 많아지고 고객이 더 늘어갈수록 작업 공간에 대한 애착과 고민도 늘어갔다. 흙을 만지는 작업을 하면서 도심 한복판에서 기계 돌리듯 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탁한 공기, 갑갑한 주변 환경에 살짝 지칠 때쯤 분당 석운동을 알게 됐다. 공방과 매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과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네 번이나 보냈다.
"예쁘지 않은 계절이 없어요. 이곳에 들어오니 계절의 변화가 몸으로 느껴졌고, 작업을 하면서 바라보는 계절의 변화가 작업 환경과 감성에 큰 도움을 주더라고요. 특히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이런 곳에서 작업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이었고, 이 좋은 것을 혼자만 누리기가 아까워 가장 먼저 떠오른 '모니카팜' 남은정 작가를 설득해 지금의 장소로 오게 만들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 기획이 있을 때 등 즐겁고 유익한 일에 두 사람은 늘 함께하려 노력한다. 때로는 작가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때로는 친언니 친동생처럼 서로 삶을 위로하고 응원해주면서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1년 전 본사 근처에 프라이빗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그릇을 만들 때는 직원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샘플을 만들어봐야 했고, 집중하며 공부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특히 직접 마케팅, 홍보까지 관여하다 보니 그릇의 특성상 용도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새로 출시된 그릇에 음식을 담아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 등을 하며 자료를 만든다.
한 가지라도 더 다양한 용도를 보여줘야 고객이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일매일 쉬지 않고 진행하는 작업이다. 일하며 놀고, 놀며 일하는 이 공간은 지인들의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서로를 위한 일이라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