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구미호', 이동욱
잘나가는 남자 배우는 두 부류로 나뉜다. ‘애초부터 마니아를 거느린 배우’와 ‘드라마가 시작되면 여지없이 사랑에 빠지는 배우’. 전자는 소수지만 뭘 해도 열광하는 끈끈한 팬층이 있고, 후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심을 짧은 시간이지만 들었다 놨다 하는 배우다. 드라마가 끝나면 팬심도 사그라지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결속력과 힘을 자랑한다. 이동욱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배우다.
생각해보면 이동욱은 딱 떠오르는 대표작이 없다. 그렇다고 히트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광고주의 사랑’도 적당히 받고 있고, 연기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기력이 문제가 된 적도 없다. 이 애매모호하면서도 적당한 선을 지키는 배우, 바로 이동욱이다. 데뷔 20년 차인 그는 그 흔한 스캔들과 루머에 휩싸인 적도 없다(공개 열애는 2018년 단 한 차례 있었다). 간혹 토크쇼나 오디션 프로그램 MC 등 의외의 선택으로 의아함을 느끼게 하지만 신선함도 준다.
현재 출연 중인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도 마찬가지다. ‘시즈너블’하지만 그에게 ‘푹’ 빠진 여심들의 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이동욱, 이동욱 하는지 알겠다” “참 멋있긴 해” “올겨울은 이동욱!” “클로즈업 장면에선 숨이 막힐 정도야” 등. 실제로 <구미호뎐>은 6회 연속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6회 연속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구미호뎐>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뒤쫓는 방송국 프로듀서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극 중 이동욱은 전직 백두대간 산신이자 현재는 도심에 정착한 심판자 구미호 ‘이연’ 역을 맡았다. 이동욱은 여심을 흔들었던 tvN 드라마 <도깨비> 저승사자 역 이후 3년 만에 다시 판타지 로맨스 장르 출연이다. 상대역 조보아는 괴담 전문 프로그램 PD ‘남지아’ 역, 김범은 이연의 배다른 형제이자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구미호 ‘이랑’ 역을 열연 중이다. 드라마 <마이더스> <타짜> <상속자들>을 연출한 강신효 PD가 연출에 나섰다.
<구미호뎐>은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캐스팅, 역대 최초인 남자 구미호 그리고 탄탄한 CG와 화려한 액션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영화 <마녀> CG팀인 위지윅스튜디오가 협업하고, 박주천 무술감독이 함께했다.
강신효 PD는 “작가와 함께 한국적 히어로물을 구상하다가 구미호를 떠올렸고, 그동안 여성 캐릭터 위주였던 것과 달리 남자 구미호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에서 시작됐다. 만약 남자 구미호가 있었다면 인간을 사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와 잘됐을까, 잘될 리 없을 것 같다, 그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그런 생각들이 지금의 인물들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동욱을 만나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대본 안에서 즐겁게 노는 중”
어떤 캐릭터인가? 남자 구미호 ‘이연’ 역할이다. 나이는 1,000살 이상이고 과거 백두대간을 지키는 산신이었지만 현재는 이승을 떠도는 망령을 잡아 저승으로 보내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신선하고 독특했고, 내가 구미호 역할이라는 점부터 끌렸다. 작품 안에 판타지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장르가 있어 좋았다. 캐스팅 기사가 나고부터 꽤 시간이 흘렀는데 많은 분이 구미호와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되기도 했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를 연기한 데 이어 또 한 번 판타지 장르 드라마에 출연한다. <도깨비>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해주는 것이고, <구미호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구미호 연기를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도깨비>라는 판타지 드라마를 한 경험이 있다. 무언가 준비를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겪었던 일도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 것도 없지 않나. 또한 다른 판타지 장르를 보는 건 따라 하게 되는 것 같아서 경계했다. 겪어보니 작가님이 만든 세계관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대본에 충실했고, 어려운 부분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대본 안에서만 즐겁게 뛰어놀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액션이 많기 때문에 조보아, 김범 씨와 촬영 전부터 합을 많이 맞춰봤다.
강신효 PD는 주연배우 캐스팅 배경에 대해 “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충족할 수 있는 배우의 오라라고 생각했다. 다른 어떤 배우도 남자 구미호라는 새로운 캐릭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동욱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보아와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조보아 씨는 열린 마음을 가진 배우다. 자기 것만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을 잘 배려한다. 케미는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