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만에서 살게 됐을 때 아이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한국처럼 당연히 돌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거니 하며 넋 놓고 있다가 대만에서는 만 2세부터 보육 기관에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려니 정보가 없었다. 대만은 어린이집 관련 통합 사이트가 없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알아봐야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탓에 현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입소 가능한 사설 유아원은 어디인지, 학비는 얼마인지 물어본 후 참관 날짜를 정했다. 유아원을 실제로 둘러보니 시설이 깨끗했고, 교사 한 명당 학생 수도 1:7로 적당했다. 언어를 배우는 프로그램도 중국어·영어·프랑스어까지 다양하고, 그 밖에 수학, 체육 및 미술, 음악과 같이 인지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돼 있었다. 대만 학기는 매년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2~3세 아이들이 한 반에서 함께 지내는 구조다.
놀랐던 점은 바로 학비다. 공립과 사립의 차이가 있지만, 사립 유아원의 경우 한 달에 약 1만 2,000NTD(약 40만원)가 들고 학기(6개월)마다 2만 6,000NTD(100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따로 내야 한다. 등록금은 학기 시작 전 필요한 교재와 교구를 구입하는 데 사용된다. 한국의 영어 유치원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대만 사람들의 월급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 하니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공립 유아원 학비는 사립의 10분의 1 정도다. 그런데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고 기초생활수급자, 장애를 가진 아동, 부모 중 한 명이 대만인인 가정의 아이가 우선순위에 오른다.
입학 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이를 대만으로 유학 보냈다 생각하며 유아원에 보내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영어로 읽고, 쓰기가 가능해지니 사교육을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여서다. 또 한두 살 연령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반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형제가 없어도 서로 배려하는 기특한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동급생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노노”라며 훈계하던 아이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직 대만에는 한국의 문화센터나 유아 학원처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퀄리티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대만에서 아이 기르는 게 좋은 이유는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많기때문이다. 엄마인 내가 30년 전에 봤던 메뚜기나 방아깨비, 달팽이, 나비의 유충들을 하원길에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불편함이 충분히 상쇄된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