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바른 듯한 목소리로 "땡큐!"를 외치는 남자, 류지광을 만났다. 그는 긴 무명 생활 끝에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으로 얼굴을 알렸다. 트로트 스타를 다수 배출한 <미스터트롯>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며 실력을 입증한 류지광. <우먼센스>가 만난 류지광은 '느끼한 남자'라는 단골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긴장감 없는 표정, 거침없는 답변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소문난 효자답게 부모님 얘기가 나올 때면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배우, 모델, 팝페라 가수를 거쳐 트로트계에 발을 내디딘 류지광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넘치는 욕심 많은 아티스트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요즘 바쁠 텐데 지치지 않나요? 이 정도로 지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백수'였던 기간이 길었잖아요. 일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에요. 지금은 일만 하다가 죽고 싶을 정도로 감사해요. 다들 나이가 들면 일을 그만둔다는데 저는 무대 위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고 싶어요. 송해 선생님, 남진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무대에 서는 게 목표죠.
체격이 굉장히 좋아 보여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헬스를 했어요. 지금도 이른 아침에 스케줄이 없으면 무조건 운동하고 하루를 시작해요. 성격 자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웃음) 항상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몸에 밴 거죠.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쉴 때도 움직이면서 쉬어요. 보통 6시간을 자는데 더 쉬어야겠다 싶으면 8시간 정도 자요. 그 외에는 운동하면서 쉬는 거죠. 잘 자면 운동이 더 잘돼 '잘 쉬었다'고 느껴요.
주부들 사이에서 '느끼한 남자'로 통한다는데 공감하세요? 글쎄요.(웃음) 예전 회사에서 실장님이 "새우튀김을 왜 먹는 줄 알아? 사람들은 가끔 느끼한 게 당겨"라는 말을 저한테 했었어요. 색깔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느끼함도 하나의 색깔이니까 오래갈 거라 믿기로 했어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거죠.
실제로도 '느끼한 남자'인가요? 전혀요. 오히려 지르는 스타일에 가깝죠. 호탕하고 화끈한 편이에요. 뒤끝도 없고. 실제로 저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담백하다" "참 솔직하다"고 말해요. 단지 목소리가 저음이라 느끼하게 보이는 면도 있는 거 같아요.
<미스터트롯>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빠진 게 가장 큰 변화죠. 그런데 일은 언제든 다시 끊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지 않고 안주하면 일이 없어지는 게 업계의 현실이니까요. 일이 줄어서 활동을 중단하는 동료들도 많이 봤어요. 언제까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경연 프로그램이다 보니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었을 거 같아요. 전혀 아니었어요. 서로 실력적인 부분에서 인정할 건 인정했어요. 잘하는 친구들에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는 분위기였죠. '쟤가 나보다 더 잘하네'라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내가 부족하면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맞는 거라 생각해요.
종교는 저의 모든 것이에요. 종교가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죠.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줬어요. 종교가 실천하는 사랑과 믿음을 인간의 몸으로 표현하신 분이 제 부모님이고요.
팬들한테 받은 응원 메시지 중 기억에 남는 응원이나 위로가 있나요? "성실하다" "노력 많이 했다"라는 말을 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노래를 꾸준히 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그 과정을 팬들이 알아주고 "애썼다"고 응원해주신 거예요. 지인들은 "드디어 해냈다"고 해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 거죠. 지인들이 응원해줄 땐 마음이 짠해요. 그동안 고생했던, 노력했던 보람이 있구나 싶어요.
인복이 있군요. 맞아요. 정말 감사한 게 인복이 많다는 거예요. 힘들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힘든 시기에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준 형,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무료로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셨던 선생님 등 도움을 주신 분이 많았어요.
지금도 <미스터트롯> 멤버들과 자주 연락하나요? (장)민호 형이랑 자주 연락해요. 알아갈수록 좋은 형이에요. 보고 싶다고 말하면 바로 영상통화가 올 정도예요. 주변 사람들을 정말 잘 챙겨요. 이번에 콘서트한다고 화환도 보내줬어요. 배워야 할 점이 많아요.
<미스터트롯> 톱7 중 최강 보컬을 꼽자면? 임영웅.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잖아요. 그 친구가 딱 그래요.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요.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쉽지 않았어요. 발라드로 노래를 시작했는데 기초가 부족했는지 잘 안 됐어요. <미스터월드>라는 미남 대회에도 나갔어요.(웃음) 운 좋게 세계대회까지 나가서 탤런트 부문 1위를 거머쥐었고, 이후 모델로 활동했죠. 그런데 노래에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계속 떨어져 그만둬야겠다 싶었죠. 도전을 거듭하다가 JTBC 예능 <팬텀싱어>에 나가서 팝페라(오페라 선율에 팝송을 섞은 음악 장르)로 조금 잘됐어요. <팬텀싱어> 이후 공연을 하러 다니게 됐죠. 그런데 팝페라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나오고 2년 정도 혼자 지냈는데, 문득 나이가 찼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년이에요. 35살. 그때까지도 횟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미스터트롯>이 안 되면 노래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할 나이니까요. 오디션 프로그램만 7번을 도전했어요. 제가 잘 안 되면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라서 계속 도전한 거예요.
트로트,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요? 드디어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배호 님의 노래를 듣고 트로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스터트롯>이라는 경연 대회 출연이 목적이 아니었죠. 진심으로 트로트를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진작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트로트는 속에 쌓인 게 많아야 잘된다고 하는데, 고생하면서 산 게 다 트로트를 하기 위해 그런 건가 싶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종교와 부모님. 종교는 저의 모든 것이에요. 종교가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죠.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줬어요. 종교가 실천하는 사랑과 믿음을 인간의 몸으로 표현하신 분이 제 부모님이고요.
인생 최고의 슬럼프는 언제였나요? 26살 때 극단적인 생각을 했어요. 여유가 없어 휴대전화가 자주 끊겼던 시절이에요. 회사에 소속돼 있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아르바이트로만 연명했어요. 당시에 평소 마시지 않던 술에 의존하고, 게임에 빠져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소문난 효자인데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집안 형편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저를 키우셨어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부분에서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제 부모님을 보면서 알았어요.
류지광에게 돈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만의 신념이 확실하게 있어요. 내가 원하는 집과 차가 있고 일이 끊이지 않으면 만족해요.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기보다 집착하지 않는다는 게 맞죠.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이 있고 우리 식구들에게 베풀 수 있는 정도면 될 거 같아요.
최고의 무대와 최악의 무대를 하나씩 꼽자면? 후회되는 무대는 없어요. 후회가 남을 정도의 무대를 만들어선 안 되죠.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무대에 올라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후회는 없는데 <미스터트롯> 100인 예선 무대에서 많이 떨었어요. 평소에 무대에서 잘 안 떨거든요. 그런데 너무 긴장을 해서 웨이브를 거꾸로 했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른 무대라 더 그런 거 같아요.
결혼 생각이 있나요? 생각은 있죠. 그런데 지금은 때가 아닌 거 같아요. 지금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는 시기예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결혼 생각을 하잖아요. 지방으로 행사를 다니는 경우도 많아서 엄두가 안 나요.(웃음)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예요?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는 남진 선배님. 7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노래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보컬만 봤을 때는 임재범 선배님을 가장 좋아해요.
인생 노래는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라는 곡이요. <팬텀싱어> 예선에서 부른 노래인데 곡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아서 더 좋아해요.
마음속에 새겨둔 문구가 있나요? '끝없는 겸손과 감사.' 가끔씩 불평이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 문구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아요. "아, 이제 햄버거 못 먹겠다"라는 말이 나오면 회사 식구들하고 "조심~조심~"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겸손을 되새겨요.(웃음) 힘들었던 때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의미도 있어요.
<우먼센스> 독자와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앞으로도 저를 사랑해주시면 좋겠고, 항상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무리하지 마시고 멀리서 응원해주셔도 되니까 건강을 먼저 챙기시길 바랍니다. 아들의 마음이랄까요?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 있기에 세상이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