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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추천 영화

On October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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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여자
당신이 아직 어렸을 때

영화 <우리들> 스틸컷

영화 <우리들> 스틸컷

영화 <우리들> 스틸컷

최근 한국 여성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세 편이 나란히 개봉했다. <우리집> <벌새> <밤의 문이 열린다>가 그것이다. 모두 각종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고, 관객의 만족도도 높다. 위 영화들, 특히 <우리집>과 <벌새>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소환되는 작품이 <우리들>(2015)이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이 처음 찍은 장편영화다. 나는 김기덕이나 홍상수의 데뷔작에 그랬듯 <우리들>을 두고 모든 한국 평론가가 동방박사가 되어 새로운 작가주의 감독의 탄생을 축원했대도 놀라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역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연출을 잘했대도 어린 여자아이들이 싸우고 화해하는 얘기라는 게 소품처럼 보일 소지가 있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성 감독이 멋진 데뷔작 이후 오래 침묵하거나, 어정쩡한 상업영화로 빠지거나, 전업을 하는 등 각종 이유로 사라지는 걸 봤기 때문에 섣불리 감독의 개성을 논하기도 어려웠을 게다.

<우리들>의 특별한 점은 그 하찮아 보이는 소재가 실은 얼마나 중요하고 얘기될 가치가 있는지 일깨운다는 거다. 주인공 '선(최수인 분)'은 왕따다. 아이들은 피구를 할 때 선과 짝이 되기를 피하고, 청소 당번을 선에게 미루는 등 자질구레하게 선을 괴롭힌다. 괴롭히는 아이들의 중심에는 '보라(이서연 분)'가 있다. 학급에서 인기가 많은 보라는 대놓고 가해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철저히 수동 공격 위주라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기도 애매하고 따지기도 어렵다. 선은 분명 부당함을 느끼지만 그걸 표현할 방법도 없으니 친구들과 말할 때면 항상 우물쭈물한다. 그런 선 앞에 전학생 '지아(설혜인 분)'가 나타난다. 둘은 급속히 가까워져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낸다. 하지만 지아가 보라와 같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관계는 급변한다.

이후 영화는 일상적인 풍경,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아이들의 표정 뒤에 감춰진 인간관계의 힘겹고 잔인한 면모를 꼼꼼히 그려낸다. 인기와 무리 짓기를 통한 소녀들 사이의 권력투쟁, 비물리적 폭력, 자기 방어기제로서의 거짓말 등이 촘촘하게 나열된 한 편의 아동심리학 교재 같다. <우리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친구의 비밀을 폭로해서 왕따가 되게 만든다. 아직 초등학생인 주인공들에게는 집과 학교가 세계의 전부다. 친구와의 불화는 그 세계의 한편이 무너지는 커다란 사건이다. 누구에게나 크건 작건 이런 유형의 상처가 있다. 영화를 보며 내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거나 자녀를 걱정하던 사람들에게는 <우리들>의 결말이 큰 위안이 될 거다.

아동 성장 영화가 진지하고 무게감 넘치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건 주로 어른의 시선이 개입되었을 때다. 멋모르고 사회의 어두운 현실에 휩쓸린 천진한 아이들을 무책임한 어른들의 모습과 대비시키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식이다.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들이었고, 그때의 문제가 오래도록 인생에 흔적을 남기기도 하건만, 그 기원에서 우리가 느낀 불안, 설렘, 두려움, 고민 자체에 주목하는 영화는 드물다. <우리들>은 그것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유년기를 지나온 모든 관객의 정서에 반향을 일으킬 만한 보편성을 획득했다. 누구의 삶이든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라마가 될 수 있다. 소녀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이 증명해낸 게 바로 그 지점이었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 <가장 보통의 연애>

    전 여친에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분)'과 전 남친에 뒤통수를 맞은 '선영(공효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제 막 이별한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 없는 현실 로맨스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10월 2일 개봉

  • <퍼펙트맨>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 분)'의 반전 코미디. 조직 보스의 돈 7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하루아침에 날린 영기가 장수의 빅딜을 제안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0월 2일 개봉

  • <수상한 이웃>

    의문의 사건이 계속된 한 동네에 나타난 오지라퍼 꼬질남 '태성(오지호 분)'과 엉뚱한 이웃들이 엮이는 코미디 영화다. 미스터리 경비원 오광록(덕만 역), 자체발광 동네 아이돌 강희(정욱 역) 등이 출연한다.
    10월 9일 개봉

  • <두번할까요>

    생애 최초 이혼식 후, N차원 와이프 '선영(이정현 분)'에게서 겨우 해방된 '현우(권상우 분)' 앞에 이번에는 옛 친구 '상철(이종혁 분)'까지 달고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싱글라이프를 다룬 코미디다.
    10월 17일 개봉.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이예지, 김지은
사진
김재경, 서민규
2019년 10월호
2019년 10월호
에디터
하은정, 이예지, 김지은
사진
김재경, 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