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어마무시한' 드레스 룸을 공개한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이사를 가야 끝날 것 같았던 그녀의 드레스 룸을 정리한 사람이 있다.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 대표 정희숙 씨는 요즘 셀렙들이 즐겨 찾는 정리수납전문가다. 사람들은 왜 정리·수납의 필요성을 느낄까?
최근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물건 다이어트, 잘 버리는 법, 최소한으로 살아가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많은 물건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의 불편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더 많은 물건이 쏟아졌고,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물건이 사는 집'에서 이제는 가족에게 집중하고,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원하는 이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정리와 수납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게 된 것.
정리를 잘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물건이 많이 있는 것보다 필요한 것만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집 안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있는 물건을 제대로 잘 쓰는 데 목적이 있다. 무심코 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집 안 깊숙이 박혀버린 물건들을 꺼내 제자리를 찾아주고, 나 자신도 내 공간을 찾는 것이다. 우리 집은 어떤지 한번 둘러보자. TV와 마주한 소파가 놓인 거실에 아이 장난감과 책으로 가득 차 있는지, 나도 모르게 늘어난 주방 살림은 얼마나 되는지 말이다. 이제 계절도 바뀌고 옷과 이불 등 집 안을 새로 정리해야 할 때다. 공간의 목적에 맞게 가구와 물건을 알맞게 배치하는 방법을 정희숙 대표의 노하우와 실제 사례를 통해 배워보자.
일상이 달라지는 정리와 수납
정리와 수납, 어떻게 다른가요?
정리는 사용할 물건과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구분하는 거예요. 사는 동안 물건은 어쩔 수 없이 늘어나거든요. 하루에 하나라도 좋으니 종류별로 분류를 먼저 해야 해요. '어떤 옷을 버릴까'가 아닌, 옷 중에 청바지, 패딩, 니트 이렇게 분류하고, 몇 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을 한 뒤 사용하지 않을 것을 정하는 거죠. 이렇게 정리를 통해 물건이 구분되면 물건의 자리를 잡아주는 게 수납이에요. 모든 물건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자리가 없어 다른 곳에 두지 않게 만드는 것이 수납이죠. 사람들은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집어넣어 공간을 정돈하는 것, 혹은 다 버리는 걸 정리와 수납이라고 묶어서 생각하지만 전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리와 수납, 얼마나 중요하기에 직업까지 생기는 거죠?
저장 강박증이 있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정리를 안 하며 사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방법이 잘못됐거나 미숙해서 그렇죠. 단순히 깨끗하고 아름다운 집에 살기 위해서는 아니에요. 정리와 수납을 통해 가족이 중심이 되는 삶으로 일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집이 좁고 넓음을 떠나서, 거실과 침실이 각각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아이 장난감으로, 옷으로 가득하다면 온전한 휴식이 이루어질 수 없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부모의 모습과 습관을 닮아 같은 모습이 반복되거든요. 근데 이런 습관을 어느 순간, 단번에 고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많은 노하우를 접해도 못 고쳐요. 그래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간에 이름을 부여하고, 목적을 찾아주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수납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어요.
페트병, 옷걸이 등 생활 속의 물건을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던데요. 수납을 수납용품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결국 또 물건을 들이는 셈이잖아요. 그러다 이사 가면서 가전이나 가구라도 바꾸면 또 못 쓰고 짐이 되거든요. 그래서 늘 집에 있는 것을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은 "왜 구질구질하게 저런 걸 활용해"라고 하지만 요즘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환경 보호도 할 겸,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수납 노하우예요.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너무 디테일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양말과 속옷, 수건을 예쁘게 접는 것이 정리는 아니에요. 공간의 목적에 따라 큰 가구부터 작은 가구로, 그다음에 가구 안에 들어갈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좋아요. 큰 물건을 맞추고 작은 물건을 세분화하며 정리하는 것을 기억하세요. 또 각 방별로 정리하기보다 물건별로 정리해 수납하면 오랫동안 유지되는 집을 만들 수 있어요.
실전 사례, 공간별 수납 노하우
책 많은 집의 서재
집에 아이가 있으면 책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고, 책 모으는 것이 취미인 사람도 많다. 서재는 서류와 앨범 등이 혼재된 곳이기도 하다. 책은 카테고리를 정해 정리하는 것이 좋다. 책을 모두 꺼냈다가 다시 꽂는 방법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전집류, 단행본, 아이 책 등 겉표지로 분류해 꽂힌 상태에서 자리를 바꾼다. 책이 많다면 앞 맞춤을 해서 꽂아 안쪽에 생긴 자리에 책을 넣는 방법을 사용하자. 책을 꽂았는데 책 위쪽이 남을 때는 빈 공간에 바구니를 놓아 수납공간을 늘려도 좋다. 필요한 서류와 보험증권 등은 한 칸에 모두 모아 정리한다.
침실, 휴식의 공간이 되다
침실은 부부 둘만의 공간이자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온전히 휴식만을 위해 작은 방을 침실로 선택해 침대만 놓는 집도 늘고 있지만 보통의 경우를 생각하면 침대, 화장대, 붙박이장 혹은 옷장을 침실에 놓는 집이 많다. 이때는 가구 배치에 신경 써야 한다. 큰 가구를 위주로 조금씩 공간을 확보해 각각의 목적에 맞게 두는 것이다. 침대 옆에는 작은 협탁만을 두고, 화장대와 수납장 등도 각각 독립성 있게 놓아 최대한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보자.
물건 파악이 쉬운 주방 만들기
보통 상부장과 하부장이 있는 주방에서 상부장은 2단까지는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넣고 그 위쪽은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한다. 조리대 위에는 밥솥, 전자레인지 등 한두 개만 나와 있어야 요리할 때 편하고 청소하기도 쉽다. 조리 도구는 걸어두는 것보다 서랍장 한 칸에 통째로 넣었다가 꺼내 쓴다. 양념도 한곳에 모으되 고체, 액체, 가루 등으로 구분하면 찾기도 쉽고 비슷한 모양끼리 수납하기도 용이하다. 특히 프라이팬은 세로 수납을 권장한다. 가로로 쌓는 것보다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물건들이 준비돼 있는 수납 방법이다.
아이만을 위한 공간, 아이 방
아이 방에 가구를 들일 때는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책상과 의자는 자세를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에 맞춰 바꿔주는 것이 좋지만, 침대나 옷장 등을 너무 그 나이에 딱 맞춰 구입하면 바꿀 때 고민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방의 주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책상에는 책과 필기구만을 두어 늘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고 서재와 마찬가지로 책을 종류에 따라 구분한다. 또한 장난감을 거실에서 가지고 놀더라도 꼭 방에 가져가 정리하게 하는 등 자신의 방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아이 물건은 꼭 아이 방에 놓아주자.
드레스 룸의 재탄생
먼저 옷을 정리하기 전에 드레스 룸과 수납공간의 크기를 가늠해보고 어디에 무엇을 넣을지 큰 그림을 그려본다. 그다음 옷을 꺼내 종류별로 분류하고, 입을 옷과 입지 않을 옷을 가려낸다. 남길 옷은 상의, 하의, 원피스 등으로 나누고 다시 계절별로 나눠 겉옷 위주로 건다. 옷을 걸면 자신이 갖고 있는 옷의 양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므로 가구를 고를 때에도 가능하면 선반보다 걸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은 옷장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기존 가구에 봉을 추가로 설치해도 좋다. 구김이 덜 가는 청바지는 돌돌 말기보다 세로로 접어 언제든 꺼내 입기 편하게 정리한다.셔츠나 재킷 등 짧은 옷을 걸어 생긴 공간에는 바구니를 두고 걸지 않아도 되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한 종류씩 모아 보관한다. 가방이나 모자는 선반에 올려 소재별, 컬러별로 정리하면 그 자체로 인테리어 효과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