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고등학교를 선택하기에 앞서 그 종류부터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교육부에서 지정한 고등학교는 크게 일반 계열 고등학교, 특수 목적 고등학교, 특성화 고등학교, 자율형 고등학교로 나뉜다. 일반 계열 고등학교는 흔히 ‘인문계’라고 불리는데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진학한다. 주위의 가까운 곳으로 지원할 수 있다. 특수 목적 고등학교는 흔히 ‘특목고’라 불리며 특수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고등학교다. 분야에 따라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가 포함된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흔히 공고나 상고, 농고, 수산고 등으로 ‘실업계’ 고등학교다. 인터넷, 관광, 요리, 기술, 미용 등 특정 분야의 소질과 적성을 갖춘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길러주는 직업 교육이 특화된 고등학교다. 이어서 자율형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자사고’라 불리는 자율형 사립고와 자율형 공립고, 과학 중점 고등학교가 포함된다. 자사고는 사립학교의 설립 취지대로 교과 과정 등이 비교적 융통적이지만 일반 인문계에 비해 학비가 비싸다. 자율형 공립고인 ‘자공고’는 학교장과 이사회에서 위탁 운영하며 지역 교육청에 소속돼 공립학교의 성격을 띤다. 과학 중점 고등학교는 과학과 수학 교과를 일반 인문계보다 좀 더 많이 편성할 수 있다. 그 밖에 위의 분류에는 들지 않는 과학영재학교와 특수학교, 방송통신고 등이 존재한다.
2008년 들어선 새 정부는 개성에 맞게 배워 스스로 진로를 정하라는 취지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300개의 다양한 고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의 고교 평준화 정책이 아이들의 재능을 획일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는 무너지고 정도 차이만 있었을 뿐 결국 모든 길은 대학 입시로 통하며 변질되고 말았다.
대학 진학을 고려한다면 고등학교 선택이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종이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고등학교 유형의 장단점을 면밀히 적어 내려갔다. 아이의 학습 능력과 기질과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조목조목 짚어보았다.
지역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교육 의지가 낮다는 평가와 함께 수업 분위기와 공부 의지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영 다르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생활기록부의 양과 질이 다르다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단점 외에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면 오히려 선생님들의 격려 속에 자존감을 살리며 최고 성적을 유지할 기회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수시 전형에서 더 유리한 면이 있기도 하다. 내신 등급 맞추기가 더 수월하니 수상의 기회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도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살려내기 어렵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한다면 학생 수는 물론 아이가 진학하려는 대학의 입시에 필요한 교과목 수업이 편성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수업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질인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반면, 특목고나 자사고의 경우 각 지역에서 몰려온 선행 학습으로 무장된 우수한 아이들 사이에서 버텨내는 일이 만만치 않다. 꼴지를 해도 명문고에 가겠다던 아이들도 정작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강했던 멘탈이 무너진다. 첫 시험은 얼떨결에 넘어가지만 서너 번 시험을 치르면서 등수가 오르지 않으면 압박감을 느껴야 한다. 경쟁으로 내신 성적도 잘 나오지 않으니 수시 전형에 불리하다. 그러나 교육열이 높은 환경에서 공부가 몸에 배어 수능이라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곳에도 하위권은 존재한다. 입학할 때는 다들 기대를 걸고 오지만 인문계로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존심으로 재수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강한 멘탈과 경쟁심, 오기 있는 성향이라면 버텨내기 쉽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 후회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가. 그것이 결과를 좌우한다.
글쓴이 유정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으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